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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집필자 정서경 연구원 |
우리시대의 옹기 명인 방진영씨는 현재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에서 옹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4대째 옹기만을 고집해온 집안으로 1987년부터 2006년까지 강진 청자박물관 성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청자를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2006년 대한민국명인선정 도자기 옹기명장 인정서를 받은 방진영씨 가계를 중심으로 목포대학교 정서경 연구원이 논문을 써 제13회 전남향토문화연구 논문공모 수상자로 뽑혔기에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옹기 명인 방진영 연구
-房進榮의 구술 자료를 중심으로-
정서경*
Ⅰ. 머리말
Ⅱ. 방진영의 생애
1. 조부 방응화(房應化)
2. 부친 방봉룡(房鳳龍)
3. 옹기 명인 방진영(房進榮)
Ⅲ. 호남 粘마을의 환경
1. 옹기장이의 인권과 독막의 환경
2. 질과 옹기의 관계
3. 옹기기술과 손그림
Ⅳ. 프라스틱․고무 파동 이후의 방진영의 지향
Ⅴ. 맺음말
Ⅰ. 머리말
옹기는 원단(粘土 흙, 질)1)이라고 하는 흙과 옹기를 구워낼 수 있는 뗄감과 만들어진 옹기를 파손 없이 이동해서 수요층에 전달할 수 있는 뱃길을 따라 호남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내용은 18세기에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박지원의『열하일기』<도강록편>을 보면 우리나라 가마 구조의 잘못과 여기에서 빚어지는 폐해에 관해 언급하면서 원료인 나무를 찾아 이주하였던 陶店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데,2) 그 흐름은 우리 민중의 생활사라 할 만큼 중요한 핵심이었다. 한국 음식문화의 맥이기도 하고 그릇문화의 대표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옹기를 만들었던 粘마을은 방진영의 安胎인 강진과 보성, 영암과 해남, 무안, 광양 등 한국 지명총람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라남도를 무대로 粘․匵․甕․陶․沙로 표기되는 마을3)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영산강 권역과 탐진강, 보성강을 끼고 있는 서․남해안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생산과 판매를 거듭해 온 우리 민중의 생활사를 여실이 보여 주고 있다.
농경사회와 함께 정착생활을 의미하며 긴 세월이 필요했던 전라도의 발효과학을 대변하는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대표되어 1980년대 초반까지 우리 민중의 식문화를 담아냈지만 산업화 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생활문화와 식문화, 주거문화의 급변으로 인하여 가볍고 파손의 위험이 없으며 보관성과 사용성이 좋은 플라스틱과 고무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러한 옹기의 역사속에서 그 화려했던 전성기 시대인 1970년 초반에서 프라스틱․고무 파동이라고 하는 시대적 풍랑을 겪었던 1980년대 초반까지 옹기장이들은 어떠한 생활을 선택하였으며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호남 粘마을의 생활을 통해 고구하고자 하였다. 방진영은 1946년에 우리나라의 옹기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독점에서 태어나 옹기장이인 부친의 질일을 보면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질일을 익혔으며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강진과 보성과 해남과 무안을 넘나들며 그 찬란한 옹기의 전성기에서 옹기의 사양길까지를 인생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중반에서 40대까지를 살아온 옹기의 장인이었다는 것이 방진영을 선택한 필연적 이유이다.
방진영의 陶窯의 이동 경로는 호남 뿐 아니라 전국 옹기의 제작기술과 유통과정 더불어 각 지역의 점마을의 생활사 연구와 그 지역들을 혼인으로 엮는 통혼권의 연구, 더 나아가 생산과 판매를 둘러 싼 이윤의 분배, 옹기의 전승과정과 소멸의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옹기발달사 등 다양한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4대째 이어온 질일과 호남과 전국도요 등을 이동했던 그의 생애와 옹기 역사를 통해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4) 옹기 사양길의 해결책을 옹기장이는 어떻게 강구해가고 있는지 방진영의 구술자료6)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방진영의 생애
1. 조부 방응화(房應化)
강진옹기 방진영가는 조부 방응화(房應化, 120세 추정) 때부터 옹기일을 하시고 부친 방봉룡(房鳳龍, 1920년 2월 13일생)을 거쳐 방진영(房進榮, 1946년 9월 22일생), 그의 아들 방승현(房勝鉉, 1977년 11월 9일생)까지 현재 4대째 옹기를 만들어 온 옹기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점촌마을은 1970년대 말경까지 마을이 옹기 제작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정도로 번창하였다.7) 방진영의 조부 방응화(房應化, 120세 추정)가 태어난 강진 칠량 봉황마을은 여러개의 성씨가 모여사는 점촌이었다. 대부분의 점촌들은 자자일촌이 없이 옹기의 제작을 돕는 재료들의 매장량과 생산을 돕는 인력, 판매를 원활히 할 수 있는 강이나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리적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강진군 칠량면 봉황마을은 그러한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천혜의 점마을이라 할 수 있다.
