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길러준다
인기지리무신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절름발이에다 꼽추며 입술이 없는 언청이다. 거기에다 큰 항아리만한 혹이 붙은 혹부리이다.
하루는 위나라 영공에게 도를 말했는데 영공은 몹시 기뻐했다. 그는 마음이 훌륭하면 겉모습과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위 영공에게 설명한 것이다.
위 영공은 그 말에 감동받아 그날부터 정상적인 사람을 보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목에 큰 혹이 달린 옹앙대영이 제 환공에게 도를 말하니 환공 또한 이 불구자의 말에 감동하여 그 뒤로는 육신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 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덕이 뛰어나면 외형을 잃게 되고, 외형에 사로잡히게 되면 덕을 잃게 되니, 이것이야 말로 정말로 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이 알차고 완벽한 덕을 갖춘 사람은 외모가 어떻다하더라도 별로 상관 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인기지리무신이나 옹앙대영과 같은 흉하고 못 생긴 사람이라 하더라도 덕이 깊고 포용력이 뛰어나면 그것으로 충분히 못 생긴 외형을 가려준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은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요즘 도시에서는 성형 수술이 발달하여 성업 중이라고 한다. 돈만 있으면 자기의 몸 전체를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얼굴을 그렇게 뜯어 고치느냐고 물으면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형을 하고 나서 미에 대한 과신으로 남의 눈에 거슬리지나 않을는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인간의 몸과 성품은 하늘이 주신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간직 되어야한다. 인위적으로 고친다고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성인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 예의, 세속의 덕, 기교 등 아무것에도 사로잡힘이 없이 오히려 이런 것들과 떨어져서 자유롭고 유유자적하게 노닌다. 그리하여 대자연과 한 몸이 되고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성인 또한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미미하지만, 자연의 도를 완성한 점에서 보면 한없이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사람은 본래 정이 없는 것인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혜자가 물었다. 사람이 정이 없다면 무엇을 가지고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장자가 대답했다.
“도가 모양을 주었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는데, 어찌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라 말 수 있겠는가?”
혜자가 물었다.
“이미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상, 정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장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내가 말하려는 정이 아니네, 내가 정이 없다고 말 하는 것은 정에 사로 잡혀 있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네. 호오(好惡)에 사로잡혀 몸을 해치는 일이 없이 일체를 자연에 내 맡겨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라네.”
“그러나 인위를 부정하면 자기의 몸도 보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인간은 이미 주어진 존재라네. 따라서 좋아하고 싫어함으로써 몸을 상하지 말라는 것이라네. 그런데 자네는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하여 토론으로 날을 보내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네. 하늘이 모처럼 자네를 낳아 주었는데, 자네는 아무 쓸모없는 의논으로 날을 보내며 자신을 망치고 있지 않는가”
노장 철학의 중심 사상은 정에 사로잡히거나 학문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토론 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연의 현상은 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의식 하거나 생각해서 자신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정을 가지고 있지만 다만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자신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오의 감정에 사로 잡혀 자기의 몸을 해치는 일이 없이 일체를 자연에 내 맡겨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정은 가지고 있지만 이 정 때문에 서로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일예로 은행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친구에게 보증 서줄 것을 요구하자 거절 할 수 없어 보증을 서 주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옳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인위적으로 남의 보증을 섰다가 망하는 경우이다.
학문을 하는데 있어서도 공자는 묻고 배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 입시 교육으로 인하여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가!
진실로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려면 아무 것에도 사로잡힘이 없어야 한다.
지식도 쓸 때가 없고, 규범은 사람을 구속하는 아교풀이며, 세속적인 도덕은 허식에 불과하고 기교도 장사의 수단으로 본다.
이런 것들이 어찌 성인을 괴롭히겠느냐.
지식과 규범, 도덕과 기교는 하늘에 의해 길러지는 것으로 본다. 하늘이 길러 주는데 새삼스럽게 인위(人爲)를 필요로 하겠는가?
성인이란 사람이지만 사람의 욕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사람의 형태를 취하면서 인간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비의 대립을 초월해 있다.
성인도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자연의 도를 완성한 점에서 보면 한없이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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