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든 성공 하지 못하든 간에
덕있는 자라야 해를 입지 않는다.
초나라에서 벼슬을 살고 있는 섭공 자고가 임금의 명령을 받고 사신으로 제 나라에 가게 되었다.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임금의 명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제나라 임금은 일을 질질 끌어 제 때에 처리해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섭공 자고는 말하기를 “필부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데, 하물며 제나라 왕을 설득 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처해 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몸이 타들어갈 지경입니다. 나는 언젠가 선생님께서 이렇게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큰일이든 적은 일이든 성공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인 경우 책임 맡은 일이 실패로 끝이 났을 경우,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되고 처벌 받는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설령 성공한다 할지라도 마음의 무거운 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과로로 병을 얻어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무사태평 할 수 있는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뿐이다.”
“나는 평소부터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어 어려운 것을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명령을 받았을 때, 몸에서 심한 열이나 얼음찜질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지경이었습니다. 아직 제나라로 떠나기 전인데도 병이 날 지경인데, 하물며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죄를 추궁 받을 것이 당연한 일이고, 이렇게 되면 이중으로 처벌을 받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신하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나는 아마 임무를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장차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공자는 만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왕에게 벌을 받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것을 것이 뻔하며, 성공한다 할지라도 지나치게 애를 쓰느라 병이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 설수도 없는 진퇴양란에 처해 있다. 이런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오직 덕을 가진 사람뿐이라고 지적했다.
섭공이 덕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공자는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두 가지가 있으며. 그 하나는 운명으로, 부자의 관계가 그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자연의 상태로,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효도와 신하가 임금에게 충성 하는 충은 떨쳐 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효도와 충성이 사람의 도리인줄 알고 운명으로 대하면 슬픔이나 두려움 따위에 휘말리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 규범으로,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그것이다. 어떤 나라든지 간에 그 나라에는 반드시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 군신의 관계도 떠날 수가 없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란? 이 두 가지를 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식 된 사람은 어떤 곳에서 든 부모를 쫓아 부모의 안일을 도모해야만 효도라 할 수 있다. 신하된 사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임금의 명령에 쫓아 임금의 안일을 도모해야만 충성이라 할 수 있다.
효도와 충성이 사람의 도리인 줄 알고 초연하게 대하면 슬픔이나 기쁨 따위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
공자는 자기를 잊어버리고 죽고 사는 일에 초연한 마음을 가지고 제나라로 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초나라 임금님의 말을 한마디도 더하거나 빼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하고 그 다음에는 일이 되어가는 일에 자신을 맡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말을 보태거나 빼게 되면 그로인해 재앙을 입게 된다. 장자는 여기서 말이란 풍파를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전하고 순리대로 행동하라고 말한다.
안합이 장차 위나라 영공 태자의 스승이 되고자 하여 공자의 친구인 거백옥을 찾아갔다. “위나라 영공의 아들 태자는 원래 성격이 사나워서 사람 죽이기를 좋아 한답니다. 만약에 그 태자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위나라는 위험해 질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태자를 내 버려둔다면 내 자신이 위태로워, 험해 질 것입니다. 그의 지혜는 남의 잘못은 그냥 알면서도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한 사람을 내가 어찌 하겠소?” 거백옥이 대답했다.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조심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우선 해를 입으시면 안 됩니다. 겉으로는 태자와 가깝게 지내는 척하고 속으로는 거리를 두십시오. 가깝게 지내는 척해도 무조건 그에게 빠져들지 마시고 거리를 두어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십시오. 만약 태자한테 빠져들면 같이 멸망 합니다. 또 대놓고 거리를 두게 되면 재앙이 닥칩니다. 태자가 어린아이처럼 장난 하거든 함께 어린애가 되십시오. 상대가 버릇없이 굴면 함께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이 좋소. 또한 상대가 무모하게 굴면 함께 무모하게 하는 것이 좋소. 어디 까지나 공손하게 행동하면서도 덕으로 감싸고 상대를 나와 같이 동화시켜야 되요.
사마귀, 즉 당랑(螳螂)의 예를 들어보겠소.
사마귀는 어떤 물건이 근접해 오면 그것이 비록 수레바퀴라 할지라도 앞발을 치켜들고 맞서려 하오. 자기의 힘으로는 수레바퀴가 벅차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발을 쳐들고 맛 서는 것이오. 결국은 당해내지 못하면서 자기의 능력을 과신하려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에 자기 능력을 과신하기 위하여 태자에게 자기능력을 내 세우면 마침내 당랑과 같은 운명을 밟게 될 것이요. 그러니 백번 조심해야 됩니다.
범을 기르는 사람을 예로 들어봅시다.
범을 기르는 사람은 절대로 범에게 살아있는 고기를 주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먹이를 주게 되면 범이 살기를 띠기 때문입니다. 또한 먹이를 절대로 통째로 주지 않소. 먹이를 찢어 먹이려고 통째로 주게 되면 범이 살기를 띠기 때문이요. 범을 기르는 사람은 범의 식욕에 따라 먹이를 조절하면서 주게 되면, 어느 사이엔가 범의 무서운 살기를 없애 버리는 것이요. 그래서 마침내 사나운 범의 습성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요. 그래서 마침내 사나운 범을 완전히 길들이게 되오.
범의 성질에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오.
이와 반대로 범에게 잡아먹히게 되는 것은 범의 성질을 거스리기 때문이요.
말(馬)을 좋아하는 사람이 말(馬)에 대한 사랑이 심해지면 자기의 좋은 그릇을 말의 변기로 쓸 정도까지 되오. 이토록 소중히 길러 주어도 말의 등에 붙어있는 모기나 등애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그놈을 잡으려고 말 등을 때리게 됩니다. 말은 화들짝 놀라 고삐를 끊고 미처 날 띠게 되면 주인은 그 바람에 결국 큰 상처를 입게 되지요.
사랑이 원수로 변하는 것이지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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