당시의 봉황 점촌은 독막8)이 약 50여개로 옹기 생산에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집 한 채에 옹기를 만드는 독막이 반드시 딸릴 정도로 마을사람들 전체가 질일에 매달렸고 옹기를 만들거나 또는 뒷일하는 건애꾼 일로 생계를 이었다. 가구수는 150호 정도로 물반 고기반처럼 마을 사람들의 반은 기술자였고 반은 옹기 장사를 담당하는 대규모 옹기 마을이라 할 수 있다.(실제로 민속조사를 하기 위해 마을을 찾으면 마을 앞 유산각의 모인 마을분들의 증언은 옹기의 역사이고 마을의 전경은 하나의 옹기 박물관이었다.) 칠량에서도 제일 큰 마을이었다. 하나의 가마로 주기적으로 옹기를 굽고 뱃길을 통해 판매를 나갔던 풍선이 50척이나 되는 옹기공장이라 할 만한 대규모였다. 가마가 식을 겨를이 없었다는 것은 화목의 절약과 제작방법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그 만큼 전 과정이 시스템화 되어 있는 전성기 시대에 대부분의 수요를 충당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는 사람이 키를 훌쩍 뛰어 넘어 큰 항아리 두 개를 포개 얹어도 천정이 닿지 않을 만큼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 통구리가마(대롱)였다. 옹기 사업이 번창할 때는 옹기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옹기배들이 마을 앞 대섬 주변에 입추의 여지도 없이 빽빽했다. 8월 추석과 2월 설에는 더 장관이었다.
이러한 옹기의 지역사를 가지고 있는 봉황리에서 옹기일을 했던 조부는 방응화(房應化, 120세 추정)는 강진 군동면 화방리에서 태어나 강진 칠량면 봉황리로 이사를 온 것은 부친을 낳고 난 이후의 일이다. 가마에 불을 때기 시작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2~3일간을 지켜 보아야 하고 불빛만 보고도 온도를 직감적으로 알아내야 하는 질일은 결정적인 순간 육감으로 온도를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나무 하나를 넣어라 넣지 마라 하는 조부의 가마 불 때는 모습을 지켜보며 방진영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옹기와 친해졌다.9)
"적어도 그 유래 정도는 너희들이 옹기를 만들든지 만들지 않든지 알아야겠기에 말해 두는 것이다"
"옹기가 만들어진 유래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들은 얘기다만, 옛날 산 속에 마을 하나가 있었단다. 그런데 어찌나 진흙이 많던지 나막신에 흙이 묻어 제대로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나막신에 묻은 흙덩이를 떼어 손바닥으로 동글동글하게 만든 다음 불 속에 넣으니까 단단한 구슬이 되더란다. 그래 그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주니까 잘 가지고 놀더란다. 그 후로 무슨 생각을 하였던지 제법 큰 흙덩이의 속을 파서 구워보니까 조그만 항아리가 되더란다. 그 항아리에 곡식 종자도 넣어 보고 곡식도 담아보니까 좀도 안 먹고 아무런 이상이 없더란다. 그래저래 하다가 옹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할아버지 한테 들었다."
조부가 활동했던 시대의 본인의 기억은 그리 선명하지 않지만 부친과 형제들을 모아 놓고 남긴 옹기의 유래는 기억하고 있다. 부친의 형제간이 6남매였는데 백부인 房鳳玉과 부친인방봉룡(房鳳龍, 1920년 2월 13일생)이 질일을 이었고 백부는 나중에 해남군 산이면에서 질일을 하였다. 이렇게 한 시대를 옹기로 전성기를 누렸던 봉황리 독점도 1980년대까지는 20여척의 풍선이 남아 있었으나 1988년 2척을 끝으로 풍선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옹기의 사양길을 타고 여타지역으로 원정이나 다른일을 찾아 질일의 기술자들이 흩어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2. 부친 방봉룡(房鳳龍)
방진영의 부친 방봉룡(房鳳龍, 1920년 2월 13일생)은 부친 방응화와 모친 이응화(李應嬅)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 셋 중에 장남과 차남이 질일을 하는 옹기장이로 살았다. 부친과 모친이 사망하자 부친의 독막을 물려 받은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184번지 호주 房鳳玉 형 집에서 질일을 같이 하다가 영암 신북 양계리 서동부락 점촌으로 질일을 가게 된다. 당시의 영암 신북은 옹기의 원단인 질이 아주 좋았다. 대부분은 나주, 영암, 몽탄 등지에서 질을 실어오기도 하였는데, 다른 점마을에서 원단이 떨어지면 질을 사러 갔던 호남의 대표적인 점마을이었다. 방봉룡의 부친 방응화는 강진군 군동면 하방이라는 마을에서 옹기일을 하면서 살다가 질이 필요하면 영암 신북으로 가게 되고 그런 일이 잦아지면서 영암 신북의 粘主인 김판구(金判九)와 왕래가 많아졌고 질일을 이을 아들이 없어 방봉룡을 불러 채용하게 된다.
粘主인 김판구는 5남매를 두었으나 虎列刺로 아들들을 잃고 무남독녀인 딸이 있었다. 방봉룡은 김판구 밑에서 질일을 하다가 김판구의 딸과 결혼하게 된다. 질일의 기술이 아주 좋고 성실했던 방봉룡이 김판구에 눈에 든 것이다.
