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어떤 나라? ( 10 )
현대중공업 쿠바 전력 70% 해결
중남미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필자가 현지에서 확인한 사실만을 보더라도 전 세계 발레(무용)계에서는 알아주는 쿠바국립발레단(단장, 알리샤 알롱소 = 90세)을 비롯해서 야구, 복싱, 배구 등 여러 분야의 강팀 때문에 항상 올림픽 10위 이내 권을 지키는 스포츠 등은 불과 1천1백만 밖에 안 되는 쿠바 국민의 자랑거리다.
쿠바는 경제적으로는 열악하지만 문화적으로는 한국보다 더 여유롭다. 사람들이 더 많이 웃고 춤춘다. 일상생활 속에 유머와 리듬이 있다. 그걸 보면 개발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개발하면 인공적인 것들이 많아지면서 관계도 인공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발이 불필요하다고 하기에는 쿠바의 실정이 너무 어려웠다.
필자가 놀란 것은 현재 전 세계 백여 개의 가난한 나라에 의료요원들을 파견해서 도움을 주고 있는 쿠바가 또 다시 전 세계 여러 나라에 3천여 명의 의료진을 보내 지원하겠다는 뜻을 쿠바 관영 통신 ACN을 통해 밝힌 것이다.
이 통신에 따르면 쿠바 의료당국은 현재 지진과 콜레라 전염병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티의 경우 1998년 이후 지금까지 3천여명의 쿠바 의료진이 25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쿠바의 병원을 찾고 있음을 볼 때 의료비가 너무 싸고 세계적인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쿠바에, 보험이 없는 미국인 환자들이 몰려든다는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다큐멘타리 영화 '시코'(SICKO)가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피델 까스뜨로가 평소에 한국에 호감을 갖은 이유는 전력 부족으로 하루 불과 서너 시간만 가정집에 송전해 오던 것을 현대중공업이 2005년 9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644기, 8억5000만 달러어치(총 발전용량 1250MW)의 비상용 이동식 소형 디젤 발전기를 들여와 쿠바 전체 필요 전력의 70%를 충당할 수 있게 되면서 몇 해 전부터는 가정에 24시간 송전이 가능해지는 등 쿠바의 에너지 혁명 국책사업에 크게 이바지 한 때문이다.
쿠바는 2007년부터 관광객용 10 CUC(약 $12) 화폐 뒤에 '에너지혁명'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대중공업이 설치한 발전소의 사진까지 집어넣는 등 쿠바인들의 생활 속에는 한국의 우수한 기술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매년 11월 아바나에서 열리는 국제발레페스티발에는 러시아의 세계적인 발레단 ‘볼쇼이’, 미국의 ‘아메리칸발레’등 전 세계의 유명한 발레단이 대거 참석하는데 지난 2008년 10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사이에 열린 제21차 국제발레페스티발에는 한국의 ‘김선희발레단’이 참가해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주자 현지 언론은 "훌륭한 한국발레"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었다고 한다.
또 매년 1~2월 사이에 아바나에서 한국 ‘대전오페라단’의 공연이 있으며 쿠바국립오페라단과 작품을 동시 제작도 하고 있다는 희소식이다.
중남미에서는 대국으로 손꼽히는 멕시코에서의 뜨거운 한류 열풍을 비롯해서 칠레, 아르헨띠나, 페루 등 여러 나라에서 일고 있는 한류는 이제 쿠바에 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사진 ; 현대중공업이 쿠바에 세운 디젤발전소가 관광객용 화폐 뒷면에 '에너지 혁명(Revolucion Energetica)'이라는 문구와 함께 그려져 있다.
쿠바에서도 한국 영화가 자주 상영된다. '쿠바예술 & 영화산업연구소'의 외국 영화 검열관으로 있는 '호세 아리오사' 교수는 "집으로"(이정향 감독)가 한국 영화로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말하고 그밖에도 우수한 한국영화가 자주 상영되는데 기억나는 것만 해도 "시간의 춤"(송일곤 감독),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활"(김기덕 감독) 등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을 못할 정도라고 한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 '시간의 춤'은 쿠바 거주 동포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로서 쿠바 한인 사회의 꽃인 무용수 ‘호 디아넬리스’(25, Dianelys Ho 전 쿠바국립발레단원, 주조공장 직원 또마스 호씨의 장녀, 한인 7세)양이 주연을 맡았고 헤르니모 임씨 부인 끄리스띠나 장 할머니 등 현지 교포들 여러 명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또 쿠바의 유명한 설치미술가 까쪼(Kcho)가 제1차광주비엔날레전(1995)에서 유리병을 소재로 바다와 배를 출품해서 대상을 받은 바 있는데 하바나 바닷가의 고급 생선 레스토랑 '끼끼 까초'(Kiki Kcho)를 운영하고 있어 반가웠다.
필자는 이 나라를 돌아보면서 그동안 쿠바에 관해 너무도 무지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마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도, 미국 국민들도 정부의 장기간 반공 사상 주입 정책으로 쿠바에 관한 생각은 쿠바를 방문하기 전의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내 인사들이 쿠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디콤’의 김태용 감독이 다큐멘타리 영화 ‘쿠바의 한국인’을 촬영하기 위해 1994년에 처음으로 쿠바 한인사회에 나타났고 이어 SBS가 쿠바 거주 한인들을 그린, 역시 '쿠바의 한국인들'을 제작하기 위해 한수산 작가 등 제작진이 많이 와서 오랫동안 머무는 등 국내 인사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부터다.
이 때 현지 동포들은 '한인회'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드디어 1995년 헤르니모 임(한국명;임은조, 전 산업부 차관)씨가 중심이 되어 한인회가 없어진 1944년 이후 51년 만에 다시금 새 한인회를 발족시키게 된다.(계속)
사진 ; 영화 '시간의 춤' 주연 배우 전 쿠바국립발레단원 '호 디날레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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