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기자의 횡설수설
명품축제와 명품군민
명품이란 무엇인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명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아니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일단 고가이기 때문에 서민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되고 그래서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얼마나 탐이 났던지 회삿돈을 횡령하여 명품으로 치장하며 살아오다 철창신세를 지게 된 여직원도 있지 않았던가.
우리는 강진청자축제를 흔히 명품축제라 일컫는다. 그것은 강진 청자가 명품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시대 왕실의 진상품이었다는 강진청자. 고려시대에 강진청자는 대부분 수도 개경으로 올려 보내졌다고 한다. 왕이나 귀족들이 갖고 싶어 하는 귀중한 물건 또는 보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아 당시 명품이 분명하다. 또한 임진왜란 때는 도공들조차도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갔고, 이후 일본에 찬란한 도자기 문화를 꽃피웠다.
오늘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 40여점은 모두 강진산이다. 그래서 국보와 보물을 생산해낸 역사적 고장에 살고 있는 우리 군민들은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명품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스개로 하는 애기지만, 강진에서는 개밥그릇도 청자그릇임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명품을 쉽게 대하며 살고 있다. 그 옛날 강진청자를 갖고 싶어 했던 고려 귀족이나 일본인들이 봤다면 개하고 한바탕 싸움을 했을 법하지 않은가.
강진청자축제와 장흥 물축제가 여름 휴가기간 함께 열리면서 비교하는 소리들이 많다. 심지어 물축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데 강진청자축제는 왜 입장료를 받느냐는 외지사람의 질문도 들었다. 물축제에는 물을 이용한 갖가지 물놀이와 다양한 구경거리가 준비 되어 있어,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 모두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단순히 개방된 물놀이 축제에 불과하다. 또한 읍에 위치하고 있어 늦은 밤까지도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청자축제는 완전히 다른 축제다. 일단 고려청자도요지라는 특수한 역사적 장소에서 열리는 것이 다르다. 다소 먼 거리임이 분명하고 읍 권이 아니어서 매일 한정된 시간에 문들 닫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청자가 명품이라면 그러한 애로점 정도는 감수하고 그에 맞는 축제를 준비해야 한다. 고가의 명품은 아무 곳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입장료는 절대 비싼 것이 아니라고 본다. 청자축제는 명품축제이고 우아한 기품을 갖춘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명품을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감동,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갖고 싶게 만드는 매력, 다시 찾고 싶은 성지처럼, 그런 것들을 갖춘 축제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여름축제니까 물놀이가 많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민들이 먼저 명품군민이 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명품군민이란 명품축제와 같다고 생각된다. 결국 축제가 외부 관광객들에게 평가받는 것은 지역민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친절 정직 청결 서비스가 많은 것을 좌우하기에 지역축제를 훌륭한 축제로 만드는 일은 군민들의 몫이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만한 역사와 전통을 갖추고 있다. 청자처럼 은은하고 고운 빛깔을 지닌 명품군민이 많아진다면 강진은 분명 브랜드 명품 강진군으로서 전국의 진상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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