방봉룡은 김순금(金順今, 1927년 3월 15일생, 무안군 현경면 평산리 752번지에서 출생 서기)을 만나 1947년 9월 6일에 혼인신고를 하고 1950년 7월 15일 전라남도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188번지로 분가 신고를 하게 된다. 김순금은 영암군 신북면 양계리 서동부락 495번지 부친 김판구(金判九)와 모친 서공기(徐公杞)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방봉룡의 장인이자 방진영의 외조부이신 김판구 역시 옹기장이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모친인 김순금의 출생지 주소가 무안군 현경면 평산리 752번지라는 것이다. 한국지명총람을 찾아본 결과 무안군 현경면 평산리, 동산리는 粘村과 甕粘이라고 불렀던 마을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방진영의 외조부인 김판구의 妻家, 말하자면 김순금의 부친이나 조부 역시 옹기장이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방진영은 부친이 결혼하고 봉황리에서 옹기일을 하면서 처가인 영암 신북을 자주 왕래 하였기 때문에 신북 영암으로 따라가 일을 도왔던 기억이 많다고 한다. 질일만 했던 봉황에서는 배가 고팠던 날이 많았으나 粘主였던 외가에 가면 살림이 나았기 때문에 9살 때 걸어서 영암 신북까지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3. 옹기 명인 방진영(房進榮)
방진영(房進榮, 1946년 9월 22일생)은 강진 칠량 봉황마을에서 태어나 6남 3녀 9남매 중10)에 방진영과 방진석(放進石, 1949년 3월 2일생-1982년 12월 10일-해남군 화원면 월산리 점등 점주 최복남의 장녀 최연숙과 혼인-지금은 문경 점촌과 인접한 경북 예천군 용궁면 덕계리에서 전통가마와 전통옹기 기법으로 한남옹기를 운영중)이 옹기장이로 살았다. 1976년 천순자와 결혼해서 방승문(房勝,文 1976년 6월 23일생), 방승현(房勝鉉, 1977년 11월 9일생)을 두고 있다. 차남으로 큰형이 객지에 둥지를 틀어 본인이 장남의 노릇을 하면서 고향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방진영은 부친이 옹기장이 였던 탓으로 방과 후에 부친의 뒷일을 수시로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옹기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겨우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옹기의 완벽한 기술을 습득할 정도였다.
방진영은 학교를 졸업했다고는 하나 부친의 뒷일과 식구들의 끼니가 걱정되어 거의 학업에 열중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당을 3년씩이나 다녔고 주판도 익숙하지 않고 암기는 더더욱 어려운 부친은 성냥개비를 놓고 옹기 장사의 계산을 하시는 것을 보고 내가 그러한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되겠다 라는 각오로 서당을 다녔다고 한다. 당시 야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대학생들이 하는 농활활동 같은 것) 제근학교가 있어 그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공부하여 학문을 쌓았다.
군대생활을 1967년에 입대해 강원도 양구에서 3년 1개월을 하였는데 때마침 김신조 일당11)이 넘어와서 퇴역을 앞두고 1개월 이상을 더 군대 생활을 하고 1970년 제대하였다. 제대 후 2년동안 마을에서 부친의 뒷일을 돕다가 봉황리에서는 옹기 제작량이 떨어지고 상인들이 없어서 판매가 줄어드니까 객지로 나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마을에서 해남 화원으로 옹기일을 원정 가서 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었던 나상래씨나 이학봉(해남 화원 점등 최복남씨 집에서 옹기일을 하였다.)씨의 소문을 듣고(해남쪽이 옹기일이 번성하고 있으며 훨씬 낫다는 말을 듣고) 해남 화원으로 옹기장이로 팔려 갔다. 그때가 1972년이다. 해남 화원에서 옹기일을 하다가 당시의 옹기 가마 3개를 가지고 있던 점주 정민홍씨의 아들 소개로 1975년 29세 때 그 마을의 천순자(千順子, 1956년 12월 12일생)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들 둘을 슬하에 두고 있다.
장남은 방승문(36세)을 낳고 1979년까지 5년을 해남 화원에서 옹기일을 마치고 다시 봉황리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때 고향마을은 옹기가 이미 프라스틱과 고무파동이 일어나기 전 이미 양철동우가 나오고 이어 양은과 스텐레스로 이어지는 용기문화의 변화가 있었고, 더불어 프라스틱과 고무파동 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고 더 이상 장사가 되질 않자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청자로 전향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마을에서 그렇게 습득한 기술로 청자를 하기는 조금 무리였다. 뭔가 마을 사람들과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나은 기술을 배우고 또 사양길에 접어든 옹기를 타도에서는 어떠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의 방방곡곡의 가마가 있는 점마을을 돌아다녔다. 경기도 광주, 여주, 이천까지 가게 된 것은 이때의 일이고, 그곳에서 고향마을에서 가지고 간 물레로 옹기일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청자 기법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보면서 전수하기도 하였다. 6~7개월을 물레를 치면서 일하고 남은 시간은 가마를 돌아다니면서 더 새로운 기술이 없나 하고 사진을 찍어가며 기웃거리고 옹기와 청자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러 다녔다. 당시 호남지역은 통구리(대롱가마)가마를 사용하였지만 다른 지역들은 칸칸을 막은 너구리 가마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너구리 가마를 돌아다니면서 통구리가마와 다른 점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방랑은 전북 군산, 고창, 경기도 인천, 경상남도 양산까지 이어졌다. 그런 기술의 습득과 조사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가 1980년 말이었다.
각지의 기술과 조사를 이제 고향에서 실험하고 더 나은 질일을 할 수 있겠다 싶은 의욕으로 나름의 방진영터를 닦고 있을 때 또 다른 새로운 스카웃 제의가 있었다. 징광옹기 한상훈씨였다. 징광리에 가마을 앉힐려고 하는데 일꾼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방진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성 벌교로 들어가 일한 것이 6년, 무안군 몽탄면 몽강리로 기술을 전수하는 등 그의 경로는 호남 뿐 아니라 전국의 옹기의 제작기술과 유통과정 더불어 옹기의 전승과정과 소멸의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옹기발달사를 연구할 수 있는 산지식이며 산증인이었다.
