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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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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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기자의 횡설수설
일기를 쓴다는 것

 

이현숙기자의 횡설수설

일기를 쓴다는 것

 

일기를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기하면, 초등학교 때나 선생님이 쓰라고 하니까 억지로 썼던 기억이 대부분 아닐까 싶고, 성인이 되어서는 간단한 수첩 메모정도로 하는 사람은 있어도 일기 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계속 쓴다는 자체만으로 매우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일기란 자신에 대한 기록이며, 하루 일과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에 혼자 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널리 알려진 일기로는 세계명작이 된 안네의 일기, 또는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분들의 일기가 나중 한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자료가 되었다는 점은 일기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일기라는 것은 하기 싫은 숙제와 같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숙제로 필수였던 방학일기를 개학 하루 전날 다 써서 제출했던 기억들을 생각하면, 재밌는 추억으로 웃음이 픽 나오지만, 좋지 않은 습관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부모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일기 쓰는 일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 여러 가지 방법을 해보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라하면 쓸 것이 없다는 대답이 먼저다. 맨날 밥 먹고 맨날 합기도가고 맨날 게임하고 맨날 만화보고 맨날 잠자고 일어났다는 애기뿐이다. 그런 애들에게 강제로 일기를 쓰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부모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시키고 있으니 할 리가 없다. 그런 때는 동화책을 펴놓고 같이 베껴 쓰거나, 책방에서 일기나 독후감을 묶은 책을 사다가 그대로 베껴 쓰게 했다. 그럴 때면 아이는 이렇게 써 가면, 선생님한테 혼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왜 일기장에 동화를 베끼고, 동시를 베끼고 남의 일기와 독후감을 베꼈냐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일기 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일기를 쓰라고 하니, 쓸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글 쓰는 일의 시작이 일기인 것이다. 쓸 수 있게 하려면 먼저 남이 어떻게 썼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의 일기를 흉내 내어 자기 것으로 만들어 쓰도록 하는 것이다. 글 쓰는 방법을 이해해야 나중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기라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고, 더 크게는 자신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는 것이다.

어제는 아이들의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꺼내어 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다가 재밌는 시를 보았다. 둘째 아이가 4학년 때 쓴 시였다. ‘하늘’ 이란 제목의 시다. 맑은 하늘 구름 없음. 흐린 하늘 구름 많음. 하지만 오늘은 맑음. 맑은 하늘 즐겁다. 우리는 이 시를 읽고 많이 웃었다. 그랬더니 큰아이가 엄마의 일기장은 없느냐고 물었다. 글을 쓰는 엄마가 일기장도 없다고 했다면 정말이지 아이에게 할 말이 없을 뻔 했다. 다행히도 쓰기를 좋아한 나는 1994년 4월 23일 10시 30분에 강진군 신전면 우리 집에 처음 온 날부터 일기를 썼으니 의기양양하게 보여줬다. 드문드문 써온 일기지만, 그 중 2006년 1월 5일에는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가면서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적어 놓았는데 참 재미있다. 내가 차의 히터를 틀어놓자 차 안이 따뜻했는지 초등6학년 아들과 4학년 아들이 나눈 대화인데 다시 읽어보니 너무 웃겼다.

한얼: 한길아 너 굉장히 따뜻하지

한길: 내가 따뜻한지 어떻게 알았어?

한얼: 내가 너의 마음을 알고 있거든 호호호

한길: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춰봐?

한얼: 너 내가 바보 같은 말 한다고 생각하지? 낄낄낄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니, 일기라는 것이 이처럼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런데, 이처럼 지난 일기를 뒤척이게 된 것은 지난 8월 21일 우연히 황주홍 의원의 초선일기를 읽으면서다. 그 내용은 ‘민주당이 무기력증과 정체(停滯)감에 빠져들어 있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에 둔 시점의 유력 정당 모습으로선 이례적이라는 얘기들이다. 다섯 분 대선 후보들만 분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이 모습의 민주당 말고는 다른 아무 것도 정녕 없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마무리 하고 있었다.

일기를 지속해서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참 좋은 것이라 생각됐다.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만나서 나눌 수 없는 대화를 일기를 보여줌으로써 함께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럴 리 없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이 여운을 남기면서 자꾸만 되새김해지는 거였다. 그래서 큰 아이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그럴 리 없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이 어떻게 느껴지느냐고. 고2인 아이의 대답은 강한 믿음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면서, 이순신 장군의 일기 중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시가 생각난단다. 아이의 대답이 생각 외로 거창했다. 그런데 그 대답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정치는 문명화된 전쟁이라는 것이고, 또 한가지 남들 모두 잠잘 때 깨어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일기 쓰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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