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경찰청
‘강진군 장학기금 수사’로 경찰청 수사국 조사받았다
조현오 경찰청장, 수사국에 “광주경찰청 조사하라” 특별지시
서병률 광주지방경찰청 수사2계장, “뭐라 할말이 없다” 답변
■ 광주경찰청이 본청 수사국의 조사를 받은 이유는?
최근 광주지방경찰청이 ‘강진군의 장학기금 불법 조성 의혹 수사’ 때문에 또 한번 체면을 구긴 이유는 무엇일까.
5월 24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주홍 군수로부터 ‘표적수사(標的搜査)’라는 반발을 사면서까지 황 군수를 장학금 모금액 강제 할당 등의 혐의로 구속하려다 검찰의 불구속 수사 지휘로 모양새를 한 번 구긴 광주지방경찰청이 이번엔 경찰청 수사국으로부터 ‘강진군 수사’와 관련된 조사(調査)를 받는 굴욕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5월 초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찰청 수사국에 강진군 장학기금 불법 조성 의혹 수사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향후 전망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특별지시 했다. 이에 따라 수사국은 광주지방경찰청에 직원을 내려보내 수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광주지방경찰청이 관할(전남지방경찰청)사건도 아닌데 수사를 하게 된 경위와 표적 수사 논란 배경, 수사의 적절성(適切性)여부,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본청 수사국 조사와 관련해 광주지방경찰청 수사팀의 입장을 묻는 5월 29일 <강진고을신문>의 질문에 서병률 수사2계장(경정)은 “뭐라 할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 강진군 ‘표적수사’ 논란 배경은?
전남지방경찰청이 강진군의 장학금 조성에 대해 수사에 나선 시점은 2010년 4월, 혐의가 나오지 않아 전남지방경찰청이 내사 종결 처리하자, 10개월 뒤인 2월 24일, 3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이 강진군청을 두 차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押收搜索)했다.
지난 2월 공무원 20여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고, 395명의 공무원 인적사항이 기재된 자료를 가져갔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장학기금 조성을 놓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과 투서가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같은 사안(강진군민장학재단)에 대한 두 차례의 압수수색에 대해 황주홍 군수는 “전례 없는 표적수사”라며 “그간 뚜렷한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자 광주경찰이 마구잡이식으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황 군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통해 광주지방경찰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군수는 3월 21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등 일간지에 ‘강진군수가 국사범(國事犯)입니까? 대역죄인(大逆罪人)입니까?’라는 의견광고를 냈다.
강진군 번영회(회장 김병완)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주지방경찰청을 찾아가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화민주당은 지난 3월 29일 논란이 일고 있는 광주지방경찰청의 강진군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강진군민장학재단은 세 번의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에도 문제점이 나오지 않았고, 전남지방경찰청까지 나서 수사를 벌였으나 내사 종결된 상황에서 또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대대적인 수사가 재개된 것은 군정(郡政)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광주지방경찰청은 강진군에 대한 표적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민주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일각에서는 이번 경찰수사가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공천 독점, 정치 독점도 모자라 이제 지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로, 민주당은 즉각 사태의 진상을 파악해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광주경찰청의 수사실력을 검증하면?
최근 <한국일보>는 황주홍 군수 수사 당시에도 광주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말들이 돌았다고 보도했다.
황 군수는 지난 4월 1일 광주지방경찰청 소환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돈 안 먹고 열심히 일한 것도 죄가 되느냐, 나와 모든 강진군청 공무원은 결백을 확신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소환에 응해 13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광주경찰은 장학기금 조성 과정에서 부당지시 여부와 지방재정법 위반 및 배임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나 황 군수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 7일 황 군수에 대해 ‘구속 의견’과 함께 7,000여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광주지검에 보냈었다.
광주경찰은 황 군수가 승진이나 강진군청의 관급공사 수주 대가로 공무원 및 건설업자에게 장학기금을 반강제적으로 내도록 하고, 일부 장학기금을 기부금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전용하는 등 기부금품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광주지검은 지난 4월 13일 황 군수에 대한 광주경찰의 구속수사 의견을 반려(反戾)하고,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에 보낸 수사 지휘서에서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상당 부분 혐의가 인정되지만, 황 군수 개인비리나 업무상 배임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워 구속 수사하기 힘들다”며 불구속 수사 지휘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광주경찰청의 ‘수사신뢰도’ 추락
이번 수사과정에서 광주지방경찰청의 무분별한 압수수색과 방대한 공무원 자료요청 등의 매끄럽지 못한 수사 관행이 피조사기관의 불만을 표출시켰다는 지적이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됐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전남지방경찰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이 연이어 수사를 진행한데다 수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이 피조사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행정공백을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방경찰청을 바꿔 진행된 수사 자체가 경찰의 효율적이지 못한 수사를 반증(反證)하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신뢰도(搜査信賴度)’를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분석이다.
강진군은 “지난 3월 30일 강진군청 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광주지방경찰청 수사관들이 교육팀 공무원 1명을 불법 감금한 뒤 4시간 동안 욕설과 반말 등 윽박질러 거짓자백을 강조했다”며 “강압수사 등 위법사항에 대한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검찰청, 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지방경찰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압수수색 등의 수사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K모 변호사는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 등 경찰 수사의 제도나 관행에 상존해있는 인권침해 요소가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경찰이 표적수사로 비춰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수사관행 개선을 통해 경찰 수사 신뢰를 회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송승환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