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지시에도 소신판결로 맞선 끓는 피 가진 ‘반골 판사’
해마다 5월이 오면 떠오르는 사람 손용근 법무법인 동인 대표 변호사
노천명 시인은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읊조렸지만, 신군부의 총칼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죽어갔던 5·18 민주화운동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들의 처절한 함성 소리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님들의 살과 뼈로 민주화를 향한 열망의 행진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던 저 5·18 민주화운동! 절망과 체념을 딛고 오늘 날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이끌었기에 5월은 이제 희망의 달, 푸른 꿈의 달이 되었다. 5월을 앞두고 떠오르는 사람, 강진출신 손용근 법무법인 동인 대표를 만나보았다.
가슴 속은 도청 앞 데모대보다 더 뜨거웠던 젊은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신군부가 등장했던 1979년 12·12 사태 때 손 대표는 광주에서 공군 법무관으로 복무를 하고 있었다.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군복무 역시 법무관으로 복무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김대중 선생님이 신군부의 손에 연행되기 직전 광주에서는 많은 재야인사들이 구속 되어 있었다. 군법회의에 파견 나갔던 손 대표는 법대로 소신대로 무혐의 처리를 해 그들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산천초목이 떠는 보안대에서 그런 손 대표를 그대로 놔둘 리가 만무했다. 손 대표를 잡으러 갔을 때 동향이라는 한 사병이 전화로 귀띔을 했다. 손 대표는 어수선했던 그 시절, 상당한 세월 동안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법무관 시절이 끝날 무렵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망한 시신 140구의 검시를 맡은 손 대표는, 검시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당부했다. 사망 원인을 어려운 한자로 써달라는 부탁이었는데, 가늘고 긴 흉기인 대검으로 찔렀을 경우 ‘자창(刺創)’이라는 어휘 따위였다. 결국 이런 어휘로 인해 보안대 검열을 무사히 통과할 수는 있었으나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서 신군부의 학살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그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그는 재판부 명단에 빠져 있었다. ‘반골’로 낙인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르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서슬이 시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던 그 때 그는 각하의 지시사항도 먹혀들지 않았던 것은 도청 앞 데모대보다도 더 가슴이 뜨거웠던 탓이었다.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귀국환영벽보사건과 1986년 남부지원(현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기각사건은 그의 소신과 반골과 민주화의 열망을 잘 말해주고 있다. 당시 벽보를 붙인 시골 아주머니들에게 ‘29일 구류에 처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무시한 그는 3,000원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학교연합시위사건 역시 공부하다가 잡혀온 대학생들의 영장을 기각해버린 그였다.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정의의 실천을 온몸으로 실천한 용기의 사나이였다.
손용근의 어린 시절
손 대표의 고향은 강진군 병영면이다. 천혜의 요새인 수인산(修仁山)을 바라보며 성장했으나 어린시절은 불우했다. 1952년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 생모와 이별을 한 그는 ‘어머니’란 말을 부르지 못하고 성장했다. 아버지의 사랑 역시 받지 못했다. 6·25가 일어나자 대를 잇지 못할 것을 걱정한 손대표의 조부는 서둘러 부친을 장가보냈다. 손대표의 조부는 광해군 때 전라병영 수군 만호장을 지낸 집안의 종손이었다. 종손으로서 집안의 대가 끊기면 어쩌나 싶어 나이어린 부친을 장가보낸 것인데, 조부의 소원대로 그 이듬해에 태어난 것이다. 6·25 덕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그는, 그러나 서둘러 맞이한 며느리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조모가 새며느리를 맞아들이면서 자연 생모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살아계시는 생모는 “나야 배만 빌려주었지, 뭐”하시며 정을 한사코 떼시는 모습에서 육친의 사무친 정을 느껴보는 손 대표이지만, 어린 시절 생모 밑에서 자라지 못한 한(恨)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생모와의 만남은 29세 때 결혼식장에서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몰래 찾아온 생모는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가 얼굴을 내밀었다. 요즘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6·25의 또 다른 비극인 셈이었다. 동족상잔의 6·25가 지난 지 30여 년이 흐른 그 때까지 비극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생모와의 이별로 손 대표는 여느 아동처럼 문제아, 반항아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했다. 그런 그를 붙잡아 준 분은 예수였고 병영교회였다.
