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지금은 초고령화 시대(구구팔팔이삼사 인생-구십구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 아프고 삼일째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뜻)
강진고을신문에서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강진 고을에 거주하시는 연세 많으신 분들을 찾아갑니다. 그 분들의 삶을 조명해 보면서 콧등을 아리게 하는 그 뭔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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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감도 떨어지고 생감도 떨어지는데
사십이면 어떠하리 팔십이면 어떠하리
인생길 가는길에 순서가 따로 있나
세월이 좋다 보니 아흔도 팔팔해
이팔청춘 부럽지 않는 구구팔팔 인생
살아가는 그 날까지 구구팔팔 만세
새 봄도 아름답고 겨울도 아름다운데
젊음도 늙음도 모두가 멋이더라
인생길 먼저가면 누가 나를 대신해
세월이 좋다보니 아흔도 팔팔해
이팔청춘 부럽지 않는 구구팔팔 인생
살아가는 그날까지 구구팔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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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칠량면 송로리70번지
차월례 할머니(99) -칠량면의 최고령자
어차던지 늙던지 죽던지 그 집만 지키고 살라는 맘 뿐이제, 뼉다구를 지켜야제
강진읍에서 국도23호선을 타고 목리교와 군동면 삼신 삼거리를 지나면 송산마을이 나온다. 송산마을에서 다음마을인 구로마을로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재를 속칭 ‘돌아배기재’라 부른다. 지금은 포장도로에 불과한 이 재에는 3종류의 전설이 구전되고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우리나라 광포전설인 달래강전설이다. 무더운 여름 날 과년한 누님과 총각인 동생이 함께 이 고개를 넘다가 소나기를 맞아 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비에 젖은 누님의 모시옷이 온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가던 동생은 자기도 모르게 불끈 성욕이 솟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한 번 일어난 성욕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그러자 동생은 부끄러움을 못 이긴 나머지 자신의 성기를 바위에 놓고 돌로 쳐 죽고 말았다. 이를 모르고 앞서 가던 누님은 동생이 뒤따라오지 않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 끔찍한 참상을 목격하고는 통곡하며 “에라, 이 못난 놈, 한 번 ‘도라고’나 해 보제”라고 한 것이 나중 에 ‘도라뵈기재’ 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러한 전설을 떠올리며 송산마을에서 평생을 사셨다는 차월례 할머니를 만났다. 올해로 백수인 차할머니는 매일 아침 송산회관 경로당으로 출근하여 동네 할머니들과 하루를 보낸다. 시성 두보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하여 인생 칠십을 넘기가 드물다고 하였지만, 회관 경로당에 모여 낮잠을 즐기고 있는 예닐곱 명의 할머니들은 모두가 80세를 넘었다. 이처럼 현대 의술의 발달은 나이 70을 90으로 고쳐야 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면 인간의 수명이 1백5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에 각자 준비된 노년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할머니는 20살에 장흥으로 시집갔다. 그러나 몇 년 되지 않아 시부모와 남편을 동반하고 다시 친정동네로 돌아와야 했었다. 4형제 중 둘째였지만 시댁형편이 여의치 못했던 탓이었다.
“둘렸제,.”
대뜸 둘렸다는 표현을 하신 것을 보니 15살이나 많았던 남편이 그리 편하게 해주진 않은 모양이다.
“어차던지 늙던지 죽던지 그 집만 지키고 살라는 생각뿐이제, 뼉다구를 지켜야제.”
가난한 선비였던 남편은 일이 서툴렀다. 일을 한다고 해도 늘 맘에 들지 않았기에 차할머니가 나서서 해놓아야만 맘이 놓이곤 했다. 일제시대에 일본사람들이 막은 간척지 논으로 근동 마을 사람들이 논농사에 많이 종사했다. 그렇지만 많은 곡식들을 일본으로 가져가 버렸기 때문에 때론 굶기도 하고, 쌀죽재(현미겨)나 콩깻묵, 쑥을 삶아서 먹고 살기도 했다.
“우리 조선사람들은 안뺏길라고 그랬는디, 일본사람들 겨갔응께 우리가 이겼제. 그래도 일본사람들이 나쁜짓하고 가진 않았어.”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슬플 새도 기쁠 새도 없이 살았다는 차할머니다. 자신은 고생하고 살아도 자식들만은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잘되기만을 원하며 살았다고 한다. 86세까지 살다 간 남편에 대해서는 잘한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다 하시면서도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신다.
“아니 글 안혀 절대로 이삐안해, 아이고 나 거짓말 안혀, 한 번 그 가문에 매였능게 도리대로 하고 살어야제,”
이웃에서 가깝게 지내는 차남선(90) 할머니가 옆에서 좋게 살았다고 거들자 목소리를 높이셨다.
“ 보고잡으기 보다는 안보고 잡으네. 안 보고잡도 안허고, 보고잡도 안허고······”
처녀 때는 아버지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으며 술은 지금도 나쁘지 않게 하신다. 담배는 40대부터 이십여 년 간 피우다가 끊었다며,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남편이 담배를 많이 피워 조금씩만 피우라고 해도 계속 피우기에 할머니도 담배를 피웠다는 거였다. 그렇게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이십여 년 간 피우다가 막상 끊으려니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별것이 다 먹고 싶고 무단히 성질나고 부화가 나······, 괜히 피워가꼬 그랬제, 안 필라고 결심을 한게 끊었제,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못 끊을것이 담배여.”
2남2녀를 두어 지금은 큰아들 부부(김복술69, 노희임63)와 살고 있다. 밥숟갈에 고기를 얹혀주는 아들은 자신이 낳은 아들이지만 며느리는 다르지 않느냐면서, 지금껏 장수하는 이유는 그동안 맘 한번 상하게 하지 않는 큰며느리의 효도 때문이라며 큰며느리를 칭찬했다. 평생 밥은 소식을 하였으며 음식은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드신다.
가난한 선비에게 시집가서 빈털터리 되어 시댁식구들을 등에 업고 친정고향으로 돌아온 차할머니는 손가락이 갈퀴처럼 되듯이 일을 하였다.
“자식들 낳아서 잘 키우고 가르칠라는 맘 뿐이제, 무단히 내 육신 놔두고 거지노릇 할 수 없고, 넘한테 억지피해 안주고 오직 내 육신 움직여서 살라는 맘여.”
자신의 뼉다구는 녹아나도 시댁의 뼉다구를 더 소중히 생각했던 차할머니다. 오로지 자기 한 몸 희생하면 모두가 편안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온 차할머니. 스스로 복인이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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