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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가 이번에 안 열리는 이유는?
<영랑 유가족 대표 김현철씨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
본보는 영랑문학제를 며칠 앞두고 때마침 미국에 머물고 있는 영랑 선생 유가족 대표 김현철씨(영랑현구문학관장)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왜 이번 문학제에서는 '전국시낭송대회'를 개최하지 않게 되었는지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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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강진 고을신문입니다. 이번 문학제에 시낭송대회가 없어진 것으로 압니다만 그 이유 및 뒷얘기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는 전국 대회이지 강진 지역대회가 아닙니다. 3년 전부터 전국대회라면서 전국의 시낭송대회 참가 희망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강진내 거주자들에게나 알려진 이제(3년 전)' 창립된 '울림시낭송회'(이후 '울림시')가 전국시낭송대회를 주관한다고 나선다면 25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국 조직의 '재능시낭송회'(이후 '재능시') 등 다른 큰 단체 회원들이 볼 때 '새까만 후배'들이 주관한다고 얕잡아 보고 대부분이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에 참석을 거부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할 것입니다.
실제로 작년 대회 때 응모 마감 1주일 전까지도 강진 이외 지역의 응모자가 없어서 주관자(?) 측은 당황했고 며칠 후 장흥 거주 '재능시' 회원이 주변의 몇 분을 응모시켜 대회가 성사 되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가족 대표로서 전국대회를 한다면서 강진 지역 대회처럼 신생 단체가 대회를 주관하게 되면 전국의 오랜 경력을 지닌 전국의 시낭송 대선배들이 참가하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영랑선생의 위상에도 문제가 생기니 그러지 말고 강진에 있는 '울림'과 '시사랑' 등 두 시낭송 단체의 대표들이 모여서 자기네 단체 이름은 일체 쓰지 말고 그냥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영랑기념사업회' 이름으로 주관을 하게 되면 외부 큰 도시의 응모 희망자들도 자연스럽게 응모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두 단체 대표들의 합석을 권유했던 것입니다.
영랑기념사업회 측이 두 단체 대표를 모으려 했더니 그 중 한 쪽이 '그 사람들과는 한 자리에 앉아서 말도 하기 싫다'는 자세로 일관해서 결국은 이 또한 무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기에 강진군 담당자들과도 이미 작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협의했고 드디어 금년에도 한 쪽 단체가 계속 자기네 단체만 시낭송대회 일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서 아주 시낭송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유가족으로서도 차라리 전국의 시낭송가들에게 영랑의 이미지를 또다시 실추시키느니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Q ; 강진의 '울림시' 낭송 단체 회원 중 일부 인사들은 유가족이 '재능시' 사람들을 편애해서 문제라고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A ; 역사가 깊어서인지 시낭송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분들이 '재능시' 회원들이 대부분임은 전국의 시낭송계에서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나 역시 사적으로는 실력이 좋아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실력자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전국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실력자들이니 그 분들이 '영랑시'를 낭송해서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가족의 소박한 희망일 것입니다.
강진에서는 이미 '울림시'가 탄생했기에 구태여 '재능시' 사람들을 끌어 들여 강진에서 열리는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에 개입 시켜 갈등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를 '재능시'에서 맡아 해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없고 그러한 뜻을 내 입으로 밝힌 적도 전혀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울림시' 일부 회원들의 추측성 발언이 아닐까요?
Q ; 정지용 문학제의 경우 전국시낭송대회의 주관자가 ‘재능시‘로 알고 있는데 강진에서도 어느 시낭송협회가 주관자가 되면 안 될까요?
A ; 조금 전에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재능시’는 우리나라 시낭송계에서 가장 큰 전국조직을 가지고 있는 25년의 전통을 지닌 최고참 시낭송 단체로 정지용문학제는 처음부터 전국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재능시’를 주관자로 지정해서 매년 전국시낭송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만일 '울림시'가 강진에 없었다면 '정지용문학제'처럼 '재능시'를 주관자로 위촉했을지도 모릅니다만 강진에 '울림시'가 태동해 버렸습니다.