--한국기독교 장로회 병영교회는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여호와 이레의 피난처 같았던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예수님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나는 어렸고 예수님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병영교회야말로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예비하신 처소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보았던 돌집의 병영교회. 그곳에서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 저 바다보다 깊고······’란 찬송가가 귀를 적시고 어떻게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담고 울려 퍼지던 풍금소리. 그때 성령께서 이미 내 마을을 움직이셨던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었다.
당시 병영교회에 김성래 장로가 계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장로에서 목사까지 되신 분이었다. 중학교 한 반 친구였던 김병무군의 부친이었던 김성래 장로는 중학교 서무과에 근무를 하셨는데, 아들을 통해 병영교회에 나오도록 했다. 눈 내린 시골길을 걸으며 이 집 저 집, 이 마을 저 마을의 성도집 앞에서 불렀던 크리스마스의 새벽송과 중· 고등부 학생들의 크리스마스 공연 등을 통해 손 대표는 또 하나의 안식처를 가진 셈이었다. 조부모 밑에서 그것도 가난 속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술 배우고 담배피고 학교를 기피하는 문제아로 탈선하지 않고 성경과 찬송과 기도 속에서 사춘기를 무난히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 수석 졸업이었다.
당시 병영에는 병영상업고등학교가 있었다. 손 대표가 수석으로 졸업하자 그 학교에서는 특별장학생으로 입학할 것을 강력히 권해왔다. 삼시세끼 끼니 걱정은 안했지만 무엇 하나 편하게 구입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집안 살림 때문에 그는 병영상고를 지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은밀히 하나님의 손길처럼 다가온 분이 있었으니 바로 김성래 장로였다. 김 장로는 무릇 사내란 큰 길을 가야하고 그러려면 광주제일고등학교를 가야한다는 거였다. 당시 광주일고는 광주를 비롯해서 호남의 명문 고등학교였다. 병영중에서는 2~3년에 겨우 1명 정도 합격자를 낼 정도였다. 결국 김 장로의 의견과 하나님의 동행으로 손 대표는 광주일고에 입학했고, 가난 속에서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만일 병영상고를 지망했더라면 오늘의 손용근은 없었다고 술회하는 손 대표는 병영교회와 김성래 장로를 잊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김 장로 부인이셨던 집사님의 사랑은 가히 친모 이상이었으니 하나님께서 김 장로를 은밀히 사용하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 대표는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병영교회를 찾곤 한다. 중학교 동창인 염능선 장로가 버티고 있기에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어린시절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가슴 속에 아릿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날 한국교회가 감동을 잃었다곤 하지만 100년의 역사를 지닌 병영교회에서 목사의 설교 소리가 창 밖으로 울려 퍼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희망이 솟구치곤 하는 손대표이다.
한양대학교 1호 법조인
손 대표는 가정형편 때문에 서울대 법대를 택하지 못했다. 법조인 배출을 전혀 하지 못한 한양대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예비고사 2위를 했고 한양대를 수석 입학한 손 대표에게 장학금으로 손길을 뻗쳐왔다. 당시 5급을 공무원이 한 달 받는 수령액은 1만 3천원이었는데, 그가 받는 장학금은 매달 1만 5천원이었다. 월급을 타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김연준 대학 설립자이자 총장은 수시로 고시반을 찾아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했는데, 보답이라도 하듯 졸업하던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거뜬히 합격했다. 1959년 정경대학 법률학과로 출범한 지 16년 만의 일로 한양대에서 법조인 탄생의 물꼬를 튼 셈이었다. 71학번이었던 손 대표가 이렇듯 첫 포문을 열자 72학번인 한 해 후배이자 전 대통령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씨가 사시 18회에 합격했다. 그 후로 줄줄이 합격을 해 지금은 한양대 출신 법조인이 1천 200여 명이다. 인원만 따져도 법조계 ‘빅5’로 꼽히고 있지만 당시에는 법조계의 외톨이였기 때문에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서울행정법원장(2006), 대구고등법원장(2008), 사법연수원장(2010)으로 승승장구하는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단 아쉬움이 있다면 2005년부터 대법관 후보에 번번이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원을 떠나지 않고 2011년 2월 법복을 벗은 것은 한양대학교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한양대 1호 법조인이라는 꼬리표는 그에게 영예를 안겨준 일이긴 했지만 하나의 십자가도 안겨주었던 것이다.
