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운명
송나라 사람 공문헌이 우사(右師)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
“어찌된 일인가? 어째서 한쪽 발을 잃으셨는가? 하늘의 뜻인가 사람의 뜻인가?” 우사가 대답했다. “사람의 모습이란 본래 하늘이 주신 것이라네. 내가 외발인 것은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지, 사람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네”
다시 말해서 불안전한 몸을 갖고 있는 것은 설령 후천적이라 할지라도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운명론적 대답을 한 것이다.
장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못가에 사는 꿩은 열 걸음을 걸어야 겨우 모이를 한번 쪼아 먹을 수 있고, 백 걸음을 걸어야 물을 마실 수 있는데도 세장에 갇혀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새장에 갇혀 살게 되면 기운은 비록 왕성 할지 모르지만 마음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못가에 사는 꿩이 살아가기에는 새장에 갇혀 살기보다 육체적으로 피곤 할 수도 있다. 외발로 산다는 것, 역시 또한 피곤 할 수도 있다. 꿩이 열 걸음을 걸어야 먹이를 한번 쪼아 먹을 수 있고 백보를 옮겨야 겨우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것처럼 외발로 산다는 것, 아주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못가에 살기를 바라지, 새장에 갇혀 살기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갇혀 있으면 먹이는 마음껏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육체적 자유를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먹이보다 소중한 것은 유체적인 자유이며, 육체적인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정신적인 자유인 것이다.
인간 역시 아무리 고대광실 넓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지라도 바깥 구경 한번 못하고 갇혀 살게 되면, 이런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자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태어날 시기가 되었기 때문에 태어 난 것이고 사망한 것은 사망 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에 사망한 겻이라고 말 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그러기 때문에 매일 매일 사건 사고가 끊어질 날이 없다. 장자의 이론대로라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나,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 역시,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이 이미 예정 되었다고 한다. 다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것뿐이다. 신체적인 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운을 겪고 살아갈 지라도 예정된 운명에 의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이 당시 동양인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태어난 시기를 편안하게 맞이하고 죽는 때는 죽는 때를 편안히 따르게 하면 슬픔과 즐거움이 끼어들 수가 없다.
노자가 죽었을 때 진일이 조문하러 간 일이 있었다. 그는 세 번 곡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노자의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친구 분이 아니십니까?” “친구지,” “그런데 조문을 그렇게 하셔도 됩니까” “되지” “나는 처음에는 노자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 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야. 조금 전에 내가 조문하러 들어갔는데, 늙은이는 마치 자식 잃은 것처럼 울고, 젊은이 들은 마치 자기의 부모를 잃은 것처럼 울고 있었네. 사람들이 모여서 울고 있는데, 노자는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지 않았을 걸세. 이건 하늘의 도리를 버리고, 인정에 이끌려 하늘로부터 받는 본분을 잃은 것일세. 옛날부터 이것을 하늘의 도리를 어겨 받은 형벌이라 한다네. 그러기 때문에 태어난 때를 편안히 맞이하고 죽은 때를 편안히 따르면 슬픔이나 즐거운 따위 같은 것은 끼어들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 메어단 밧줄을 제지현해(帝之縣解) 푸는 것이라 했네. 다시 말하면 하늘에 메어단 밧줄이 풀린다는 뜻으로 절대자에 의해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삶과 죽음은 하늘에 달려 있는데 여기에 구애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드려 하고 슬픔과 즐거움으로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런 경지를 옛사람들은 자연의 해탈아라고 했다.
노자가 죽자 친구인 진일이 조문하러 갔다. 그런데 진일은 예의에 따라서 곡을 세 번할 뿐,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노자의 제자가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진일은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노자의 조문객에 불만을 털어 논 것이다. 물론 노자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지는 안했을 것이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말할 것도 없이 마치 자기의 부모나 자식이 죽은 것, 처럼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자가 죽었으면 죽었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가? 설령 노자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해도 사람들이 슬퍼하고 곡을 하라고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자연의 도리에 어긋난 것이다. 한마디로 하늘로부터 받은 본분을 잃은 것이다.
장자는 노자의 죽음을 빗대어 사람이 죽었을 때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유치한 것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자연의 도에 어긋난 것이다 사람이 사는 것,또한 자연의 도리에 따르는 것이며 죽은 것 역시 자연의 도리에 따르는 것이다. 손가락이 장작을 지피고 난 뒤에 손가락이 없어져도 장작불은 계속 타오르는 것처럼 노자가 죽어도 이 세상은 계속 되며 노자가 살아 있어도 이 세상은 계속 된다.
산다는 것은 불을 지피려고 장작을 부엌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에 진일은 노자의 죽음 앞에 태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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