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책을 읽고
조 봉 현 (부산거주 강진출신)
우연히 고향 선배님으로부터 고향의 현직 군수님이 쓰셨다는 이 책을 얻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 온지가 30년이 넘어 이제는 지금 사는 곳이 고향에서 살았던 때보다 긴 세월이 되었으니 고향도 잊혀질만도 하련만은 나이가 들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강진군이라는 말이 들어있으니 고향소식도 접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지금 고향의 군수님이라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고,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교수를 하셨던 분이라서 어느 지역의 단체장보다도 학식이 높으실 터이니, 그분의 책이라면 읽을거리도 많겠다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가져온 즉시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처음부터 나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고, 고향지역 공무원들의 고향 발전을 위한 피나는 노력으로 해서 감동을 느끼게 되었으며, 군수님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철학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칼럼에서는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감동과 교훈의 연속으로 그 책은 집에 데려온 첫날밤에 그렇게 내 밤잠을 모두 빼앗아 가버렸다.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은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두세번 읽어보기도 했다.
요즈음 어느 지방이건 농촌에서는 특별한 산업시설이 없는 한 인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그러한 현상이 유독 호남지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다 보니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지만 그중에서도 내 고향 강진은 전국 234개 기초지자체에서 230위 수준이고 재정자립도가 221위라는 설명에서는 눈물이 날 만큼 서글펐으며, 객지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고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쩐지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강진은 주력산업이 쌀농사이고 여기서 얻는 총수입이 80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제조업 등 기업체가 많은 지역에서는 중소기업 하나에서 이러한 매출액을 올리는 경우도 참 많은데....
그러한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저자인 황주홍 군수님을 비롯한 강진군 공무원들의 피나는 노력은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강진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도시에 사는 출향인사들은 물론, 아파트 단지나 구내식당, 건설현장까지 찾아다닌다고 한다. 대구면에 근무하는 김재이라는 공무원은 강진쌀 홍보를 위해 자기가 받는 박봉의 5%씩이나 투자하면서 부인이 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판촉물로 활용고 있다는 소개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나도 앞으로는 고향에서 나는 특산품을 판매하고 홍보하는데 좀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언제부터인가 명절에 여기저기 선물할 때 강진산 메생이 셋트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청정해역인 내고향 특산품이라고 소개를 했더니 참 반응이 좋았다. 몇몇 식당에도 추천을 했는데, 호평을 하면서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겨울철만 되면 TV 방송에서도 가끔 매생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그러한 특산품을 홍보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강진군 직원들이 강진쌀 홍보에 그 정도로 공을 들인다면 그 책에는 안 나왔지만 매생이가 같은 특산품 홍보에는 오죽하랴만...
강진군은 이처럼 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쌀판로 지원 외에도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집중개발을 통하여 전국규모의 각종 대회유치나 많은 동계훈련팀 유치 등으로 전국의 3대 스포츠 메카로 키워냄으로써 음식 숙박업 등 관련 산업의 급성장을 유도한 사실 등은 다른 지역에서 모델로 삼을만한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강진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다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게 되었고, 실증적 사례로 연간수입 1억원 이상이 되는 부농 숫자가 도내 17위(2005년)에서 2위(2008년)로 올랐으며, 2008년 출산율 1위라는 기적적인 기록이 나타나기도 했다. 출산율에 관해서는 2.21명으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군수님의 표현대로 국가적 차원에서는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구감소가 특히 두드러지는 농어촌 지역에서 전국 1위를 했다는 것은 강진군으로서는 치적 중에 치적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된다.
