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라는 것이 잘 빗어 올려 동백기름 발라놓은 새색시의 낭자머리처럼 자르르 티끌 하나 없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음 따라 가는 길
김선식 수필집 / 예원 / 10,000원
점 하나가 덜 찍힌 저 놈은 촘촘한 행간으로 슬쩍 꼬리를 감추고, 또 제 짝 대신 엉뚱한 놈과 붙어 있는 요 놈은 짐짓 앞 자의 뒤로 숨어들어서는 ‘헤헤, 모르겠지? 안 보일 거야.’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러나 왜 ‘活字’라고 썼는지 짐작이 간다. 활活. 이리저리 종종걸음 치는 병아리들처럼 이놈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살아서 펄펄 뛰며 나를 바보로 만든다.
단편소설 한 대목을 읽는 느낌이다. 그만큼 활자와 함께 생활을 해왔다는 저자의 직업을 말해 주고 있다.
··· 그런데 내가 교정이 어렵다고 말한 것은 오탈자를 잡아내는 것만이 교정을 보는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원고와 일치한다 하더라도 원고 자체가 안고 있는 한글맞춤법에 관한 문제라든가 어휘 선택과 문법, 문장이나 문맥상의 문제, 문장부호 하나에 이르기까지 교정에서 다루어야 할 것들이 원고의 모든 부분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리라.
저자는 출판사란 특수한 직업인이다. 그러기 때문에 원고가 들어와서 책이 나올 때까지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딱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상담, 기획, 원고독촉(!), 편집, 조판, 교정, 인쇄소나 제본소 출입, 출고, 우편 발송······ 저자가 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교정을 보는 일이라고 고백하면서 늘 다른 글이니까 볼 때마다 새롭고, 그래서 노상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저자는 문단에 이름 석 자를 내건 지도 벌써 20년. 그동안 출판사를 경영하면서도 남의 책은 수없이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책은 만들지 못했다. 얼마 전 고등학교 은사님의 권유로 뜻을 굳힌 저자는 자신이 겪어온 일상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46편의 수필을 묶었다. 특히 선타후아, 줄탁동시 같은 글은 저자가 아들의 혼인 마당에서 아들과 며늘아기에게 한 말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일 혼례식은 주례를 따로 모시지 않고 양가의 어른들이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내려주는 것으로 대신한 내용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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