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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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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퀴리를 생각하다
김현임(수필가.모란촌문학동인회사무국장)

 

마담 퀴리를 생각하다

김현임(수필가.모란촌문학동인회사무국장)

일본에서 생산되는 식품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일부 농산물에서는 기준치의 500배 넘는 방사능 수치가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고, 급기야 우리 정부는 방사선안전증명서가 없는 제품은 수입제한조치를 단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방사능비가 오면 우리 어린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지난 주 어느 유치원의 주말 과제 제목이었다.

1, 절대로 바깥에 나가지 않습니다.

2, 나갈 때는 마스크, 우산을 쓰고 장화와 비옷을 입습니다.

3, 밖에서 돌아온 후에는 온몸을 깨끗이 씻습니다.’

이는 똑똑한 유치원생이 또박또박 써내려 간 답변이자 제가 파놓은 원자력이란 함정에 빠져 속수무책 허우적대는 우리의 어른들의 대응책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본 대지진 이후 특별히 예민한 사람 아니라도 극심한 노이로제를 유발할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해 전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내모는 방사능. 그를 발견해 낸 마리와 피에르 퀴리는 ‘인간이 혼자인 것은 좋지 않으니 배우자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창세기의 구절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커플이었다. 어느 시대나 이상적인 커플은 등장하며 상호 모범적인 관계는 존재한다했다. 피에르 퀴리 교수의 부인 마리 퀴리는 남편의 뛰어난 보조원만은 아니었다. 여성의 능력이나 권리가 지금처럼 높게 평가 받지 못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여성물리학자로서 그녀가 이룬 당대의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

고향과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던 처녀 마리, 그녀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는 학문에 대한 동경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유흥, 안락함, 근사한 옷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물리학을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고 결혼도 포기했다. 하지만 재능 많고 불굴의 의지를 지닌 피에르 퀴리와의 만남으로 이 커플은 또 하나의 세계사를 만들어 낸다. 마리와 마찬가지로 피에르 역시 사회적 명성이나 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올곧은 성품의 청년 물리학자였다.

둘의 실험실이 곧 신혼집이 되었다. 뢴트겐의 방사선을 퀴리부부는 실험에 실험을 거듭, 마침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다. 라듐과 마리 퀴리가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를 따서 명명한 폴로늄이 그것이다. 두 원소를 분리 시켜 발견한 광선인 방사능은 마리 퀴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개념이다.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부부는 애초 이 광선을 암 치료에 투입하기를 희망했다.

얼마 후부터 부부는 극심한 류머티즘에 시달리게 된다. 처음에는 손가락 끝의 염증으로 고통을 받다가 시력장애와 내장 기능 장애로 이어진다. 긴 시간 머문 연구실에서 얻은 방사선 질환이었다. 불과 47세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남편, 하지만 병마와 고독의 고초 속에서도 마리 퀴리의 연구는 계속 된다.

1911년 두 번째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 ‘그녀 인생 최대의 학술적 업적인 방사성 원소들의 존재에 대한 증명과 그 분리, 그리고 실현화는 그녀의 대담한 직관 때문만은 아니다. 실험 학문의 역사에서 종종 나타나는,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힘든 외부적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를 끈기 있게 헌신적으로 해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한 백혈병으로 사망할 당시 66세, 마리 퀴리에게 바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추도사다.

이기(利器)이자 흉기(凶器)인 칼이란 도구의 양면성, 인간의 연구가 만든 산물 중 그런 속성을 지닌 것이 어디 한 둘인가. 또한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별들이 우주엔 무려 5억 개가 넘는다는 발표다. 그렇다고 내가 딛고 사는 곳의 절대가치가 어찌 흔들릴 수 있으랴.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살며, 사랑하며 무언가에 자신의 온 열정을 소진하는 삶을 꿈꾸는 우리의 지향점이기도 한 마리 퀴리의 생이다.

그녀의 행적을 천천히 더듬다보니 투향(偸香)이라는 낭만적인 옛말도 스친다. 사랑은 본디 둘 만의 상중지약(桑中之約), 하나 쉽게 지워지지 않고 퍼지는 향내로 만인에게 들키고 마는 것 또한 사랑이었다. 묘지 비석에 피에르 퀴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어서, 남편과 함께 할 수 없는 주변의 아름다움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한동안 베일을 쓴 채 사물을 보았다던 마리 퀴리.

여성 최초로 학술아카데미 최초 명부에 오를 기회를 투표로 박탈 당한, 자신의 열정과 가정이라는 두 짐을 진 채 여자라는 장애 아닌 장애로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마리 퀴리 닮은 여성은 여전히 수두룩하여 유감이지만, 그보다는 이 무슨 우연일까. 게재된 몇 장의 사진 속 그녀 얼굴은 오늘의 방사능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하나 같이 수심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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