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00일 황주홍 군수
“낙후된 고향발전을 위해 뚜벅뚜벅 걷겠다”
정치를 ‘노블비즈니스’로 판단하고 이해한다
“낙후된 고향발전을 위해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군민이 행복한 강진, 세계가 사랑하는 강진을 만들겠습니다.”
5만 강진군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황주홍(59·黃柱洪·무소속)군수가 지난 8일로 민선 5기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장서가 빼곡해 책 향기가 물씬 풍기는 군수 집무실에서 만난 황 군수는 학자 냄새가 많이 났다.
정치를 ‘노블비즈니스’(Noble business)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정치학자’다운 일면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학시절 구입한 고서 중 애장서적을 취재기자에게 진지하게 설명할 정도로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풍긴다.
“정치학으로 자기 수련을 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연스런 현상이죠. 그래서 대학에 있을때도 제자들에게 늘 풀뿌리 자치현장 등 현실정치 참여를 권유했어요. 법대 나온 사람이 변호사를 하고 사범대 출신이 선생님을 하듯이 정치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어야 정치발전이 가능하죠. 정치는 이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희생과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 ‘노블비즈니스’로 매우 고귀한 영역입니다.”
강진군 최초의 무소속 3선 군수
황 군수는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부는 상황 속에서도 순전히 자신의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남아 강진군 최초의 무소속 3선 군수가 됐다.
당선 직후 그는 <강진고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56.5%)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정당공천제’를 거부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저를 관심과 기대 속에 지켜봐 주신 강진 군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군수는 정당인에서 대학교수로, 교수에서 군수로 변신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중 당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귀국 후 아태평화재단에서 일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는 DJ 선거캠프의 방송선거기획단에서 방송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하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2004년 10월에 치러진 강진군수 보궐선거에 나가 승리했고, 1년6개월 뒤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전남지역 최고 득표율(76.1%)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의 중심에 서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그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절감,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의 중심에 섰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 특별위원장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100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여야 모두 ‘공천=꿀단지’로 여기는 한국의 정치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 묵묵히 독자 출마의 길을 걸어온 끝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지역은 황 군수를 포함해 총 8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다. 황 군수는 각종 언론으로부터 ‘광주·전남지역 무소속 돌풍의 진앙지’로 지목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선거과정에서 무소속의 설움도 체험한 황 군수는 “가장 달라진 게 마음가짐”이라며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는 “강연 등 설득하는데 할애했던 민선 4기와 정반대로 지금은 군민의 의견을 주로 듣는다”고 했다.
다음은 황 군수와 일문일답.
-3선 군수로 취임 100일이 됐는데 소회가 어떤가.
▲ 민선 4기 때는 강연을 많이 다녔다. 민선 5기에 들어서는 ‘듣겠다’는 자세로 마음가짐을 바꿨다. 요즘 행사장에 가면 축사는 2,3분으로 줄여 간소하게 끝내고, 100분간 군민의 의견을 듣는다.
답변도 최소화하고, 최대한 경청한다. 들으니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정책이 현장에선 이렇게 집행되고, 이렇게 느끼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 현장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웃음)
- 힘든 점은 없는지.
▲ 시간이 너무 없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늘 바쁘고 힘들다. 사적인 생활관리가 불가능하다.
- 지난 5년여 동안 군정운영 성과는.
▲ 그동안 강진군을 출산율 전국 1위, 귀농·귀촌 1위, 소득 1억원 이상 농가수 전남 2위 지역으로 만들었다.
강진군 전체 예산의 13%에 불과했던 농업예산을 30%대로 끌어올렸고, 180여억원의 군민 장학금을 조성해 공교육 명문지역으로 만들었다.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대회를 유치하고, 겨울 전지훈련지로 조성하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그 결과 매년 13%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농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강진군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유일하게 과장이나 담당(계장)이 없는 성과 위주의 팀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에 대한 친절과 정성을 행정 제1의 가치로 두고 있는 것이 바로 팀제다.
-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 최근 무소속 단체장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전국 무소속 단체장 연대회의를 갖고 몇 가지 결의할 사항이 있어서다.
- 결의할 내용은 어떤 것인가.
▲ 민선 4기 기초단체장 중 45%가 구속됐다는 걸 알리고, 5기인 우리는 비리 연루자가 한 명도 없게 만들어 보자고 결의할 생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든가 중앙당의 눈치 보지 말고, 과잉충성도 하지 말자. 주민과 유권자들에게만 절대 충성하자. 정당공천 당선자보다 훨씬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등 정당공천제 폐지의 실천적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 정당공천제 폐해는 뭔가.
▲ 정당공천을 통해 출마하면 결과적으로 선거를 세 번 치른다.
본선거 외에 한 번은 당 공천과정에서 경선을 치르고, 마지막 한 번은 경선을 치르기 위해 군소후보끼리 단일화하기 위해 치르게 된다. 정당공천이 없으면 한 번으로 끝날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르니 시간과 에너지와 돈 낭비에 지역민의 갈등까지 폐해가 많다.
정당공천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국민들 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고 충성을 맹세한다.
이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싹튼다. 국회의원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재와 같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지방자치행정이 바로 설 수 있다.
- 민선 5기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 생각인가.
▲ 강진의 농·축산업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 농업을 해서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신화에 도전하려고 한다.
2013년에는 청자엑스포를 하는데, 한 나라가 월드컵을 치르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그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산업 클러스터로 조성 중인 성전산단 농공단지에 제조업 공장 100여 개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부는 착실히 추진하고 있고, 연말쯤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신규 고용과 인구를 증대시키고, 관광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 나갈 생각이다.
- 군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강진군의 최우선과제는 군민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군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는 생활밀착형 군정을 펼치겠다.
군민과의 약속을 지킨 정직한 군수, 언제나 군민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군수가 되고 싶다.
황주홍 군수 약력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학사 & 정치학석사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석사 & 정치학박사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아태평화재단 부총장 겸 연구실장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강사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교수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선 3·4기 강진군수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자치단체장 연구모임 ‘목민관클럽’ 공동대표
현재 강진군수(무소속)
■ 주요 저서 & 번역서
『현대정치와 국가』(연세대출판부, 1991)
『서양정치사상』(문학과지성사, 1993)
『토니블레어 : 영국개혁 이렇게 한다』(중앙M&B, 1998)
『패자부활전이 있는 나라』(풀빛출판사, 2000)
『패자부활전 : 희망의 다른 이름』(풀빛, 2002)
『지도자론 : 한국의 리더와 리더십』(건국대출판부, 2002)
『황주홍 교수의 미래학 산책』(조선일보사, 2002)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전남대출판부, 2010)
대담=송하훈 편집국장
정리=송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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