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재래시장
한파 속 대목장 ‘예년 같지 않네’
생선류 값 폭등 악재, ‘그래도 설은 쇠야’ 시골노인 ‘북적’
해산물 원산지 표시 없어 고객 혼란
설을 1주일 남겨놓고 열린 24일 재래시장은 한파 속에서도 시골노인들로 북적였다. 진짜 설대목장은 29일이지만 재수용품을 미리 장만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였다. 그러나 예년에 비하면 비교적 썰렁한 편이었다. 더구나 날씨조차 추워서 차분히 물건 고르기에도 힘든 눈치였다.
시어머니를 모실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은 사초리 최 모(53)씨는 “동서와 함께 왔다”며 “병어, 조기, 민어와 감, 토마토 등 과일을 샀는데, 자주 재래시장을 나오지 않아서인지 가격이 비싼지 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떡 방앗간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초리 최모 씨가 샀던 과일가게에서는 “재래시장의 과일가격은 싼 편이다”면서 “사과나 배 값은 그대로이다”라고 말했다. 17개가 든 15kg 한 상자에 35.000원부터 40,000원, 50,000원 선이었고, 밀감은 1박스당 15,000원인데 아무래도 소비자가 싼 곳으로 몰리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김도 한 톳 당 재래김 상품이 6,000원이었고 4-5,000원 수준이어서 값이 제 자리 걸음이었다.
그러나 40여 개 점포들을 비롯해서 길바닥에 좌판을 놓고 해산물을 판매하는 곳에는 어물이 풍성했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한 어물가게 주인은 “특히 오징어, 고등어가 배로 올랐다”며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오른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민어며 조기 등이 6-70% 올라 있었다. 조기를 팔고 있는 한 상인에게 “중국산이냐, 한국산이냐”고 묻자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다가 거듭 묻자 “중국산”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중국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는 하지 않는 상태였다. 다른 가게 상인은 “조기가 배로 올랐는데, 중국산도 108개들이 한 상자에 23,000원이었으나 지금은 52개들이 26,000원”이라며 “중간상인들이 마진을 많이 못 보기 때문에 중국산을 대량 수입하지 않아 갑이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래시장 옆에서 한우고기를 파는 정육점에서는 “쇠고기가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다, 돼지고기 역시 값은 올랐으나 예전과 다르게 매출액이 뚝 떨어졌다”면서 “지난 추석 때에는 한우 9마리를 도축했으나 올 설에는 7마리 정도만 도축할 예정”이라며 “고객들이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제역 때문이냐고 묻자 “다들 돈을 안 쓰기때문이고 그만큼 불경기 탓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영 발전에서 왔다는 강 할머니(82)는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에 왔으나 값이 비싼지 싼지 처음 와서 잘 모르겠다”며 “자식들이 눈 때문에 올지 안 올지는 몰라도 자식 오는 것을 싫어할 부모는 없는 법이어서 먹거리도 사기 위해 왔다”고 말해 재래시장은 노인들이 명절 때면 찾아가는 곳으로 고정관념이 박혀 있음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 슈퍼와 한약재료 등을 파는 한 상인은 “과거에는 노인들만 찾는 재래시장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젊은층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부부동반으로 찾아오거나 행사를 할 때면 재래시장을 찾는 일이 부쩍 많아져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겨울철에 춥고 여름철에 덥기 때문에 일반 마트와 비해 경쟁력이 뒤질 수도 있지만 재래시장 신축 후에는 확연히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각 가게마다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상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면서 “고객들도 한 눈에 물건을 비교할 수 있어 좋은 물건을 구입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젊은 층까지 선호하는 재래시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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