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문 인생교양칼럼35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 (因緣)
이형문(수필가·영랑기념사업회자문위원)
일본의 지진과 해일을 보면서 인간의 목숨이 한낮 풀잎에 이슬임을 실감했습니다. 이 광활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결국 조무래가 존재에 불과하지만, 하느님의 무한한 은혜와 자애로운 충만 속에 오늘도 무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마치 우리 인간은 언제나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연약한 존재면서도 생명의 존귀함과 회망 속에 내일을 기약할 수없이 그저 오늘도 서로 당신과 만나고, 이별을 하면서 한 생을 살아갑니다.
한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엉뚱하게 뒤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냥 만나는 것 같아도 따지고 들어 가 보면, 깊고 깊은 인연 따라 맺어지고, 인연이 다할 때 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부부간의 인연은 전생에 3천 번 이상 옷깃을 스친 만남의 인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인연은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씨앗을 남기나, 악연(惡緣)의 경우 끝까지 따라 다니며 괴로운 결과를 남긴다고 사실입니다. 이 뜻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이 됩니다. 물고 물리는 악연인 경우 마지막에는 죽고 죽임을 거듭한다는 원한관계인데 한 예로 전생에 선대에서 남의 재산을 말아먹고 상대에 피눈물나게 한 그런 사람은, 자기 생애 중에나 그 업보 (業報 )가 자기 후대에서 수십 곱배기로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망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그 의미를 삼세인과연 (三世因果緣)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 그에 비교되는 오비이락 (烏飛梨落 )이란 말이 있습니다. 즉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유머 같은 이야기 입니다. 그 이야기의 줄거리는 산돼지 한마리가 화살에 꽂힌 채 피를 흘리며 지나가는데 사냥꾼이 때마침 그곳으로 지나가는 "지자대사"분에게 묻기를 혹시 피 흘리고 지나가는 산돼지 한 마리를 보지 못 했는냐고 물었을 때, 대사분은 대답대신 "업보(業報)로다" 라고만 중얼거리며 갈 뿐이었습니다. 그 까닭의 이야기는 삼전생(三前生)에 얽힌 사실을 풀어보면, 까마귀가 배나무에서 배를 쪼아 먹다가 나르는 순간 나무가 흔들려 배가 밑으로 떨어졌는데 때마침 땅에 있던 뱀이 머리에 맞고 그냥 그 자라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죽게된 뱀이 돼지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뱀을 죽이게 한 까마귀는 죽은 후 꿩으로 태어났습니다. 꿩이 숲숙에서 알을 품고 있을 때 돼지라는 놈이 칡을 캐 먹다가 돌이 굴러 떨어져 꿩이 죽고 말았습니다. 다시 꿩이 죽은 후 사람으로 태어나 사냥꾼이 된 후 그 돼지를 활로 쏴 죽이려는 물고 물리는 삼생사의 인과관계를 지자대사가 훤히 내려다보면서 악연은 악연을 낳는다는 비유를 한 법문 속에서 인용한 예인데 ,이 사실의 뜻을 사냥꾼에게 조용한 때 다시 만나 말을 하여주니 깊이 깨닫고 다시는 살생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한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가 자기 분복을 찾으려고 분에 넘치는 짓들을 하다가 결국 원한을 사게 되고 맙니다. 가지면 더 갖고 싶고, 먹으면 더 먹고 싶은 게 사람의 과욕입니다. 채울 때도 없는데 자루가 터지도록 쑤셔 박아둬야 직성이 풀립니다. 우리는 적당히 마음 그릇에 담아두고 사는 행복을 잊고 살아갑니다. 흥부 같은 그런 삶으로 우리 인생길을 비우고 사는 마음을 동참 시킨다면 서로 물고 물리는 그런 슬퍼지는 삶은 없을 것이라 생각 해 봅니다. 행복은 서로의 격려로부터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은 독불장군으로는 살지 못합니다. 서로 기대 살아가기 마련이지요. 인간에게는 마음을 조절하는 누구에게나 자동 조절장치라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사는 속에 존중감이 생겨나지요. 인생살이가 서로 얽힌 인연 때문에 그 고통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감내해야하는데 이는 곧 절대 남에게 피눈물 맺히는 짓만은 말아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 이유는 전생에 지은 복 (福 )은 금생에 받고, 금생에 지은 복은 자기 후손에 받거나 내 자신이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래와 내생이 죽어서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손이 나의 미래요, 앞으로 내가 살아 갈 날들이 곧 내 생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생명 일지라도 살생은 하지말고, 상대에게 좋은 사랑과 인연을 남기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오비이락의 교훈이었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지은 업보는 자기가 받고, 자신이 뿌린 씨앗은 자신이 거둔다는 뜻도 됩니다. 결국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업을 지으면, 악한 과보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지요. 한 세상은 짧으면서도 긴 구비 길의 여행입니다. 지금 내가 닥쳐있는 현실의 위치를 잘 판단하여 바른 삶의 점수를 따 가는 바른 정신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 곁에 쓰러져 힘없이 넘어진 그 사람을 위해 따뜻하게 내미는 아름다운 손이 되어야 하겠지요. 남을 돌볼 땐 절대 자랑하거나 표시내지 말고 조용히 덕(德)을 심어두고 덮어둬야 좋은 씨앗으로 성장됩니다. 그것이 자기 후손들이 복을 받는 길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지리 못생기고 무식한데도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아주 잘사는 부잣집을 깊이 드려다 보면,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속을 썩이고, 애만 먹으며 일이 꼬여 잘 풀리지 않고, 거기다 자식 놈들까지 속을 뒤집어 놓는 얽히고, 설킨 사정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많이 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졸부가 된 부자들 자식은 교육을 급하면 돈으로 땜질하고, 불로소득만 가르치기 때문에 으레 돈 주는 부모라는 의존주의적 심리로 자라나, 나중에는 그 부모 본(모습)을 보고 한탕주의나 부정으로 돈 모우는 법등 부모 공경심 마저도 없어 져 버리고 닮아가 나쁜 길로 빠져 구제받지 못하고 맙니다. 모든 것이 부모가 남긴 나쁜 업보 때문이지요. 우리는 한 생을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강물이 바다를 만나게 되듯 흐르고 흘러 영원한 생명의 고향,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하겠기에 깨끗한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러자면 없이 살아 갈 망정 양심에 꺼리 끼지 않는 떳떳한 삶이어야 하겠지요. 천국이나 극락세상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른 삶의 점수를 많이 따 둡시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