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황주홍 강진군수.정치학박사 |
최근 언론보도(『매일경제』2011. 2. 7.)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28위였다.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이 100일 때, 4위인 미국은 228.3이고, OECD 평균은 173.1이었다.
그런데 이 한국 평균 생산성의 4분의 1 밖에 안되는 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생산성이다.(『헤럴드경제』, 2010. 4. 4. ＆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비판에 찬 지적)
우리 나라 공무원들의 효율성이 민간부문이 반의 반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우리 공무원 사회의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말이 되는 거다.(공공부문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개선되지 않는다.)
국가 발전에 대한 공직사회의 질적 기여도가 그 정도라는 뜻이다.
숫적으로 엄청나고, 능력도 뛰어나고, 돈도 억수로 많으며, 힘도 어마어마한 그 공무원들이 민간인들보다 훨씬 덜 일하고 훨씬 더 어슬렁거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땀흘려 일하는 데 외교관(공무원)들은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맥주나 마시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의 질책 발언)는 말이 나오는 거다. 오죽하면 ‘신(神)의 직장’이라며 냉소받겠는가.
공무원 사회의 ‘노동강도’,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너무 약하다. 너무 놀고 먹는다. 너무 편한 거다. 심각한 수준이다. 엄청 세고 중요한 곳이 엄청 놀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걸 못 고치면 안 되고, 고쳐야만 잘 된다.
대한민국 국정과제 제1호가 ‘공공부문의 개혁’이다. 우리 공직자들이 ‘공무원 윤리헌장’대로 살아가고 있느냐 하는 문제제기는 이미 사치스럽다.
이쯤되면 우리 공무원들이 이 나라 발전의 디딤돌이냐 걸림돌이냐 하는 것에 대한 최종 평결도 이미 나와있는 셈이다.
지금 한국 공무원들은 ‘공공의 적(敵)’처럼 되어 있다. 이처럼 문제는 공직(公職)이다. 국민적 ‘두통’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비극이고 걱정이다. 한 때의 신화(神話), 1960∼70년대 경제기획원을 정점으로 한 관(官) 주도 압축 성장기의 공무원 신화는 공직 일부의 신화였을 뿐, 이제는 그나마 더 이상 현실도 아니다.
■ 공무원은 ‘당위적 지위’는 무엇인가?
자, 그렇다면 공무원(公務員)은 무엇인가? 앞에서 공무원의 ‘현실적 지위’를 살폈다면, 여기선 공무원의 ‘당위적 지위’를 얘기해보는 것이다. 공무원의 당위적 지위는 ‘공무원 윤리헌장’ 그대로다.
“…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하여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를 위해 봉사한다…”는 지위다.
국가 봉사와 지역 봉사라는 공무(公務, public affairs)에 복무하는 것이 공무원의 정의(定義) 그 자체다. 우리는 ‘공무원 윤리헌장’을 지킬 필요와 의무를 진다.
공무원이 아닌 회사원들은 사익(私益) 창출을 위해 근무한다. 공무원이 아닌 회사원들이 공익(公益)에 헌신하는 것은 대견한 일이지만 그들이 해야 할 책무(責務)는 아니다.
반면, 공무원은 사무(私務)와 사익을 위해 종사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사람들이다. 공무원은 원래 공무를 통해 공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창사(創社)정신’이 남다른 것이다.
오직 공무원들만이 국민을 챙기는 것이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고, 휴전선을 지키는 것이고,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것이며, 조국 발전을 총집행하는 것이다.
그 공무원이 놀면 그 중차대사(重且大事)에 구멍이 뻥 뚫려 버리는 것이다. 놀고 먹는 건 사회계약론적으로 볼 때도 자유와 생명과 재산(life, liberty, and estate)을 수호하고 확장해야 할 국가(정부)와 공무원들의 중대한 직무유기(職務遺棄)다. 계약파기(契約破棄)의 사유가 된다. ‘죄(罪)’다.
■ 사회정의적 관점에서 설정된 공무원의 지위
사회정의적 관점에서 설정된 공무원의 지위란 것도 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는 공정사회(公正社會)를 제시한다.
공정사회는 불평등보다 불공정을 문제삼는다. 귀족과 부유층을 용인하되 그들의 농단행위는 불용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임은 그 자체로서 특권(特權)이다. 특권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특권층의 의무)가 따른다. 공무원이기에 더 낮추고 더 고생해야 사회정의(社會正義)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뭐가 특권이냐? 자, 보라. 한국사회에서 오직 공무원들만 가장 견고한 ‘직업 안정성’을 누린다. 오죽하면 ‘철밥통’이라 하겠는가?
