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의 옆방에는 불행이 늘 기웃거린다. 새옹지마(塞壅之馬).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불행이 되고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이 되기도 하지만, 늘 행복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관일 것이다. 그 행복의 지름길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스님이 있다. 자, 이것이 행복이니라, 하고 손에 쥐어주는 행복의 전령사 용타(龍陀) 큰스님. 바야흐로 온 산천에 봄의 전령사가 제주도에서부터 쪽빛바다를 스치며 달려오고 있는 봄의 문턱에서 강진읍 봉덕 출신이기도한 용타 큰스님을 뵙기 위해 지난 9일 함양읍 죽곡리 ‘동사섭(同事攝) 행복마을’을 찾았다.
“마음이 바라야 되고 좋아야 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그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의 밑거름이 되거라”
30년간 ‘동사섭 수련회’ 통해 행복 나눈 우리 시대의 참 스승 용타(龍陀) 큰 스님
전두환 정권 때 동서 교류를 위해 만들었다는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으로 가는 길은 역시 첩첩산중이었고, 길은 몹시 거칠었다. 특히 야간에는 졸음 운전시 황천길이 지척일 만큼 구절양장이었지만 큰스님을 뵈러 간다는 마음에 기분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함양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산의 옆구리에서 터져 흐르는 계곡을 따라 곱게 단장된 아스팔트길이 있었고, 어쩌면 대한민국에 이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산세가 있을까 싶은 곳에 ‘동사섭 행복마을’이 최신식 건물로 서 있었다. 앞으로 본관이 들어서게 되면 더욱 천하명당의 산세와 어우러지게 되겠지만, 행복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속진(俗塵)의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같은 행복마을이 들어서기까지는 SK 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이 용타 큰스님의 말씀에 감동을 받아 선뜻 30억 원에 이르는 ‘동사섭 문화센터’ 건립기금을 출연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운영비로 5억씩을 기부해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SK 케미칼에서는 모든 임직원은 의무적으로 ‘동사섭 행복마을’의 수련회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삼배를 올리고 나서 대담을 시작했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행복해지려면 지금 당장 행복하면 됩니다. 지금의 행복을 확인하는 순간, 행복해집니다. 행복해지려고 이 순간은 놓아둔 채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럼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놀 때는 아이의 눈 높이에서 함께 하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을 나눠주는 어울림 그 자세가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동사섭 수련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30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수련 참가자들에게 묻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가 불행하다거나 불만족스럽다면 우주만한 금덩이와 자신과 바꿀 수가 있습니까?’하고 말입니다. 내가 우주와 바꿀 수가 없을 만큼 존귀하듯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우호감을 높이는 ‘절명상’부터 시작을 하는 동사섭 수련회는 불교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행복, 나와 내 이웃, 사회가 행복해지고 우주에 맑고 청정한 기운을 만드는 것이 동사섭의 목표입니다.”
동사섭에서는 특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리키고 있다. 감사할 대상이나 감사할 경우가 무한히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일이다.
“매일 100회 이상씩 감사 표현운동을 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숨 쉬는 공기며,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까지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바로 그것이 행복의 증대 조건이 된다는 것이지요.”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게 되면 어떤 원망도 질투도 갈등도 없어질 게 뻔하다. 어느 신학자의 말처럼 외나무다리를 걷던 한 사람이 중간에서 툭 부러지자 하마터면 깊은 물로 빠질 뻔 했다. 그러나 그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빠지지 않고 생명에 위험이 없었으므로 감사의 기도를 한 것이다. 여기에서 감사의 마음은 단순히 말 몇 마디의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감사의 마음은 신앙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지와 친구, 또 인연이 있는 모든 동식물, 무생물 할 것 없이 그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해 내는 일이란 곧 기막힌 행복감을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1년 동안 다녀가는 수련생만도 약 1만 명. 5박 6일 코스가 가장 많고, 3박 4일 코스, 1박 2일 코스가 있는데 1박 2일 코스는 수없이 많이 가졌다. 대체적으로 수련시간은 약 45시간 정도 된다.
동사섭이란 무엇입니까?
“동사섭이란 불교의 사섭법(四攝法)의 하나인데, 불교가 지향하는 지고한 인격인 대승보살(大乘菩薩)의 인격 내용입니다. 보시섭(布施攝), 애어섭(愛語攝), 이타행섭(利他行攝), 동사섭(同事攝)이 있는데, 이중 동사섭이란 중생과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한다는 뜻입니다.