특허법원장으로서의 활동
법원도서관장 재직시절 영문판례집을 발간하여 우리나라 판례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바가 있는 손 대표이다. 또한 국내외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물론 사법부의 지식정보화 사업을 주도하여 양질의 법률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 손 대표가 2006년 특허법원장으로 일했다. 특허법원은 행정관청인 특허심판원과 달리 특허권 등의 분쟁에 관한 사실심을 담당하는 독립된 전문법원으로서 진보성 잇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는 사람의 특허권을 보호하는 곳이다.
손 대표는 특허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특허분쟁 사건의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신속 정확한 해결을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2006년도 1개 재판부가 증설되어 고법부장판사 1인과 고법판사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 3개, 고법부장판사 1인과 고법판사 2인으로 구성된 2개 재판부로 개편시킨 것이다. 지적 재산권 전문법원으로서 물적, 인적자원을 두루 갖추게 되어 지적 재산권 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법관 전원이 참가하는 특허소송실무연구회를 연 8회 개최했다, 이는 개원 이래 10여 년간 활발한 연구와 함께 논문집을 발간하여 지적 재산권 분야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는데, 그 역시 특허소송연구 1~3집에 이어 4집을 발간하였고, ‘지적재산소송시무’ 개정판을 발간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손 대표가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부장으로 근무할 때 소위 한국판 오.제이.심슨(O. J. Simson)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이었다. 남편인 외과의사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기소된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담당했던 사건이다. 오랜 기간동안 끌었던 이 사건은 증거평가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의 재판이었다.
시인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과의 인연
손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전 총장과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오랜 친구이다 실제 생년월일이 같기도 하다. 그런데 손 대표는 친구가 총장으로 있는 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시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개설한 CAP 과정을 밟았는데, 중학교 때 문예반을 기웃거렸던 손 대표는 진정 가슴의 응어리를 배출시키지 않으면 안 될 생리적 필연성을 지녔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는 대시인 황 총장과의 인연 때문에 그곳에서 예술을 배우기 위해 공부했다. ‘소원풀이 - 황 시인의 조각전에 붙여, 공소시효 만료를 위한’ 시는 1990년대 중반 황 시인에게 보낸 시다.
황시인/ 자네 어머님께서/ 전시회 끝날 때 쯤 전시회장에 오시거든/ 부족한 내가 저 젊은 날/ 자네가 양심적 이유로 그 군대에 끌려갔을/ 그때쯤/ 세상에서 출세하기를 강요당하여/ 거기에 순응(자네, 알지, 차라리 팔자였음을)했던/ 속(俗)스런 과거를 가진 그런 내가/ 큰절 한번 올릴 수 있게/ 외람된, 기회 한번 주시게//
특별히/ 자네가 허구헌 날 세월만 퍼마시고 살아온/ 20여년 동안, 동안, 동안/ 하고 싶은 말 많았던, 많았던, 많았던/ 피아노 건반 위에 자네의 삶을 녹아내리게 했던/ 그 지극한 자네의 반려 김여사님과 자네의 자식들/ 특히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한 염려스러운/ -그러나 대견한 아들이 보는데서/ 큰절을 올릴 수 있다면/ 더 큰 영광이 되겠구만//
<그리고, 내친김에, 용납이 된다면>/ 자네를 녹여버린 그 손끝에/ 사랑과 존경의 키스/ 한번, 딱 한번만 하게 해주소/ 시인의 가슴을 녹아내리게 한/ 그 손끝의 아린 비밀을 알기 위하여//
그렇게 되면/ 확실히 나는/ 자네의 눈썹 밑에/ 내가 더 젊은 날 만들었던 범행의 흔적과/ 그 이후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묵시적 거리낌으로부터/ 공소시효 만료를 선언 받은 후/ 해형(解刑)의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네//
저 해 뜨면서 빛나는 고향의 바다에서/ 짜릿한 면죄부를 들고서
사법연수원장 시절
손 대표는 사법연수원장 시절 로스쿨생 현장실무수습교육을 실시했다. 실무수습교육은 실질적, 실천적 교육이어야 하지만 실효적이면서도 흥미가 유발되는 방향으로 내용이 잘 짜여져야 한다는 게 그의 방침이었다.