방진영(당 65세)은 칠량면 봉황리에서 1946년생 9월 22일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탯자리에서 65년을 살면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군대생활을 한 3여년, 인근의 해남 화원으로 원정가서 옹기를 만들었던 5여년, 옹기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옹기일을 계속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타도에서는 그 해결책을 어떻게 강구하고 있는지 타도의 가마터를 찾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눈동냥 했던 전북 군산, 고창, 경기도 인천, 경상남도 양산까지 이어지는 1여년, 또 징광옹기가 처음 만들어질 때 가마를 앉히고 독막을 짓는 등 잡일을 맡아 한 6여년 정도를 제외하고 강진 칠량 점촌에서의 그의 인생은 옹기의 역사이고 옹기장이의 인생이었다.
Ⅲ. 호남 粘마을의 환경
호남 일대의 점마을은 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곳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옹기의 질과 뗄감의 공급이 원활한 곳이라는 점을 대변한다. 가마는 통구리 가마(대롱가마)12)였다 지형은 산과 마을로 이어지는 경사진 곳으로 옹기를 굽는 대부분의 가마가 다 그렇겠지만 가마앞에 있는 불구멍과 양쪽 50여개의 굴뚝창살로 장작으로 불을 땔 때 가마 끝까지 불이 전달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그 경사의 각도가 15° 정도였다 통구리 가마는 30미터 40미터 아주 큰 가마였는데 창살의 간격은 30㎝차로 뚫어져 있고 한쪽에 50개정도 양쪽에 100개의 굴뚝창살이 있었다. 지금은 한칸 한칸 칸막이가 되어 있는 너구리 가마로 바뀌었고 호남지방의 가마와 경기․경상도쪽 가마가 아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강진 칠량이나 해남 송지, 화원, 산이나 무안 몽탄, 해제 등지에 옹기 가마가 있는 점마을이 많았는데 대개 이런 마을들은 전부가 통구리 가마를 사용하였다.
이런 통구리가마가 있는 마을은 粘․匵․甕․陶․沙라는 접두어로 시작하는 옹기마을로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전남지방에는 168개의 粘마을이 산재해 있다. <한국지명총람의 지명의 근거한 옹기터의 분포>13)
한국지명총람에 나타난 粘마을의 지명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粘-점, 점촌, 점들, 점등, 점토골, 점곡, 점골들, 점골제, 점골논, 점골보. 점모실, 점리, 점터, 점앞, 점너메, 점몰, 점텃골, 점골산, 점터새미, 점굴고랑, 점밧골, 점터샘, 점재, 점택굴, 점꿀, 점탯골, 점미테, 점터, 점굴, 점막골, 점등고개.
② 匵(동)-독굴, 독골, 동막골, 독배기, 동락, 독점제, 독점, 독점보, 독정들, 독점들, 독점골, 동막, 동막동, 동막리, 독짐재, 독줌산, 독적골, 독짓골, 독구막골, 독구점골, 독적골.
③ 甕-옹점, 옹구막, 옹구점, 옹점리, 옹기점터.
④ 陶-
⑤ 沙器-사깃등, 사기점골, 사그점골, 사기점, 사그점.
⑥ 기타-백틋골재, 백도재, 백도치.
<사진 1)> 전남지역의 粘마을 분포도
강진은 백제 때 지명이 도무군, 고려시대 때는 도강군이엿던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陶器와 관련된 깊은 지명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창덕궁의 뒤뜰인 비원의 기와가 강진에서 구워진 기와였다는 사실이다. 그 파편이 강진에서 발견되 그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1976년 완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완도선도 강진에서 출항한 옹기배였다는 사실이지만 최근 충청남도 태안군 마도에서 옹기배가 발굴된 것도 강진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에서 옹기를 선적하고 개성으로 가던 도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호남의 粘마을은 옹기와 기와를 구워 냈던 곳이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의 보다 더 자세한 연구는 차후의 연구과제로 남겨 두겠다.
1. 옹기장이의 인권과 독막의 환경
예전부터 옹기 작업은 거의 흙바닥에 주저 앉아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주로 옹기장이는 학력이나 경제력이 없어 기술로 승부하려는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옹기를 했기 때문에 일부러 땅바닥에서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땅바닥이 구덩이를 파고 허리를 구부려서 흙을 이개고 물레질을 하는 것은 낮은 신분의 옹기장이들이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숙명적인 것이었고 지금도 몇 남지 아니한 대개의 옹기작업장은 예나 다를 바 없이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14) 이렇게 옹기장이들의 인권은 옹기일이 상징하는 것처럼 여전히 아직도 바닥이여서 옹기장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후대들이 옹기일을 이어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부 지방(무안 몽탄)에서는 원마을에 붙어 있는 粘마을을 지날 때는 점마을 쪽은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다녔다는 사례도 있다. 방진영씨의 말에 의하면 선조들이 정말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식들만큼은 옹기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가르쳐 주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하였기 때문에 그 기술들이 너무 아깝다는 이야기였다.
