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교양 칼럼(1)
인간 삶의 답안지는 감사하는 마음
이 형문 (수필가)
강진은 제2의 나의 고향
강진고을신문 애독자분께 정중히 인사 올립니다. 강진고을신문사의 특별한 배려 덕택에 앞으로 1년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살이의 산 경험을 토대로 삶의 칼럼을 쓸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도와 편달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제가 이곳 강진땅에 정착하여 인연을 맺은 지 올 4월로 3년째 접어듭니다. 본래 남태평양 피지(fiji)에서 이민생활 13년을 살다가 노년에 고국이 그립고 혼백이나마 고국 땅에 묻히고 싶어 영구 귀국을 결심,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거처문제로 전국을 순회하고 다니던 중 어느 날, 해남 땅끝 마을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순천 쪽으로 가던 길에 산수가 좋아 보여 곁에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강진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강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흠뻑 빠져서 생면 부지한 이곳에 살기로 작정하였고, 황주홍 군수님을 어렵게 만나 강진에서 살고 싶으니 빈농가라도 하나 구해달라고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리모델링을 하여 살고 싶다는 말을 곁들였더니 쾌히 승낙을 해주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신 황군수께 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자 강진고을신문 독자 여러분과 인연을 맺어봅니다. 그 전에 강진신문 오피니언과 인터넷에 자주 글을 올린 바가 있어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 그것은 누구나 적자생존에서 엄청난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고반락(半苦半樂)이란 말이 있잖습니까. 더구나 살아가는 길이 천차만별이어서 자고나면 멀쩡하던 사람이 뒷날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가 있어 놀라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밤새안녕이지요. 그처럼 인간의 삶은 질기면서도 허망해서 어찌 보면 파리 목숨처럼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속고 산다는 말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인생 속에서도 가장 현명한 사람은 배우고자 하고 고개 숙이는 겸손이 있으며 노력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특히 가장 겸손한 사람은 다 큰 개구리가 되었어도 올챙이 적을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배우려는 욕심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늘그막에 이것저것 못 다한 일들을 챙겨보니 아직도 모든 것이 미완성의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아 주책이라도 떠는 심정으로 개 발에 땀나듯(?) 하루하루를 값지고 보람되고 뜻있게 살아보려고 무척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불평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희망과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자신이 처한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 공기를 마시며 현재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중간이 똑똑한 사람을 보면 혼자 잘난 체 해서 목 뒤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뻣뻣이 쳐들고 사는 사람을 볼 때마다 왠지 우울해지는 마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감사하는 마음에 앞서 교만의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부모님과 조상님께 감사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야말로 날마다 여러 번씩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사찰을 갔더니 수련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은 수련회를 마치고 이렇게 감사해야할 것이 많은지 몰랐다며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푸른 산이 있어 감사하고, 낭자하게 흐르는 계곡물이 있어 감사하고, 청량한 산 공기가 있어 감사하고, 삼시세끼 먹을 수가 있어 감사하고, 햇빛이 있어 감사하고, 밤 되면 달빛이 있어 감사하고, 숲 속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어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배웠노라며 철철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은 분명 집으로 돌아가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께 효도할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우리도 이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오리라 확신합니다. 사실 감사해야할 대상을 찾으려고 보면 동서남북 천지가 감사의 대상일 것입니다. 외나무다리를 걷다가 중간 지점에서 뚝 부러졌지만 무사히 건넜을 때 감사하는 마음, 그 정도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하느님의 경지와도 맞먹는 도(道)의 수준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도의 경지, 하느님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 자주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될 테인데요. 나이 먹은 사람의 푸념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첫 만남이라 두서가 없습니다만 다음 호부터는 재밌게 글을 엮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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