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람』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사람을 읽는다
세상을 읽는다”
『사람과사람』은 지역전문정론지 <강진고을신문>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인물 인터뷰 시리즈이다. 여기의 사람은 ‘너’와 ‘나’이기도 하고, 거리에서 만나는 숱한 ‘우리들’이기도 하다.
물론 인터뷰이(interviewee)와 인터뷰어(interviewer)일 수도 있다.
사람은 사건을 만들고, 사건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화제와 현안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시대와 역사의 징표를 읽어내려는 것이 이 시리즈 시작의 야심이다.
예컨대 고향 강진의 가난과 낙후에 가슴 아파하면서 ‘검투사(劍鬪士) 정신’으로 강진 군정에 임하고 있는 황주홍 군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쉽고 편하게 사는 길을 버리고,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국민운동’이라는 어렵고 힘든 길을 걷는 ‘고집 불통’이라는 점에서 우리네와 다소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을 읽음으로서 세상을 읽으려는 것이다.
‘스타단체장’ 황주홍 강진군수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어요”
황주홍을 기억하며
대학 졸업하던 1995년 1월이었다
취업하는 일이 그리 힘든 시절이 아니었다
학생운동 핑계대며 성적이 바닥을 기었는데도 말이다
보험사에, 은행에, 항공사에도 원서를 넣고 기다리던 중에,
신문광고 보고 지원서 얻으러 가는 대학원 졸업예정인 선배 따라 거길 갔다
돈 내는 것이 아니어서 나도 받았다
생각없이 우편으로 보냈다
그해 음력 설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날 삐삐로 연락이 왔다
다행히 합격해서 출근하게 되었다
그때 면접관들이 나중에 다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다
거기서 만났던 분이 황주홍 박사다
얼마 뒤 김대중 이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그렇게 거기서(아태평화재단) 일하게 되었다
몇 번이나 그의 일로 재단을 나왔다 들어갔다 반복했다
최근 완도에서 그의 국회의원 선거 일을 도왔다
그러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물을 나는 보았다
이후 나는 아예 귀향해서 살고
그는 옆 강진에서 군수로 봉직하고 있다
다시 그의 일(선거)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를 기억하는 것이 내가 하는 최선의 일인지도…
앞으로 그가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래도 좋을 것 같기에
언젠가 너무 힘들어 그에게 사의를 표하며
많은 지원자 중에 왜 나를 선택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사회(역사)를 아파한 흔적이 내게 보였다고 답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아프도록 세상과 시대를 앓고 있다
권력, 돈 그리고 명예로 떵떵거리며 살진 않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바르게 살라 배웠으니
어찌 내 부모와 그가 다르다 하겠는가?
내게 참 고마운 스승인 그가
좋은 공직자가 되는 일 말고 무얼 더 바라겠는가?
강진을 넘어 멀리 큰 꿈을 펼쳐가리라 확신한다
큰 그릇은 늦게 된다 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 그는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나도 역시 확실히 믿는다
“완도에서도” 대한민국을 확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기대한다
그런 분이 완도에서도 곧, 꼭 나와주기를
2월 27일 강진군 실내체육관
그의 출판기념회를 짝사랑하듯 몰래 훔쳐보았다 ㅋㅋ
지역언론 인터뷰 ‘섭외 1순위’, 황주홍 군수
지역언론 인터뷰 ‘섭외 1순위’는 단연 황주홍(59) 강진군수다.
지난 2월 17일 광주전남 현역 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황 군수에게 각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이슈의 중심 인물로 부각되면서 중앙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조명을 받고 있는 인사중 한명이다.
지역전문정론지 <강진고을신문>가 황 군수와 인터뷰를 가진 것은 지난 23일 오전 군수 집무실이었다. 황 군수는 본지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군수 집무실은 그야말로 ‘대만원’이었다. 집무실 입구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공무원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황 군수와 민원인들 간의 면담은 기약없이 이어졌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집무실 입구는 ‘진짜 일꾼’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마주한 황 군수는 따뜻했다.
격의 없는 농담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인 모습이었다.
황 군수에게 강한 ‘포스(Force)’가 느껴졌지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특유의 ‘소탈함’에 빠져들었다. 마치 동지(同志)를 대하듯 격식을 차리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전라남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정치 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입고 있는 흰색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일정이 무리한 탓인지 다소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군정성과와 지역현안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정직’과 ‘성실’을 중시하는 ‘스타 군수’
황 군수는 ‘스타 군수’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학구적인 이미지에 소박하게 웃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최근 저서 ‘강진군에서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 제하의 책을 출간하고 지난 2월 27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황 군수의 오랜 지인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바르게 살라고 했으니 어찌 내 부모와 그가 다르다 하겠는가? 내게 참 고마운 스승인 그가 좋은 공직자가 되는 일 말고 무얼 더 바라겠는가? 강진을 넘어 멀리 큰 꿈을 펼쳐가리라 확신한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부드럽고 친화력이 넘치는 황 군수는 ‘정직’과 ‘성실’을 중시한다. 인터뷰 중간에도 공무원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수시로 오가며 현안을 격의 없이 의논하는 모습은 근엄한 군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인터뷰 출발은 ‘정직과 헌신 그리고 용기’였다.