옹기장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곳은 독막이었다. 독막은 흙담(토담)을 치는데 그 이유는 겨울에 옹기가 얼어버리는 습성으로 얼게 되면 깨지게 되니까 따뜻함을 유지하는 흙담을 치는 것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독막 안이 아주 시원해서 옹기장이들이 독막에서 일을 해도 덥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 독을 만들고 독을 가마에 넣어 굽기 전에 보관했던 독막인 것이다. 이런 독막은 가마 1개에 두 개 정도 설비되어 있어 가마 하나가 소화할 독을 생산 보관하는 역할을 하였다. 독막은 주거환경과는 매우 달라서 늘 어둡고 침침했다. 그것은 일반 가옥들처럼 볕이 들어오면 옹기의 자연 건조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창 대신 바닥에서 15~20㎝ 정도에 창을 낸다. 이것을 개구멍이라 하였는데, 이는 여름에는 습기가 심하여 이 개구멍을 내는 것이다. 너무 바닥에 개구멍을 내면 그 구멍으로 물이 들어와 바닥과의 간격을 둔 것이고 겨울에는 짚단을 묶어서 개구멍을 막았다. 이러한 작업 환경은 옹기장이들의 인권을 대변하듯 늘 어둡고 침침하고 습한 환경이었다.
“동막은 그 막을 흙담으로 해 가지고 짚으로 이었어 왜 흙담으로 쳤냐 겨울에는 어니까 그러니까 토담을 쳐노면 겨울에는 무지하게 따수와 여름에는 시원하고 우리가 그 벽돌로 해 논 것을 등을 대면 뜨겁지만은 옛날에 독막은 들어가먼 아주 시원해요 독막에 들어가면 시원해갖꼬 여름에는 일해도 땀이 안나 막 거그서 일하다가 자기도 하고 그랬는디 독막은 옹기를 보관하던 장소 물레를 친 곳이고”
옹기장이는 독막안에서 남포등을 켜놓고 옹기일을 하였으며 전기가 들어 올 무렵에는 옹기가 사양길에 접어 들어 별 기억이 없다. 늘 어둡고 침침한 독막 안에서 흙과 싸우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배우려 하지 않아 더욱 새로운 인력은 구축하기 어려웠다.
2. 질과 옹기의 관계
옹기는 질을 찾아 다녀야 했는데 흑의 좋고 나쁨에 따라 마르거나 구울 때 금이 가거나 깨지는 확률이 많기 때문에 좋은 흙을 발견하는 것은 옹기 작업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火度 1200℃여도 질이 나쁘면 깨진다. 질을 발견하고 흙은 팔 때도 그 기술이 있었다. 질을 팔때는 도공이 질을 채취하다가 매몰되는 일을 막기 위해 V자 형식으로 판다. 질의 소지는 해남 북평면 송호리와 무안 몽탄, 화원면 월산리 점등부락, 영암 신북면 양재리 점촌 서동부락 영상포 안곡과 나주 산포의 흙이 가장 좋았다. 산포쪽의 흑은 보라색 빛깔을 띄고 있었는데 옹기를 굽는 질로 최고로 쳤다.
옹기와 도자기는 크기가 다를 뿐 만드는 기술은 같다. 그러나 옹기의 점토와 청자흑이나 백자흙이나 분청을 만드는 질이 달라서 점마을과 청자마을 백자마을과 분청의 마을들이 달리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옹기의 질이 흙이기 때문에 흙의 성분에 따라 가마를 앉히는 마을이 형성되고 옹기나 도자기를 굽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의 도자기 마을은 질의 매장량에 의해 분리․형성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옹기와 도자기는 질에 철분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느냐에 따라 분류한다. 백자는 철분이 함유되어 있는 상태로 고온에서 굽게 되면 색이 까맣게 변하기 때문에 철분이 전혀 없는 흙을 사용해야 하는데 혹여 철분이 질에 함유되어 있을 경우에는 자석을 이용해서 완전 100% 탈철 해야 한다. 청자는 70% 정도를 탈철하고 분청은 그 정도가 조금 덜해서 5:5 정도로 탈철하면 된다. 단 옹기는 철분이 50%가 있든 70%가 있든 상관없다. 대부분의 질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짙은 색의 옹기로 구워지는 것이다.
“도자기하고 흙하고 흙으로 만드는 공식들은 똑 같것지만은 흙이 다 틀리지 자재는 다 틀리지 청자흙 틀리고 옹기흙 틀리고 분청흙 틀리고 백자흙 틀리고 흙 자체가 다 틀려요 흙에 철분이 얼마나 함유를 시키냐 안시키냐에 따라 다 틀려요 그랑께 백자는 철분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백자는 흙이 철분이 아예 없어야 해. 백자는 철분이 있으면 이렇게 꺼마게 되불어 그랑께 우리가 모래나 이런 거 철이 고도의 1200도나 1300도에 고열에 맞게 되먼 고열로 변하니까 하얀 바탕에 검정거이 끼먼 그거는 작품이 제로여. 그러기 때문에 탈철이라고 해 탈철 그랑께 철을 빼낼수 있는 그 옛날에 철을 빨아들이는 것이 뭣이지 그 지남철! 자석 자석! 자석으로 완전 100% 백자는 자석으로 철을 빨아들여야 돼 그리고 청자가 한 7:3, 3정도가 철분이 있어야 청자가 제대로 형성이 되고, 옹기는 철이 50%가 있든 70%가 있든 철분이 있든 없든 관계가 없어 옹기는 막 그냥 흙을 채취해다 그대로 옹기를 만든거고 청자는 탈철을 한 70% 정도는 뽑아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분청 분청도 옹기보다 쪼간 욱에여 분청은 5:5라고 봐야제 그란께 그 별암리에도 바다에게 옹기 만드는 흙이 무지하게 많있어 그랑께 보통 몽탄하고 거그 어째 몽탄하고 그거이 연결이 됫냐먼은 몽탄에서 흙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가져오면서 기술자도 왔다 갔다 하게 되고 그런 연결이 있었던 것이여 그랑께 몽탄하고 점등하고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었어!”