“로스쿨의 성패는 실무교육을 얼마나 충실하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일단은 각급 법원이 추진하는 로스쿨생 법원실무수습을 지원하는 것과 법원행정처가 시행하고 있는 법관출강제도를 지원하는 일부터 시작했었습니다”
법무실무수습은 전국의 25개 로스쿨로부터 모두 500명의 학생이 받았다. 이 기간에 로스쿨 학생들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손 대표는 사법연수원장 시절, 새로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법연수원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스쿨에는 의사, 약사, 변리사, 공무원 출신 등이 있었는데, 변호사가 된 다음 해당 전문분야에서의 성공여부는 실무교육을 얼마나 충실하게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무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갔다. 로스쿨 시대에서 사법연수원을 새로운 실무교육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 손 대표는, 40여년 동안 쌓아온 실무교육 노하우를 집대성해 법조실무교육의 본산으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복잡하고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공평타당한 판결을 도출하기 위해서 판사는 무엇보다도 사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람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므로 판사는 법학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과학, 예술, 철학, 종교 등 각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절차탁마(切磋琢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손대표의 법조인으로서의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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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용근 대표가 그린 '풍죽' |
서예와 문인화에 뛰어난 화력(畵力)의 소유자
4월 14일 오후 2시 30분. 순용근 대표를 만나기 위해 강남역에서 내린 다음 삼성생명빌딩을 찾았을 때 우선 사무실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위치가 가장 좋은 사무실을 접대용과 함께 두 개나 사용하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문인화가 걸려있어서 예사롭지 않게 느꼈는데, 나중 안 사실이지만 그는 이미 문인화가였다. 더구나 한국서화예술협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손 대표가 제1회 전국법원 서예문인화전을 서초동 법원도서관 중앙홀에서 연 것은 법원도서관장시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당을 다녔고 그림도 좋아했던 그가 판사 초년시절, 석계 김태균 선생으로부터 본격적으로 글씨를 배우고 직헌 허달재 화백으로부터 문인화를 배워 25년여 세월의 화업(畵業)을 닦았다. 법원 여러 곳과 독립기념관, 중국 창사(長沙)시문화원 등에도 작품이 전시돼 있다.
대법원 판결을 영역한 영문판례집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룬 법률세계, 법률문화, 사법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하지만 영문콘텐츠가 부족한 점을 착안, 영문판례집을 만들었다. 그것을 만들 때 ‘국역 고등법원 판결록’도 새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고등법원 판결에는 당기의 법률문화와 시대상 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판결에는 일본 고문어체 표현이 많아 해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손 대표가 필자에게 ‘법이론의 실무적 탐구’란 책을 내밀었다. 수인 손용근 사법연수원장 퇴임기념논문집이었다. 초판발행이 2012. 3.20일자여서 최근에 나온 책이었다. 올 년말에도 한 권의 책을 낼 계획으로 있는 손 대표는 5~6년 후 고향으로 낙향하면 한 달에 10여 일씩은 병영의 본가에서 집필을 계속할 작정이라고 한다. 고향 병영에는 선산 2만 평 가까이 있고, 5백평의 본가도 있다. 고향에 내려오면 수인관 주인 등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도 갖는 그다. (글 : 송하훈)
<프로필> 손용근 법무법인 동인 대표 변호사는 강진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한양대학교 출신 1,100여 명의 법조인 가운데 제1호 법조인이다. 대구지법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춘천지방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 대구고등법원장, 특허법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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