강진군에서는 경제분야는 물론 국가적 화두인 공교육 살리기와 미래인재를 육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도 남다른 관심과 투자를 통하여 뚜렷한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강진에서 장학금 100억원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지역주민들의 합심은 물론 출향인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을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교욱에 대한 투자는 곧바로 효과로 이어졌다. 수도권대학 진학자 급증 및 서울대 합격자의 지속배출과 타지역 대비 비교우위 등은 뛰어난 성과라고 생각되었다. 서울대 합격자수가 교육의 성과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부산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젊은 시절 20여년간 야학을 운영하는 등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공헌 대상을 받은 적이 있는 나로서는 평소 서울대 합격자 수를 학교나 학원들의 교육성과지표로 인식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서울대 합격자 수만으로는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강진군의 이러한 결과는 교육투자 효과의 실증적인 사례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저자인 황주홍 군수는 이 책의 제목에서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황군수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 특별위원장’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 전국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맡아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황군수의 주장과 확고한 신념에 대해서는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
기초단체 인사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나름대로 논리와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온갖 공천 비리와 정치 부패의 온상이고, 지방자치의 본질인 주민자치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한마디로 망국적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인으로서 광역단체장이나 중앙정치에도 뜻을 세우고 있는 분으로서 현재 및 향후 미치게 될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진정으로 국가발전과 국민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는 황군수님의 모습은 참으로 경탄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이 현직군수가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있었던 군수자신과 공무원들의 노력과 사례 및 성과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뛰어난 학자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인생의 지침이나 지혜가 될만한 훌륭한 교훈들이 참으로 많이 실려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활에 있어서도 반성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인의 독서량 세계 166위고, 일본의 1/7이라는 사실은 나에게도 준엄한 꾸중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스포츠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교역량이 서계 선두권을 기록하면서 우리가 마치 선진국 국민인양 착시현상에 빠져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일본보다 올림픽에서 메달 몇 개를 앞지르며 환호하는 사이, 평화상을 제외한 노벨상 수상자수는 12:0이 되었다. 우리 민족의 자질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민족을 어리석게 보이게 하고 가장 부지런한 민족을 게으르게 보이게 한다는 한국인, 나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우수성을 들을 때마다 우물안 개구리의 자화자찬으로 생각했는데, 저자가 미국사회에서 자주 들은 말이라고 하니 한국인이 성격이 아닌 자질로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민족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질이 우수한 한국인이 진정한 선진 국민으로 거듭나고 경제적 번영을 함께 이어갈 수 있는 확실한 지혜와 해답을 제시하였다.
특히, ‘6시 이후를 선진화하라’는 가르침은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지혜로 다가왔다.
자기개발 보다는 흉보는 시간이 많은 한국인, 미래지향적?연구지향적?생산지향적 모임보다는 연줄찾기와 과거지향적이고 소비지향적 모임에 목을 매는 한국인, 발렌타인 한 번 안 마셔 본 교수가 드문 한국과 발렌타인 한 번 마셔본 교수가 드문 일본, 신문의 1면에 날마다 책광고가 등장하는 일본과 그렇지 않는 한국, 어디 일본과의 비교뿐인가?
저서에서는 한국이 세계 4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라고 하는데, 세계 25위의 인구를 가진 한국이라면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에서 확실한 1위가 되지는 않을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한국,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한국,‘여름엔 가디건, 겨울엔 반팔’이라는 말이 도는 한국의 현실에서 목욕물도 재활용하는‘선진국 사람들의 쩨쩨함을 배우라’는 황군수의 가르침은 우리가 이제까지 일구어 놓은 우리의 번영을 지키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데 귀중한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저서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52년째 무분규를 기록하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와 19년 연속 파업을 기록하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보통 진보적이고 야당적 성향의 지도자들은 노동단체의 일부 과도하고 무모한 투쟁활동에 대해서 정치적 이해득실만 생각하여 가급적 입을 대지 않으려 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개발시대 지도자의 공과에 대해서 공은 애써 무시하고 과에 대해서만 민족의 공범수준으로까지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최근에는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까지 이러한 발언을 하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어서 이러한 것이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저자의 확실한 균형감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인용한대로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대기업 경영진의 이익을 감소시키기 보다는 그 대기업의 협력업체 등 영세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감소시킨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실제 산업현장에서 수없이 봐 오고 실감했던 나로서는 노동단체의 일부 잘못된 행위에 대한 황군수의 따끔한 질책이 고맙게 느껴졌다.
고도의 경제성장기에 받았던 개발소외의 피해를 지금까지 고스란히 받고 있는 지역의 지도자로서 박정희 대통령도 어쨌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진짜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한 부분에서도 대국적이고 균형감각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상을 느끼게 하였다.
각종 축제에서도 최대한 무대등장을 사양하고 격식을 줄이는 실천과 함께 ‘바다가 자세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항상 겸손하라’는 성현의 말씀과 같은 가르침은 자기과시, 인종차별, 불친절, 항상 내가 옳다는 아집 등 단점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 훌륭한 메시지로 전해왔다.
저서에서는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남에게 피해주지마라고 가르치는 일본, 항상 정직해야 하고 세금을 꼭 내야 한다고 가르치는 미국, 오로지 학교 성적표와 일류대 진학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실천하는 것을 학부모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한국, 이러한 부모들의 교육관 비교를 통하여 국가적 장래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되새겨봐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나는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황주홍 군수님의 저서를 통해 고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세상을 살면서 되새겨봐야 할 여러 가지 교훈들을 얻게 되었다. 또한 저서를 통해 그로벌 에티켓이나 그로벌 스탠다드 등 세계인으로서의 지식을 얻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낙후된 고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철주야 애쓰고 많은 성과를 올리고 계시는 군수님과 모든 공무원들에게도 아낌없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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