대부분의 질은 몽탄 나주 산포 등지에서 가져오게 되는데 옹기배가 질을 실어오는 일까지 전담했다. 질을 실고 와서 옹기마을에서 옹기를 만들면 그 배로 다시 완성된 옹기를 영산강과 해안을 따라 옹기 판매에 나선 것이다.
3. 옹기기술과 손그림
옹기를 만드는 기술에는 축소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옹기를 만들어 마르거나 굽는 과정에서 축소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 축소율을 계산해서 항아리와 항아리 뚜껑, 오가리와 오가리 뚜껑을 만들어야 하고 옹박지나 학독, 폿독15)을 만드는 것도 이 비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에 그것은 아주 중요한 感이었다. 평균적인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져 옹기장이의 감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옹기의 경우는 20%의 축소율을 보이고, 도자기는 12%~13%의 축소율을 보인다. 이 축소율은 옹기가 숨쉬는 그릇이라고 하는 점과도 일치한다. 옹기의 질은 자갈이나 모래같은 것을 전혀 거르지 않기 때문에 그 자갈과 모래 점토의 틈이 생겨 그 틈을 이용해 숨쉬기를 하는 것이고 도자기의 경우 질을 거르기 때문에 축소율이 작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질을 거르지 않고 쓰기 때문에 고온에 구웠을 때 구멍도 생기고 금이 가는 등 도자기에 비해 옹기는 그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거친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명 곰보옹기라고 하는 잘못된 옹기의 형태가 나오기도 한다. 이 축소율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항아리와 항아리 뚜껑이라고 할 수 있는 옴박지가 맞지 않게 되고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옹기가 나오기 때문에 뚜껑과 항아리의 한 벌이 되지 않아 가마를 낼 때 성공률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옹기는 질과 잿물을 사용해서 굽게 되는데 원하는 색을 구하기 위해서는 질과 잿물의 배합을 7:3, 6:4, 5:5 등으로 나눠서 만들게 된다. 그 배합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잿물을 섞을 때 황토흙이 많으면 까맣게 되고 재가 많으면 누리끼리하게 보인다.
“옹기와 토기가 다른점은 거 코팅이라고 생각하먼 돼 코팅이락 한께 조금 우습지만은 토기는 흙으로 그대로 만들어서 군 것이고 옹기는 유약을 입혀서 군 것인께 그 차이라고 보먼 딱 맞어 유약이락 하먼 뭐 화공약품인지 안지 그거이 아니여 우리가 말하는 유약은 잿물을 말하는 것이여 또 잿물 그란께 양잿물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디 잿물은 황토하고 부엌에 재하고 섰어서 조금 누리끼리하게 나오면 흙하고 재를 섞어가면서 자기가 말하자면 조절해서 좋은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우덜이 그것을 맞추는 것이여 그것이 기술이여 옹기는 색깔이 고와야 하거든 그란디 코팅이락 한께 요즘말이고 이상한디 이런 자연에서 얻은 잿물로 입힌다 그런 말이여 재 재”
옹기의 문양 역시 손그림 이라고 해서 손으로 그려 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손그림을 그리기 위해 옹기장이들은 새끼손가락의 손톱은 자르지 않았다. 새끼 손가락은 옹기장이들에 있어 성역과도 같은 것이었다. 파도무늬, 용무늬, 닭꼬리, 난, 쑥, 깔다구풀 등이 거의 옹기장이의 새끼손가락에서 그려져 나왔다. 파도무늬나 용무늬 같은 것은 광목베를 엄지와 검지에 감고 완성된 옹기에 유약을 치고 물레를 발로 돌리면서 두 손가락을 붙인 다음 위 아래로 돌리면 유약을 바른 항아리에 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밖에 닭꼬리나 난은 길게 긴 새끼 손가락으로 그려 넣은데 가는선을 살리기 위해서 손톱을 3~4센티 정도 길었다. 쑥잎과 깔다구풀 같은 것은 유약을 바르기 전에 붙였다가 유약을 바르고 유약이 어느 정도 마른 상태에서 떼어내면 쑥잎과 깔따구풀 문양이 황토색으로 드러났다.
옹기를 제작할 때 물레치는 방법은 전라도와 타 지역이 다른 기술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지역은 베개타래미라 해서 나선형으로 타래쌓기 기법으로 옹기를 만들고 중부지방은 베개타래미와 썰질법을 쓰며 경상도의 물레치는 방법은 타래식으로 흔히 호일링식이라고 하는 베게태래미 기법이고 경기도와 제주도와 전라도는 쳇바쿠타래미라 해서 방망이와 조막을 쓰는 물레방법인데 조막을 안에다 대고 밖에서 방망이로 치면서 물레를 돌려가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인데 옹기장이는 이러한 전통 호남의 방식을 익혀야만 했다. 옹기를 만드는 방법도 지역마다 달라서 항아리의 栓을 보면 지역의 차이를 알 수 있다.
