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과 강진의 화재
박주익(시인,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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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재의 상징인 국보1호 숭례문이 방화에 의해 소실되어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다. 논란의 초점은 문화재청의 목조문화재 관리 소홀과 초동 화재진압 실패가 문제였다. 덕분에 문화재청은 새 정부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고 소방당국도 문화재 화재시 적극적인 진압작전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역사적인 건축물의 화재는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진행되어 왔다. 최근 주요 화재사례로는 2003년 3월 전남 구례 화엄사가 원인미상의 화재로 일부 소실되었고, 2004년 무안 약사사 지장전이 정신질환자의 방화로 인해 금동지장불 500불과 칠성탱화가 피해를 입었다.
2005년 4월에는 강원도 양양산불로 낙산사가 불에 탔으며,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의 방화, 2006년 5월 수원 화성 '서장대'의 방화, 2008년 2월 국보 제1호 '숭례문' 화재로 이어졌다.
잘 알다시피 목조는 한번 불이 붙으면 인위적으로 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진화 후에도 불에 그슬린 목재는 재사용할 수 없고 원상태로 복원하기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목조건축물의 경우 지붕을 흙과 기와를 덮었기 때문에 연기가 빠져나기지 못하고, 천정 안에서는 축적된 미세 먼지와 분진 때문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쉽게 소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가장 좋은 진화방법은 지붕에 구멍을 뚫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해내는 방법이다. 그러면 열연 형성대가 수평으로 건물을 감싸고 있다가 수직으로 배출되어 비교적 쉽게 진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숭례문의 경우 워낙 국보1호의 상징성 때문에 쉽게 이러한 공격적인 소방활동을 하는데 지체가 되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목조건축물 등의 문화재를 화마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소방용설비로는 초기 대응이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우 대기가 유동적일 때 건축물 외부의 화염은 조기에 발견할 수 없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경우도 모니터에 의한 상시인지 감시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한번 지나간 영상은 사후에만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감시카메라의 영상에 찍힌 화염 등의 상승규모, 속도를 분석해 화재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경보를 울리어 화재인지를 처리한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첨단의 영상처리시스템을 갖춘 감시카메라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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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구한 역사와 문화자원을 지닌 우리 강진고을의 문화재와 민가의 화재는 어떠했을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진지역도 국가적인 변란과
자연재해로 인한 화재 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고려 말 진각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월남사는「무위사사적기」에 의하면 ‘월남사는
임진왜란(1592년)때 왜구의 침략에 의한 화재 등으로 폐찰되었다’고 전한다.
신라 말 원효(元曉)가 창건하였다는 국보 제13호 무위사는 ‘1555(명종 10)년 태감(太甘)선사가 네 번째 중창하여 무위사라 하였으며 건물이
30여 채․암자는 35개소였는데 그 후 화재 등으로 축소되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남아 있는 당우는 극락전과 명부전 및
요사(寮舍)뿐이었는데, 1974년 벽화보존각·해탈문·분향각·천불전·미륵전 등을 중건하면서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탐진만을 접한 만덕산의 백련사도 고려 말 120년간 8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할 정도로 번성하다가 고려 왕조의 쇠락과 왜구의 노략질로 한 때 문을
닫았다가, 임진왜란 이후 행호(行乎) 스님에 의해 중창되어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대체로 소중한 목조건축물 등이 불에 탄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전후, 구한말 개혁운동, 일제강점기 민족정기 말살정책, 해방 후
6․25사변을 전후해 막대한 물적 피해를 동반한 문화재의 수난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조선 승정원일기 등에 기록으로 나타난 강진고을 재난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조 13(1635, 임술)년 9월 15일 조회시
“풍재(風災)로 강진성루(康津城樓)가 전복되어 관해(官廨, 관아)도 무너졌으며, 산에는 온전한 나무가 없고 들에는 완전한 벼가 없으며
나쁜 물이 계속 흐릅니다. 밭곡식도 텅 비어있고 해변 고기잡이배들도 뒤집혀 나라에서 휼전(恤戔)을 베풀어야 합니다” 라고 문신 정기광이
아뢰었다.
1899년 5월 8일에는 관찰사 민영철의 보고에 의해 ‘康津郡 화재피해가구 144호의 소사인(燒死人) 7명에 대한 구휼금으로 칠원오십전을 지급해야
한다’는 탁지부의 청의서가 있고, 1900년 5월 14일에도 강진군 수재가구 36호에 구휼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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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조선후기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남긴 기록을 보면 ‘경오(1810)년 7월 28일 큰 바람이 남쪽에서 일어나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렸다.
바다에 이르자 파도가 산더미처럼 거칠게 일었다. 물거품이 공중에 날아 소금비가 되어 산꼭대기까지 이르렀다. 해변의 곡식과 초목이 모두 소금에 젖어
말라죽어서 농사가 크게 흉년이 들었다. 또 이듬해 그날도 바람의 재앙이 지난해와 같았다. 바닷가 백성들은 그 바람을 처녀풍(處女風)이라고 했다’는
풍수해 상황과 남당포(남!
포) 마을의 화재 기록이 전한다.
근대 1909(기유)년 칠량면 구로마을에서도 ‘화재로 40여 호가 전소되어 인근 동백리 민가로 피신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재해나 화재는 언제
어디서를 막론하고 발생할 수 있다는 실례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진황」편에서 재해가 났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흉년이 들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곡식을 저축하고,
창고 안에 있는 식량의 양을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백성을 구제하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첫째는 시기에
맞추는 것이며, 둘째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구휼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목민관은 집을 잃은
백성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재해에 대한 구제가 끝나면 백성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만일 닥쳐올 재해를 대비해 다시 한번 새겨 보아야 할 선인들의 지침이 아닌가 싶어 옮겨보았다. 마지막으로 다산이 본 조선 후기 민생의 풍경과 다산의
내면 풍경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굶주리는 백성｣
다산 정약용 지음
너른 들판엔 늦가을 바람이 매서운데
해 저물녘 슬픈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재(私財)로 백성을 구휼한다기에
백성들이 관아 문으로 줄지어 가
우러러 끓인 죽 앞으로 나서네
개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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