“미국 링컨 대통령처럼 정직하게 정치를 해보고 싶었죠”
“현실정치 참여의 꿈을 지피면서 세 가지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정직(正直)과 헌신(獻身) 그리고 용기(勇氣)’가 그것이죠. 미국의 2대 대통령인 존 아담스(John Adams)의 애칭이 정직한 존(Honest John)이었습니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Abraham Lincoln)의 애칭도 정직한 에이브였지요. 다른 모든 사람들을 다 믿을 수 없을지라도 우리 대통령인 존 아담스만큼은, 링컨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미국인들의 자부심이었다고 합니다.”(황 군수)
이제 우리 정치도 정직한 사람들이 많이 진출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는 황 군수는 고향의 어르신들 중에 “당신같은 대학교수가 무엇 때문에 사기꾼들 투성이인 정치판에 들어가 몸을 더럽히려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고 말했다.
황 군수는 “좀 더 나은 사람들이 저 더러운 정치판에 들어가야 한국 정치가 조금씩 조금씩 맑아지고 깨끗해지지 않겠느냐? 개판이라는 정치판을 우리 모두가 다 외면하면 더더욱 개판, 개개판이 될 것이지만, 개판의 정치판에 사람다운 사람이 들어가면 그 개판이 언젠가 ‘사람판’이 되지 않겠느냐?”며 “나는 할 수 있는 한 정직하게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군수로서 제일가는 소망은 우리 군민들 모두가 외지일로부터 ‘정직한 강진 사람들’이라는 평을 듣는 것입니다.”
황 군수의 말이다.
33년된 낡은 강진군청 청사가 강진화합의 상징물(?)
“2004년 처음 군수에 당선되고 얼마되지 않아 몇몇 군청 간부들과 몇 분 군민들께서 낡은 군청 청사를 신축하자는 제안과 건의를 해왔어요. 또 군의회 일부 의원들은 독립된 의회동(棟)을 지어달라고 요구했죠.”
(황 군수)
황 군수는 이 제안과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고 한다. 우람한 청사를 짓고, 멋진 의회동을 신축하면 우리들은 좋을지는 몰라도 군민들께서는 좋아하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다수 군민들께서는 속으로 욕하실런지도 모른다. 군민 여러분들의 신임을 얻어야 지역 사회의 화해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으리으리한 신축은 오히려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라는 것이 거부의 설득 논리였어요.”(황 군수)
33년된 낡은 강진군청 청사는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아 일부 보강공사를 벌인 뒤 사용하고 있지만, 이 오래된 청사는 오늘도 강진 화합의 상징물로 겸허한 모습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낡고 비좁은 사무실에서 고생하는 강진 공직자들을 보면서 위안과 감사를 느끼신다는 군민 여러분들이 많아요. 특히 호화 청사 건립으로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은 일부 지역을 보면서 강진군 공직사회에 자부심을 느꼈다는 분들도 적잖거든요.”(황 군수)
“장학금 100억이 모이니 강진교육이 날개를 달았어요”
강진군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하다. 당연히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자녀 교육이 문제가 되자 군민들이 점차 떠나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13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2000년 초 4만 명대로 급감했다. 군(郡)은 물론 미달 사태가 빚어진 학교 통폐합 논의가 나왔다.
이 때 황 군수는 “교육으로 지역을 살려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4월 강진군민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일만은 막자”는 슬로건이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애향심을 자극한 것. 매년 15억∼20억원이 모였다. 10만원 미만 소액기부자가 전체의 58%(6360명)다. 군민들의 기부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
이장 이름으로 기부한 마을이 많아 실제로는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진군민장학재단에 1천여 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해 온 곽영체 전 강진교육장은 “시골에서 100억 원의 장학금을 모금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인구 4만 명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강진군의 군민들이 향토 장학금으로 공교육과 지역을 살리고 있다”며 말했다.
장학재단은 2006년부터 매년 20억원을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23개 초
중고 성적우수자와 명문대 진학생에게 한 해 최고 400만원까지 지원한다. 서울에서 강사를 초빙해 무료 논술강좌를 열고, 무료 방과 후 학교도 운영한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강진고등학교는 4년 연속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고, 성요셉여고도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어요. 4년제 대학도 4년 전 155명에서 217명으로 늘었어요”(황 군수)
황 군수와의 인터뷰가 길어지자 공무원들의 발길이 잦다. 핸드폰이 울리고 메모가 들어온다. 취재중인 기자가 할 수 없이 자리에 일어서 인사를 전하자, “정말 미안해요.”라며 웃는다.
벌써 쉰 아홉을 헤아리지만, 표정이 소년처럼 해맑다. 집무실 밖에는 20여명을 헤아리는 공무원들이 벌써 대기하고 있었다.
5년 4개월동안 성공적인 군정을 수행해온 그가 앞으로 지역민들과 향우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내심 기대된다.
송승환 기자 fn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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