Ⅳ. 프라스틱․고무 파동 이후의 방진영의 지향
방진영은 26세 해남 화원으로 가서 27세에 결혼하고 29에 큰애를 낳고 다시 고향으로 와 정착하게 되는데 그 당시 해남에서 같이 일햇던 동료(옹기장이)들이 대부분 몽탄과 지도에서 먼저 와 옹기일을 하고 있었다. 무안 몽탄이 강진보다 해남을 더 먼저 선점해서 들어가 옹기를 만들고 있었고, 양철동우와 양은, 더 발전된 용기인 스텐레스와 프라스틱․고무파동이 터지면서 옹기가 들어가고 광명단 망간을 사용해서 옹기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옹기 기술자들은 떠돌이가 되었고 더러는 고향에 정착하기도 하고 이농의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해남의 경우 10사람 정도가 몽탄에서 일을 와 점일을 하면서 정착한 사람도 꽤 되었으며 이주를 한 사람도 많았다. 이런 연유로 점촌은 자자일촌이 없다. 여기 저기에서 옹기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생활하고 흙이나 나무의 질이 좋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던 이유로 보인다. 이런 사유가 옹기장이들이 한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이동하게 되고 심지어는 유랑까지 하게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방진영씨 같은 경우는 워낙이 기술이 좋고 성실해서 나중에 투입된 경우이지만 해남옹기의 옹기일을 하던 25~30명의 관리를 맡기도 하고 고향마을인 봉황에서 먼저 해남에 정착한 나씨가 건애꾼(뒷일)을 하는 등 뒷일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군산, 고창, 인천, 양산, 해남등지에 가마가 있는 점마을이 있어 마을에서 이런 지역으로 말하자면 파견을 가서 일하다가 장가를 들거나 정착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생활의 습속으로 옹기일을 후대에게 물리거나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인권의 문제등 점마을의 환경등으로, 물론 사양길로 접어든 가장 큰 원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옹기장이들이 일손을 놓았을 때 방진영은 보다 나은 기술을 습득하고 타도의 발전사나 타개책을 동냥하기 위해 전국의 가마터를 찾아 다니면서 팔았던 발품덕에 고려청자박물관의 사업소에서 청자의 몸을 만드는 성형일을 계속할 수 있었고 가장으로써 생활고를 해결한 방진영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전통 옹기의 맥을 이을 수 있었다. 더욱이 그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옹기의 기술을 전수하고 또 새로운 땅에 옹기 가마를 앉게 하는 등 충청도 경상도 경기도 일원에 전라도의 전통 가마와 옹기기술을 확산시킨 공로는 그의 탁월한 옹기기술과 장인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Ⅴ. 맺음말
옹기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조형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한국적 용기 가운데 하나이다. 방진영의 옹기장이로서의 이동 경로는 옹기장이의 인권과 독막의 환경 지역별 옹기의 생산품목과 점마을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구술이었다. 방진영의 고향인 강진 칠량 봉황은 대규모의 옹기마을이었지만 실제적으로 크고 작은 옹기 마을은 해남이 훨씬 더 많았다. 강진이 9개 면이고, 해남이 14개 면인데 해남 송지는 제주도와 추자도가 가깝다는 지리적 요건으로 형성되어 제주도로 옹기를 팔러가서 돈 벌어서 배까지 놓고 온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때문에 이곳 강진에서의 생산 품목은 주로 이런 섬과 인근의 도서지방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크고 작은 생활용기라고 할 수 있다. 해남에서 옹기를 가장 오래 했던 곳은 해남 화원의 월산리로 해남에서 화원까지는 120리 정도의 아주 긴 땅덩어리를 갖고 있어 좋은 흙이 다량 매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반도라는 지리적 요건은 粘마을이 형성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목포 유달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로 육지와의 수송도 유리할 뿐 아니라 1980년대 초 경제 개발 5개년 사업의 일환으로 영산강 하구둑이 생겨 목포와 부산을 잇는 국도 2호선이 만들어지게 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목포 인근의 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홍도․흑산도에서 잡아 올리는 홍어가 영산강으로 올라가 영산포나 구진포에서 육지로 올라갔던 뱃길․강길로 이어지는 옹기 판로의 유리한 접점지대였다. 목포에서 화원반도로 이어지는 곳의 통로라 할 수 있는 움매기또만 지나면 목포내해와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었다.