거기에다가, 앞서 살핀대로, ‘떼죽’도 막강하고, 돈도 엄청나고, 힘도 어마어마하다.
국민들께서는 우리 공무원들을 ‘신흥 계족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도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3계급으로 나뉘어 있다고.
‘신(神)’과 ‘귀족(貴族)’과 ‘나머지 계급’으로. 흔히 ‘신(神)의 계급’은 공무원이라고 한다.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사장이 귀족 계급에 속하고, 이런 두 계급이 아닌 전 국민은 ‘나머지들’이라고 한다.
그렇다. 한국에서 공무원은 ‘특권층(特權層)’이다. 그런 공무원이 자기가 맡은 일조차 대충대충 처리한다면 이는 ‘사회정의’에 반한다. 매우 불공정한 것이다. 결정적 반칙이다.
특권층인 공무원들이 적당히 일하고, 함부로 행동하면 일반 국민들은 열받고, 좌절하고, 맥빠져 버린다.
최고로 확실하게 신분을 보장받는 편한 직장에서 일도 별로 세게 안 하고, 그러면서 존대받고 접대받고 거기에다 시시때때로 생기는 것까지 있다면, 일반 국민들은 억울하고 분해서 이를 갈 것이다.
그리고 이 우스운 ‘공정사회’에 대해서 거칠게 등을 돌릴 것이다.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은 그렇게 무너진다. ‘철학자들의 철학자’라는 플라톤(platon)도 특권층(공무원)은 그 누림 때문에 가족을 포함한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 화합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일찍이 경고했다.
거대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은 외부 침략(410년 게르만족의 침입)때문이 아니라 귀족의 타락과 군대의 무능 등 이에 따른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다.
500년 조선(朝鮮)이 붕괴한 것도 일본(日本)의 침략이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그전에 조선은 이미 자멸하고 있었다.
조선의 공무원들이 위 아래로 모두 한결같이 무능(無能)하고 무사안일(無事安逸)하며, 무정견(無定見)하면서 썩어있었기 때문에 조선은 이미 없었다.
■ 한국 공직사회 ‘3불(三不)의 문제’
한국 공직사회의 문제는 오늘 ‘3불(三不)의 문제’다. 불투명(不透明), 불친절(不親切), 불철저(不徹底)가 공무원들의 동의어(同義語)가 되어버렸다.
한국의 공무원들과 공직사회는 불투명하고, 덜 깨끗하다. 오만하고 불친절하다. 그리고 국가(國家)와 지역(地域), 고향(故鄕)의 미래에 대한 의식없이 개별 행정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불철저하다.
사실, 공직사회의 불투명함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전히 난제(難題)중의 난제다. ‘부정부패 바이러스’는 더 은밀함을 띠면서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창궐(猖獗)하고 있는 구제역(口蹄疫)과 같다.
공무원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어마어마한 예산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권과 사업계약권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등의 집행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반대급부의 이권(利權)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공무원 되기를 탐내고, 공무원들에게 아부하고 접근한다.
이 이권 때문에 공직권력(公職權力)은 ‘최고의 판돈(the highest stake)’이 된다. 공무원이 이 권력의 노예가 되면 예산이 횡령되고, 사사롭고 불공정하게 쓰여진다. 인허가권이 무원칙하게 남발되고, 관리·감독이 허술해지거나 무너진다.
돈이 있으면 밀어 주고, 인맥(人脈)이 닿으면 몰아준다. 한 사회의 최후 보루인 ‘법(法)의 지배’는 실종되거나 붕괴된다.
나라는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조선의 몰락을 예감하며, 공직자(公職者)의 투명함을 울부짖음으로 촉구했던 것이다. 다산은 목민관(공무원)의 으뜸가는 필수불가결적 조건으로 ‘청렴(淸廉)’을 들었다.
공직사회에서의 청렴을 “모든 선(善)의 근원이자 모든 덕(德)의 근본(『목민심서』)이라고까지 했다.
오늘 한국의 민중(民衆)들도 깨끗한 공직자를, 오지 않을 ‘고도(Godot)’인 줄 알면서도, 간절히 기대하고 갈망하고 있다.
■ 약 력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제작위원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