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모르고 사는 우리 인간(人間)
대장암(大腸癌) 3기 선고(宣告)를 받고(병상일지)…
필자가 이 나이가 되도록(만 77세) 현대병인 고혈압이나, 당뇨가 전혀 없이 건강을 자부하며 살아오는 동안 30년이 넘도록 운동을 계속하는데, 강진에서 집 사람과 함께 평소에 하던 일과로 새벽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뒤 보은 산에 조깅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건강한 나날을 보내던 새벽 어느 날 산책길에 아랫배가 바늘로 쑤시듯 콕콕 두 서 너 번씩 몇 일간 있었기에 집 사람에게 말하니 한번 대장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여 집사람에게 “아니 얼마 전 당신과 건강검진 할 때 변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또 대장 내시경을 받을 필요가 있겠소?”라고 말하니 “그래도 다시 가서 받아봅시다”하여 집 사람의 말이고 해서 그래보자고 답한 후 의료원에 가 검사를 받았고 6월 12일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의료원 내과 1과장님이 CD사진을 정밀분석을 하더니 “암 종양이 악성으로 3기 정도이니 빨리 광주나 서울에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하겠습니다."라는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선고를 받고 집에 와 아내가 놀랄까봐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사실을 말하니 역시 큰일이라며 ”우리에게 무슨 이런 변이 생겼지?“ 하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뒷날 아내와 함께 광주 전남대학병원을 가서 소화기 내과 암전문 교수에게 CD사진과 소견서를 보인결과 ”암이 20센티 정도 많이 퍼져 있군요. 뒤에 까지 전이가 되지 않아야 할 터인데, 빨라야 다음달 7월 17일에 검사해 보고 23일에 수술을 하도록 합시다“ 라는 결정을 보고 강진 집에 돌아왔습니다.
강진의료원 영상의학과에 근무하시는 김 집사님도 악성이니 빨리 서둘러야 된다고 재촉하여 고심 중이던 몇일 뒤 아내가 시장에 가서 두부 한모를 사 오라하여 시장을 다녀오다가 우연히 거기서 평소에 내가 고을신문에 쓰는 칼럼의 애독자이신 부산사료상회 사모님을 뵙게 됐습니다. 여기 오신 길에 집에 가 녹차라도 한잔 하자고 권해서 간 일이 있습니다. 나의 근황을 말하던 중, 전에 사모님이 부군이신 김동복 사장님이 1년 전 쯤 위암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인사 겸 현재 병의 후유증 관계를 묻던 과정에서 나의 대장암 사실을 고백한 바가 있습니다.
그랬더니 사모님이 큰 걱정을 하시며 그러면 남편이 수술한 병원이 남이 아닌 손자뻘 인척인데 한번 알아본 후 연락드리겠다고 말씀하여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오신 남편분과 의논한 후 병원에 조회하여 본 결과를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찍은 사진과 소견서를 보내주시면 검토해 보겠다는 말씀을 하여 차라리 직접 내가 찾아가 뵙고 의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내와 서울로 가 가르쳐준 김포의“뉴 고려병원”을 갔습니다. 32년이나 된 전통의 관절 척추 전문병원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병원인데 규모가 10층에 엄청 컸습니다. 소개한 외과과장을 뵙고 사진과 소견서를 보여 드리자 시골 할아버지뻘의 소개를 잘 받았다며 결론은 “자기들 병원은 대장암 전문 병원이 아니니 전남대 병원으로 다시 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의 답에 망연자실한 상태라 당시 나로서는 가도 오도 못할 다급한 처지였습니다. 어쩔 수 없어 제가 그러면 “이 병원 엠블런스를 내 주십시오 전에 수술 받았던 서울 세브란스로 무조건 응급실에 쳐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니 한참을 고심하다가 “그렇다면 저의 병원에서도 삼성의료진들이 있고 수술할 수 있으니 입원 준비하십시오.”라는 말에 아내와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절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진 김 동복 사장님이 수차례 전화로 당부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6월 23일 오전 9시에 수술실에 들어가 눈을 떠보니 오후 5시 회복실인데 곁에 집사람이 나의 손을 꼭 잡고 하나님에게 기도하기를“내 혼자는 못 살아요 남편을 살려 주십시오.”라는 말소리가 희미한 무의식속에 들려왔습니다. 그 때 눈을 떠보니 나의 동반자 사랑하는 아내였습니다. 둘이는 손을 꼭 잡고 감격의 눈물을 한동안이나 흘렸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뒷날 일반병실로 실려가 회복은 급속도로 좋아져 십여 일 후 전체 종합 검진결과 암이 임파선에 전혀 전이되지 않은 대장암 2기말로 판정이 나 사후 항암주사나 항암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단순 암’이라는 기쁜 소식을 받고 7월 10일 1시30분 우등 고속버스로 집사람과 홀가분한 기분으로 자연의 산천을 구경하며 강진에 돌아왔습니다.
병실에 누어있는 동안 강진에 안경순 교장과 고을신문 편집국장 분 등 많은 분들이 알고 전화 주셨고, 강진 중앙교회 목사님과 박호영 집사님 그리고 강진 부산사료상회 사장님이 직접 병원까지 병 위문 차 들려주셔서 정말 그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입니다. 이제 하나님이 남은 여생 우리 강진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하라는 참뜻을 잊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 값진 삶을 살아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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