해남 황산은 옥공예로 유명한 곳으로 광물의 매장이 많은 곳으로 질도 좋아 粘마을이 있었으며, 산이는 지금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 별암리, 화원, 문내, 우수영, 진도로 이어지는 뱃길이고 육지쪽은 목포내해로 바로 연결되 영산강으로 오를 수 있는 요지이며, 화원은 반도라는 지형적인 특수성으로 점마을이 형성되게 되었다. 이러한 옹기는 호남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옹기의 용도가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옹기의 유통에 따라 수요층이 요구하는 방식의 옹기를 다량 생산하여 출하하였다는 점은 지역과 수요층의 권역이 크게 나누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강진의 봉황마을에서는 주로 전통 옹기라고 할 수 있는 독항아리가 주요 품목이었고 해남 송지에서는 제주도와 추자도가 요구하는 젓독이었다. 새우젓과 곤쟁이라고 작은 새우를 말하는데 곤쟁이독을 많이 만들었던 이유가 이 권역의 영향인 것이다. 산이는 영산강을 통해 올라가는 내륙지방에서 요구하는 형태의 동우형태를 보이고 있고 화원은 전통적인 독항아리, 젓독, 고조리나 소주고리를 주로 만들어 냈다. 일반적인 생활 옹기도 많았지만 고조리나 소주고리가 생산 품목에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지금은 술공장이 사라졌지만 목포에 ‘삼학소주’ 공장이 있어 그쪽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옹기의 형태와 수요층의 권역에 대해서도 차기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옹기의 유통길은 홍어의 유통길과 흡사하다. 해남 화원의 粘마을에서는 점주의 며느리가 부뚜막에 홍어를 넣어 삭이며 그 발효 정도를 확인하고 오가리별로 날짜별로 시험해 봤던 것으로 보아 새우젓독과 홍어 오가리를 대량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남도의 음식문화와 발효문화의 연구로도 확산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연구소재라 생각한다. 이번 조사는 방진영의 옹기 인생을 더듬어보는 생애사와 점마을의 생활사를 함께 고찰해 보았지만 방진영 생애에 질일을 하면서 周遊했던 경로는 옹기를 연구하는데 있어 거점이라고 하는 종요한 포인트였다. 이런 거점을 중심으로 질일의 생활사와 이번 조사에서 다 밝혀낼 수 없었던 부분까지를 고구한다면 옹기의 새로운 시각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粘은 옹기를 만들기 위한 素材이지만 그 성질은 끈끈하다, 끈기가 있다, 차져서 잘 달라붙다.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해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의 옹기마을 사람들의 생활사에는 남도의 끈끈한 정과 옹기 기술자들의 외길 인생에는 끈기와 차진 인정과 정서가 묻어났다. 또 이런 옹기를 구워내는 공장이라고 하는 窯는 기와를 굽는 가마, 오지그릇 陶器를 굽는 가마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의 粘마을은 옹기를 구워내는 마을로 우리 민중의 식문화를 대표해 왔지만 이러한 粘마을에서 우리 민중의 住文化를 선호해 온 역사도 함께 조명되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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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경은, 「옹기점 운영의 생산 · 분배적 조건과 신앙풍속」『민속학연구』23, 국립민속박물관, 2008, 142쪽.
3) 정서경, <내 어릴적 粘마을에서는>, 『월간 불광』, 2004년 10월호 24~26쪽.
4) 5) 나병옥, 「전남지역 옹기의 연구」, 단국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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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0년 8월 21일~9월 19일까지 마지막 10월 1일 조사까지 7차례 방문 조사. 장소는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마을 정자나무 앞 강진옹기(해봉요-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마을 초두에 위치) 제보자는 방진영, 첫 번째 인터뷰 때 동행연구자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이윤선.
7) 한성욱, 강진옹기배 해상로드 탐사 기념 학술세미나 <강진옹기와 옹기로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강진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10, 11쪽.
8)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막’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필자는 ‘독’을 만들어 보관하고 햇빛이 좋은 곳에 말리지 못하는 옹기의 특성상 어둡고 침침하며 습도가 유지되는 말하자면 ‘독’을 가마에서 구워내기 전에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서 ‘독’을 보관하는 ‘막’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독막’이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바이다.
9) 송하훈, <도공 3대째 내려오는 '흙의 손' 강진옹기(해봉도예) 방진영>, 강진고을, 2008, 8월 20일자.
10) 방용상(房容祥, 1943년 10월 1일생), 방진영(房進榮, 1946년 9월 22일생)-1976년 9월 29일 천순자(千順子, 1956년 12월 12일)와 혼인신고, 방진석(房進石, 1949년 3월 2일생)-1982년 12월 10일-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최복남의 장녀 최연숙과 혼인신고, 방진열(房進熱, 1951년 8월 15일생), 방진남(房進南, 1958년 10월 17일생), 방진례(房珍禮, 1960년 5월 10일생), 방진철(房珍徹, 1963년 4월 9일생), 방진순(房珍順, 1965년 3월 20일생, 방진아(房珍兒, 1968년 6월 26일생.
11)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民族保衛省) 정찰국 소속의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부대 소속 31명의 무장게릴라들이 청와대 습격과 정부요인 암살하기 위해 불심검문경찰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단총 무차별 난사, 시민 살상하고 서울 세검정고개까지 침투하였던 사건.
12) 대롱같이 길게(찌드런하게 생겨 갖고) 툭 터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 문헌에도 없고 옹기 기술자들과 粘마을 사람들이 붙인 향토명이다.
13) 이윤선, 강진옹기배 해상로드 탐사 기념 학술세미나 <강진옹기와 옹기로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강진군 ․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10, 38~39쪽.
14) 박영인 ․ 김미경, 「미력옹기를 찾아서, 차로 이름난 보성땅에 담아낸 우리그릇」, 『계간 지역사회』, 한국지역사회연구소, 1997, 75쪽.
15) 학독과 폿독은 지금의 믹서 기능을 한 옹기로써 김치를 담을 때 고춧가루를 갈거나 기타 곡물을 가는 용도의 옹기이다. 학독은 옴박지 형식인데 안에 작은 무늬를 만들어 갈아지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고, 폿독은 손에다 쥐고 가는 용도의 옹기이다.
*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전․ 민속학 전공.
1) 옹기장이들이 사용하는 원단이라는 말은 옹기의 주재료인 찰진 粘土를 말하는데, 지역에 따라 원단, 粘土, 흙, 질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 글에서는 대부분의 호남의 점마을에서 사용한 ‘질일’, ‘질그릇’, ‘질 뺀다’, ‘질 친다’ 등으로 표현되었던 것으로 당시의 표현을 찾아 질과 질일로 표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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