1980년 겨울 첫 동사섭 수련회를 가졌으니까 30년간 해오면서 ‘마음이 바라야 되고 좋아야 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그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의 밑거름이 되거라’하고 가르쳐왔습니다.“
출가했을 당시 마음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전남대학교 철학과 3학년 때 출가한 셈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불교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잔디밭에 누워 반야심경을 암송하더라구요, 어찌나 그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든지 나도 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그래 써달라고 부탁했더니 260자를 한글로 써주더군요. 그러나 반야심경은 뜻글이어서 다시 한자(漢字)로 받았는데, 이번엔 노래 부르기에 앞서 뜻풀이에 바빴어요. 그러다가 ‘색즉시공’이란 말이 목에 컥 들어왔어요. 색(色)이 곧 공(空)이라? 내 눈에 보이는 게 색인데, 왜 공이냐? 왜 비었느냐? 이 궁금증으로 인해 2개월간 그 주제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큰 의문을 갖게 된 것인데, 아마도 내 개성과 기질이 한 번 빠져들면 계속 빠져들었어요. 중학교 때 시작한 냉수마찰을 10년 정도 하고 나서야 그만 둘 정도였던 나였으니까요. 결국 2개월 만에 이 의문이 풀렸어요. 대학 2학년 때의 일인데, 그러니까 그 무렵 철학과를 함께 다니면서 청화 큰스님 밑에서 행자생활을 하는 김웅이라는 친한 친구가 있었어요. 김웅은 소설 습작을 하면서 읽어주곤 했는데, 끝내 현대문학 장편공모에 당선되기도 했고 그 후 현대문학에 ‘영산회상’이란 장편을 연재하기도 했지요. 그 친구는 평소 청화 큰스님을 예찬하곤 했는데, 김웅 제자가 대학을 다니니까 그 큰스님께서 용봉동 자취집엘 찾아오신 거예요. ‘문안입니다’ 하고 나타나시자 김웅 친구가 ‘청화스님 오셨네’하고 반갑게 맞아들였습니다.”
그 무렵 용타 큰스님은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낮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프리즘을 없애라” “프리즘을 없애라” 반복해서 들려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색즉시공’을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세상이 열리면서 물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투명보자기에 둘러싸여 그것에 갇혀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그것을 벗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기분에 용타 큰스님은 광주시내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프리즘이란 무엇인가? 빛의 분산이나 굴절 등을 일으키기 위해 유리나 수정으로 만들어진 기둥 모양의 광학장치를 일컫는 말 아닌가. 여기에서 용타 큰스님이 느낀 것은 ‘마음의 본체로 돌아가라’는 말로 해석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음의 본체가 성(性)이라면 마음의 작용은 정(情)이라고 할 때,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희노애락애악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변화무쌍해서 프리즘처럼 여러 개의 빛으로 분산되듯 희노애락애악욕을 없애면 마음은 성(性) 자리에만 있게 된다. 이른바 명경지수의 마음이다. 어떤 돌멩이를 던져도 마음의 파문이 없는 그 자리. 프리즘을 없애라는 말은 그렇게 해석되는데, 용타 큰스님은 입산 이후로 마음공부만 해오셨다.
청화 큰스님은 40년간 하루에 한 끼 공양만 하고, 자리에 눕지 않는 장좌불와의 수행을 한평생 지켜온 선승인데, 큰스님과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산이란 젊은 스님이 계셨는데, 청화 큰스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상좌로 두지 않고 다른 스님을 소개해 주었어요. 바로 그 스님이 ‘색즉시공’만 알면 견성입니다, 그래요, 그래서 견성하면 몸이 허공에 날아다니는 알고 그렇게 광주시내를 돌아다녔던 것이었어요. 그 때 청화 큰스님이 나타나셨는데, 세수 41세였지만 80세 큰스님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버리는 분이셨습니다. 그 큰스님께 ‘색즉시공’ 경계가 이렇습니다. 하고 고백하자 ‘해오(解悟)는 됩니다만 증오(證俉)는 아닙니다’ 하시는 거예요. 도리를 깨달아 알았지만 진리를 증득하여 깨닫지는 못했다는 뜻이지요. 그 때 가슴 속에 꽉 찬 어떤 것이 일시에 쏙 빠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것을 눈치 챈 청화 큰스님께서 ‘그러나 한국불교에서 색즉시공 정도 아는 사람은 얼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시는 거예요. 그 뒤로 큰스님과 가까워졌는데, 한 번은 광주시내에 절을 하나 짓겠다는 뜻을 갖고 계신 터라 조응원 광주극장 사장의 별장이 너무 좋아 함께 그곳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큰스님께서 절 얘기를 꺼내자말자 두 말도 않고 허락을 해주어 ‘추강사’란 절을 세울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절에서 대학 3학년 때 머리를 깎았는데, 큰스님께서 직접 깎아주셨지요.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상좌를 두지 않으셨는데, 그 인연으로 안받아 줄 수가 없으니까 대학생 상좌이므로 받아준다는 식으로 청화 큰스님의 맏상좌가 되었습니다.”