‘울림시‘가 탄생하자마자 주관자인 영랑기념사업회가 울림시를 주관자로, 즉 두 단체가 주관자로 등장해서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러니 강진 이외의 전국에 역사 깊은 시낭송 단체의 회원들이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의 주관자가 듣지도 못했던 '울림시'라고 했을 때 '영랑시낭송 전국대회'의 품위를 어찌 보았겠습니까? 그 때부터 유가족 대표인 저는 차라리 ’영랑기념사업회‘가 주관자로 되어 있으니 이제 생긴 ’울림시‘를 전국대회의 주관자로 내놓아 품위를 인정받지 못 할 바에는 그냥 애당초의 주관자인 ’영랑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다른 단체의 이름을 주관자로 내세우면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주관자란 어느 행사건 하나이지 두 개 단체가 주관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공직 생활을 해 본 분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영랑문학제의 경우 주최는 강진군이고 주관은 어디까지나 '영랑기념사업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단체가 이 대회를 주관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한 행사에 주관자가 둘인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이미 영랑 유족 대표로서 2년 전부터 이의 옳지 않음을 지적해 왔습니다만 조그마한 강진에서의 주도권 다툼 때문인지 '울림시'가 끝내 자기 단체를 주관자로 자처하고 행사를 두 차례나 강행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네가 주관자를 자처하고 고집대로 대회를 치른 것이지 유가족은 이를 단 한 번도 옳다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물론 원 주관자인 영랑기념사업회가 세련되게 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작년 대회 때도 '울림시' 간부 두 분이 행사 1주일 전, 저를 찾아왔을 때, 저는 주관자인 '영랑기념사업회' 이외의 단체가 '영랑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의 주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30여분 동안에 걸쳐 간곡히 설명했습니다만, 끝내 이들은 유가족이 모르는 소리라는 자세로 저를 거꾸로 설득시키려 했습니다. 결과는 자기네 뜻대로, 자기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랑기념사업회' 주관 '전국영랑시낭송대회'를 자기네 '울림시'가 실질적으로 주관함으로써 유가족들을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Q ; 영랑 선생의 유가족으로서 강진군이나 군민들에게 바라는 얘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 저는 처음에 강진에 와서야 왜 군에서 그토록 유가족이 강진에 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지를 알았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몇 개월 전 어느 일요일 날, 영랑생가에 서울 문인협회 사람들이 수십 명 방문하니 나와 달라는 부탁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 왔습니다. 일반 관광객들과는 달라서 시 해설 같은 것도 필요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안종희 당시 해설사협회장님의 소개로 제가 나서서 인사를 하자 반갑다는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생가에 얽힌 이야기, 영랑 선생의 인간적인 삶, 시가 탄생한 곳 등은 물론 시비에 새겨진 시들을 간단히 해설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안내 했고 이들 문인들의 질문에도 성의껏 아는 대로 답변해 드렸습니다.
그 후 이 분들이 떠날 시간이 되자 인솔자는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데 이 분들은 계속해서 내 주변을 맴돌면서 악수를 하고 명함을 주고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섰습니다. 몇 몇 가까운 분들끼리 그룹을 이뤄 사진 찍느라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중 몇 분은 "그동안 전국 각 문학관과 생가를 거의 다 돌아 봤는데 영랑생가가 최고였다"고 칭찬을 해 줘 내심 놀랐습니다. '이토록 이분 들이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내 발길이 가벼웠습니다.
결국 강진군은 제가 예뻐서가 아니라 제가 강진에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강진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가 지금 군이나 군민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꼭 한 가지 영랑의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아버지 영랑의 명예에 먹칠하는 일만 말아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런 일이 만일 생긴다면 지금 시낭송대회의 문제처럼 영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냥 좌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진 발전 저해 요소라는 같은 맥락에서, 난립하고 있는 단체들의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말은 '선의의 경쟁' 때문이라면서 속을 들여다보면 문인 한 분이 한 단체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복수의 단체 회원으로 여기 저기 가입되어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패거리 정신에 입각한 주도권 내지 감투 욕심으로 불과 4 만여 인구의 강진에 문학 단체가 두 개도 아닌 무려 네댓 개나 난립하고 있는 사실 등이 강진의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면 고향의 역사에 죄를 짓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 모양 강진 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다 넓게 전국적인 시각으로 아니 세계적인 안목으로 눈을 떠서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길 때 비로소 일부 지도급 강진군민들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도토리 키 재기’식의 자신들의 언행이 부끄러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강진 내 고향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조그마한 강진 안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경쟁을 생각할 때 강진 인사들끼리는 자연스레 공동전선이 형성돼 똘똘 뭉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난립해서야 타 지역과의 경쟁에서 백전백패의 결과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강진을 타 지역과 견주어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영랑의 고향 강진'이 아닌 이웃 장흥에서 ‘전국문인대회’가 열리는 현실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아는 강진의 문인이 몇 분이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강진의 문인 등 문화인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강진 군민들 중 많은 분들은 올바른 군 당국의 시책에 호응하는 것이 곧 내 살림을 늘리는 길이라는 확신으로 성실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사적 감정을 내 단체의 것으로 확대 강화시켜 다른 단체와 불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내 고향 전체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현숙 기자 ; 오랜 시간 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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