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3) 이 시대 부모들은 고독하고 슬프다.
험한 세상 이 시대에 살아가는 부모들은 볼꼴 못 볼꼴 그 험한 것 다 봐가며 자식 새끼 잘 먹이고, 잘 입히며 남의 자식에 뒤지지 않으려고 온갖 험한 일도 마다않고 오직 일편단심 질곡(桎梏)의 세월을 살아오신 부모들입니다. 이렇게 만신창이 된 부모님들을 한번쯤이라도 곁에 다가가 주름진 얼굴 모습과 일그러진 손마디를 잡아보며 따뜻한 정(情)의 눈물을 흘려본 자식이 과연 이 시대에 그 몇이나 될까요?
이 시대 부모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허기진 보릿고개 시절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오직 자식들만을 위해 허허벌판 낙목한천(落木寒天)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외로 히 견뎌온 부모님들입니다. 어찌 보면 자식 많은 부모는 무자식 상팔자이듯 자식 없이 그냥 홀로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식 없는 사람은 자식이 많아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사람을 부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대개가 노년에 자식 없는 부모가 고독하기 마련이지요. 돈이 없어 못 가르치고, 덜 가르친 자식이 오히려 부모에 효도(孝道) 하기 십상이지만, 통계적으로 잘 배우고 잘난 자식일수록 머리를 잘 굴리는 탓인지 불효하는 자식들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요 최근 세간에 떠들썩한 우리나라 삼성“이건희”재벌가 재산 상속분쟁을 보면서 느끼는 필자의 생각이지만, 돈 많은 사람일수록 욕심은 목에까지 꽉 차 숨쉬기가 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건희 이분의 경우 사진을 보니 말도 옳게 못하고 걸음도 걷는 게 비실비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마냥 곧 숨이 막힐 사람의 모습 같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돈 관계 형제간의 상속 소송 문제에 대해서만은 또렷하게“지금 내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하며 선친이 살아생전 재산을 다 고르게 나눠줬는데 넘본다고 합니다. 상속 소송은 대법원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고 합니다. 이들 형제 조카 손자들 간의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돈 있는 자들이 더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죽을 때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할 것을 좀 많은 사람이 형제간에 보태주고, 나눠주며 사이좋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본래 선친이신 ‘이 병철’회장이란 분이 자유당 시절과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사카린 밀수사건과 제일제당 설탕 독점 폭리로 국민을 많이 울리며 돈을 부정 축재해 번 돈의 인물이지만, 시대가 지나고 바뀌니 다 덮어져 버렸지요.
요즘 세상이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하기에 부자지간에도 있는 부모가 병들어 눕게 되면 돈을 많이 받으려고 아양을 떨고 관심이 집중되나, 없는 부모가 병이 들면 자식들의 부담이 돼 서로 자리를 회피하는 세상입니다. 계절이 다 가는 매미 울음소리가 처량하듯 평생을 자식위해 젊음을 다 잃은 부모의 웃음소리는 맥이 없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또한 세월의 뒤안길에서 허무(虛無)함을 느낄 뿐이지요.
결혼식장에 면사포를 쓴 자식을 신랑에 인계(引繼)한 아버지는 사위의 등을 두드리며 “잘 부탁 하네”라는 당부의 소리를 남기고 자나 깨나 자식이 살림하고 살아갈망정 마음을 놓지 못하고 걱정을 하지요. 자식을 가진 부모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모 사립대학 총장은 아들이 사업한다고 가져간 돈에서부터 보증을 선 일등 나중에 자식이 사업에 망하자 아버지 퇴직 연금까지 빚으로 차압당하고, 남에게 말 못할 고통을 받아야하는 황혼의 노년의 고통을 받는 부모도 한 두 분이 아닙니다. 자식의 빚 때문에 늘그막에 단칸 전세방을 전전해야 하고, 연금마저 차압당한 분들도 많이 봅니다. 뼈 빠지게 자식 교육시켜 직장까지 만들어주고, 결혼까지 시켜주고 나서 집 전세 저금 내 보내다보니 부모는 허리가 다 휘어져 버리고 맙니다. 이게 우리나라 부모들의 슬픈 현실입니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등지에서는 성년식을 성대하게 철저히 시킨 후 일단 성년이 된 후부터는 일본의 경우 단돈 천원 한장도 빌려주고 반드시 빌려 받아 챙깁니다. 그리고 난 후 집에서 내 보냅니다. 자신이 이젠 성년이 됐으니 굶어죽던, 살던 사회에 나가 싸워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립정신을 길러주지요. 필자는 그런 사실을 일본에서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식이 결혼을 해도, 사업을 해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붙어서 재산을 다 빼 먹은 뒤에 마지막 끝에는 보증까지 서게 해 뽕을 빼야 물러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50대까지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요,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서양풍의 더러운 오염으로 막가파 후레자식들의 위아래가 없는 개판 사회로 전락되어 너무나 사회가 혼탁 해지고 범법행위도 잔악할 정도로 되어 과연 우리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결론은 자식과 성년식 이후에는 냉정히 떨어져야 부모가 사는 길이라는 사실을 뉘우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이젠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자식들에게 들이는 돈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고, 자식들이 진정한 길로 자립시키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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