강진 뜨란에 영농조합법인을 찾아서
폭발적인 인기 누리는 쑥된장의 김혜정씨
강진군 도암면 봉황리 285-5번지 덕룡산 산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에서 ‘행복한 바보’를 자칭하며 희망을 심었던 김혜정씨(45). 바람도 쉬어갈 만큼 조용하던 이곳에 어느 날부터 관광버스가 한 대 두 대 늘어나더니 요즘은 주문 전화가 폭주하고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99년 광주에서 남편과 자신의 고향이기도한 강진군 군동면으로 귀농했던 김혜정씨는 다시 2002년도에 지금의 도암면 봉황리로 옮겨왔다.
촌닭전문음식점 ‘새음농원’ 시작
은행나무아래 촌 닭 키워
“막상 시골로 내려왔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비전이 보이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가축을 키우기에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이곳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3만평의 땅을 이용할 방법은 가축을 키우는 일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와 풀들, 높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량 많은 개울이 곁에 있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전부였다. 김씨는 먼저 은행나무묘목 500주를 심었다. 은행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은행나무 아래 닭을 풀어 키워 촌닭을 이용한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였고 ‘새음농원’ 이란 상호를 붙이고 촌닭 전문음식점을 시작했다.
“전통음식을 퓨전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어 색다른 닭요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은행나무부터 심기 시작했던 거지요.”
김씨는 언젠가 들었던 은행나무에 대한 상식을 기억하며, 은행나무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특히, 은행나무 잎은 피를 맑게 하여 혈액순환개선 약제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은행나무 아래 닭을 키우면서 고구마와 미역 등을 동시에 먹였다. 역시 닭고기 맛이 좋았던지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꾸준히 손님이 있었다.
실패를 딛고 쑥된장 성공
뜨란에 영농조합법인설립
주변에 남아도는 것이 땅인지라 노는 땅을 이용하여 콩농사를 지었고, 그 콩을 이용하여 직접 된장을 담아 내다보니 손님들이 된장 맛이 좋다며 팔라고 했다. 그렇게 된장을 사가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자 김씨는 좀 더 맛있는 된장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른 봄부터 올라오기 시작하는 봄나물 중에서 쑥이 가장 많습니다. 쑥 뿌리를 이용해 효소를 담기도 하고, 쑥 부침개 등 여러 가지 쑥 요리를 하다 보니 쑥된장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특히, 은행나무에는 전혀 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쑥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었고, 그 쑥을 뜯어서 만들어 내는 반찬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쑥된장을 만들어 보게 되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고 여러 번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가 2005년도 였어요. 쑥을 삶아서 해봤는데, 염도가 맞지 않아 싱거워 시금털털한 맛만 났어요.”
처음에 실패를 한 뒤 두 번째는 쑥을 말려서 넣었더니 거칠어 쑥과 된장이 따로따로 놀았다. 세 번째는 쑥을 갈아서 했더니 쑥량의 조절이 쉽지 않아 까맣고 쓴맛이 강해 숙성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세 번의 실패 후에 무엇보다도 쑥은 향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찾아내게 되었다. 마침내 쑥 량을 조절하면서 만들어 낸 것이 지금의 쑥된장이 되었다.
쑥된장 주문 폭주
강진고을신문 2009년 12월 16일자 신문기사
KBS 6시내고향 2010년3월 8일 방송
김혜정씨는 요즘 전화 응대에 여념이 없는 나날이다. 전국각지에서 쑥된장을 찾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소량 생산을 해왔기 때문에 주문고객에게 원하는 만큼 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 가정당 1kg씩만 보내고 있으며, 8월 이후 주문량을 보내 드릴 것을 약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쑥이 충분히 숙성되어야 된장을 만들기 때문에 8월 이후에 량이 늘어납니다. 올해는 약 10톤가량을 만들 계획이며, 이곳 주변의 쑥만 사용하기 때문에 열심히 쑥을 채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김혜정씨는 쑥 채취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캔 쑥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시중에서 구입하면 그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자체가 청정지역으로 산도랑 맑은 물에는 다슬기가 훤히 보이며, 여름밤에는 반딧불의 군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공기가 맑은 지역이다. 김씨는 넓은 터를 지켜내기 위해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그 일이 바로 땅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초봄의 어린 풀은 아무 것이나 뜯어도 약이 된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정지역 산골에서 풀과 씨름을 하며 ‘행복한 바보’ 로 살았던 몇 년간이 이제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제2의 도전 ‘쑥청국장’ ‘쑥청국장잼’ 퓨전음식 성공
김씨는 지천으로 널린 쑥을 잘 이용해서 새롭게 ‘쑥청국장’에 성공하여 조만간 판매를 앞두고 있고, 또한 쑥청국장잼을 만들어 지난 3월 8일 KBS 6시 내고향 팀에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가졌다.
“쑥청국장잼을 착안한 것은 청국장을 싫어하는 신세대들도 함께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실험해 보았습니다. 청국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냄새에 있었는데, 쑥의 향이 그 냄새를 잡아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오래 전부터 시도를 해보았지만, 정말 잼으로 이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심스러워 최근에야 공식적으로 맛을 선보였던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체험을 온 아이들의 청국장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좀 더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퓨전식으로 바꾸었더니 그 반응은 배로 증가함을 느꼈다. 또한 청국장은 10월에서 2월까지만 즐기는 음식이지만, 잼으로 만들었을 경우 4계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는 큰 이점이 있었다.
앞으로 관광산업으로 키워가고 싶다
‘쑥된장’을 강진에서 선점하여 판매할 수 있는 방안 필요
김씨는 쑥된장을 시작으로 뜨란에 영농조합법인을 관광산업으로 키워하고 싶은 미래의 계획을 갖고 있다. 앞산에 4계절 이용 가능한 조랑말 타기 체험장을 만들고, 쑥된장과 쑥청국장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관광단지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현재 주병과 매병 등 도자기를 전공하고 있는 딸이 이곳에서 도자기체험장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농촌체험장소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소망이다. 김씨는 이번 자신이 개발한 ‘쑥된장’의 반응이 좋은 만큼 빨리 강진에서 ‘쑥된장’을 선점하여 뺏기지 않기를 우려하는 마음도 간절했다.
“쑥된장 하면 강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반응이 좋은 만큼 다른 곳에서 먼저 앞지르게 되면 지금의 강진 쑥된장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날도 김혜정씨는 남편 김운석(48)씨와 준문량을 택배로 우송하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