‘마음 알기/다루기/나누기’란 명상록을 일찍이 내셨는데 어떤 책입니까?
“동사섭 법회라는 이름의 수련회를 통해 실험을 해보았고 그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서 쓴 내용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구하지요. 그런데 행복의 핵심은 감정입니다. 감정은 십이연기(十二緣起)의 수(受:느낌)에 해당됩니다. 모든 수도의 결산은 ‘그 느낌이 어떠하냐’이며 가장 순도 높은 느낌이 곧 니르바나입니다. 니르바나의 경지를 그리워한다면 그것처럼의 해탈과 행복을 누리면서 수용과 지향의 조화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속살림으로 자리잡혀야 합니다. 이것이 활불교요, 생활불교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행복은 마음 상태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마음 닦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로운 최상의 인생살이입니다. 혼의 성숙을 꾀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이 동사섭 수련회를 통해 맛보았고, 마음을 알고 다루고 나누는 화합의 한마당은 그만큼 마음 나눔의 장이 열려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그런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10분 해탈’이란 책은 4쇄를 기록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행복 특공대, 마음의 뜰 조경하기, 깨달음의 불씨를 얻다 등 3장으로 된 이 책 역시 명상록입니다. 인생이란 대체로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의 교호과정입니다. 좋은 것은 끌어당기고 싶고, 싫은 것은 밀어냅니다. 끌어당김도 밀어냄도 긴장입니다. 인력이나 척력이 미성숙선을 넘어설 때 탐(貪)이니, 진(瞋)이니 하지요. 탐진 밑에는 현명하지 못한 인식이 도사리고 있는데, 치(癡)입니다. 미성숙한 사람은 이르는 곳마다 탐진치 삼독(三毒) 때문에 고통과 싸움을 해야 합니다. 명상이란 탐진치 삼독을 정화하는 도구지요. 만 3년간 월간 ‘불광’에 탐진치 삼독을 증발시키고 본래청정한 자성을 현전(現前)케 하는 명상의 길을 얕은 글재주로 다루어 본 책입니다.”
기자는 69쪽의 ‘불행을 줄이는 묘책’을 펼쳐보았다.
--세상은 많은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많이 시달리면서도 시달리며 사는 것이 당연한 인생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나머지 그 시달림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습니다. 마음공부 부재 현상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관계에 어떤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면 즉각 발동되는 특공대를 마음의 한 귀퉁이에 상설시켜 놓고, 관계에서 불편 정서가 일어났다 하면 즉각 특공대를 투입하여 불편정서를 해결해버리는 일입니다. 특공대란 무엇입니까? 어떤 상황이 벌어졌다 하면 그 상황을 대응하는 신념체계입니다. 간단한 촌철(寸鐵) 일반이 그것입니다. 좌우명일 수도 있고, 가훈일 수도 있고, 잠언 (箴言)적인 속담일 수도 있고, 사자성어적 교훈의 말씀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중대한 지혜바라밀이지요.
‘나’하면 사라지고 ‘너’하면 빛난다/ 본지풍광(本地風光) 본래청정(本來淸淨)/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역지사지(易地思之) 등등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남이 미워질 때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대방으로부터 공격과 괴롭힘을 당할 때 마음의 평화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나의 경우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평화의 길이라는 것은 번번이 느끼곤 합니다. ‘다 내 부덕의 소치다’ 하고 생각하는데, 사실 덕이 넘치는 사람은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드물지요. 상대방이 미워지려고 하면 상대의 아픔의 역사를 떠올리고, 내가 그 반대로 미움을 받을 때는 자신의 부덕(不德)을 돌아봅니다.
대담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리 송하훈 편집국장
용타(龍陀) 큰스님은 누구인가?
-1942년 강진 출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수료(석사학위 논문 ‘佛敎의 禪에 관한 硏究)
-1966년부터 1974년 : 나주 호만애움(특별고등기술고등학교), 여수고등학교, 장흥고등학교, 전남고등학교 등에서 독일어 교사 생활
-1964년 8월 15일 : 청화대선사를 은사로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이 됨
-1974년 ~ 1983년 : 20안거 결제수선(結制修禪)
-1980년 ~ 현재 : 동사섭 영성프로그램으로 지도
-저서 : 마음 알기 다루기 나누기, 10분 해탈
-김제 귀신사 회주
-미국 삼보사 회주
-성륜문화재단 이사
-재단법인 행복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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