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
근대 민주화의 도화선은 동학농민 혁명이다
김재환 (사진) 강진 동학 유족회장/ 강진 천도교 교구장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이후에도 조선사회는 탐관오리, 양반, 사대주의 관료 등 모든 분야에서 냄새가 물씬 날 만큼 썩어가고 있었다.
그간 일어났던 봉기 중 1894년 2월 15일에 전남 강진· 장흥지역에서 그 규모가 제일 크고 조직적이며, 대담한 거사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많은 봉기 중에서 어찌하여 전라도 강진, 장흥 인근 지역에서 그렇게 대대적인 봉기가 일어날 수 있었는가?
첫째, 산물이 풍부한 호남의 관료들은 지방 수장으로 있는 동안에 실컷 수탈하여 큰 재산을 마련하겠대는 허욕으로 충만하여 있었고, 둘째, 수탈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물자를 상납까지 하여 자신의 명예와 관운까지도 연장시키고자 하였던 것이었다.
그 결과로 거지꼴이 되어버린 곡창지대의 농민들은 굶어죽으나 봉기하다 죽으나 마찬가리라는 마지막 생각에 ‘탐관오리, 양반, 지주들아! 너 죽고 나 죽자’하는 결사적인 각오로 안간힘을 다 써서 싸웠던 것이다.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있기 어려운 일대 거사일인 1894년 2월 15일은 농민 혁명일로 확정하여 원통하게 쓰러져 가신 혁명군들의 영혼을 위로하여 곁들어 대대적인 행사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누구도 어느 지방 백성도 감히 대들지 못했던 최대의 거사가 있었기에 대담성을 배워 익혀 자신만만하게 의병활동 등 국내외에서도 항일투쟁을 전개 하였던 것 아닌가? 그 열매로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였으며 1950년 6월 25일부터 3년간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국을 하였던 것이며, 자유당 정권의 불의와 독재에 대항한 1960년의 4.19혁명, 1980년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난 것은 1894년 2월 15일 강진· 장흥지역의 커다란 봉기가 있었기에 여기서 힘을 얻고 일궈낸 커다란 결과 들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주 4.3 피해자와 민주화운동자까지 허물을 걷어주고 유공자로 표창과 보상 등 명예를 되찾아 주면서 제일 원천적, 전위대적, 효시적, 선봉적인 태산 같은 국가 유공자인 동학농민혁명군의 서훈과 보상은 미루고 있는가 이것이다.
효시니 절차니 연구니 그 무엇을 따지자는 것인가? 일찍이 동서양의 역사상에 없었던 천지가 개벽할 만큼 웅장 하였던 민주항쟁이 아니었던가?
지금이라도 참전 농민군 전원에게 일등국가 유공자 훈장을 조속히 추서하고 그 후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는 것을 그 누가 반대할 배달민족이 있겠는가?
당시의 농민혁명군들이 자신의 명예와 돈벌이 등을 위하여 혁명에 뛰어 들었는가?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안으로 정부의 부정부패의 척결과 탐관오리의 축출 그리고 양반들, 지주들의 횡포 밖으로 서양 놈들과 일본 놈들의 침략을 막아보자고 나라를 지켜 편안한 나라를 이루고자 “보국안민”을 외치고 온 인류가 평화롭게 살고자 “광제창생?”을 부르짖지 않았는가
수십만의 농민군 중 그 후손들은 겨우 몇 백 명에 불과한데 이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째 반란군으로 몰려 족보에도 기록하지 못하고 소문이라도 날까 두려워 쉬쉬하고 지냈으니 그동안 후손들은 선조들의 공로를 알 수 없었고, 둘째 주로 총각들이 많이 참전하여 호적과 족보에 완전히 빠져버려 그 흔적이 없는 수가 있다. 셋째 그 사회에서 대우 못 받던 천민, 상민, 농노들이 호적, 족보도 없이 살다가 처참하게 방랑 또는 피난 다니다 죽고 말았을 것 아닌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 당시 족보라도 있고 기록이나 유물이라도 그나마 있었기에 훌륭한 조상에 자랑스러운 후손이 됐으니 참으로 활개치고 당당히 다녀야 할 보배로운 존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고요. 이름 없이 쓰러져간 용사들을 위해 무명용사 위령탑은 반드시 세워드려야 한다. (처형인: 강진320, 해남250, 장흥 300명)
그리고 그 당시의 팥죽 끓듯 바글바글한 세상에 농민군의 남편이나 자식을 둔 부인들도 봉기에 반대하고 피해 버렸거나 목숨을 끊어버리지 않고 뒷바라지를 하셨으니 그 부모님들도 큰 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고 족보나 비석에도 기록하여 기리고 그 공로를 후대까지 현양해야 마땅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위정자나 국민 모두는 근대화 민주화된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을 동학농민혁명군의 하늘같은 큰 공의 덕택임을 가슴 깊이 되새기자고 진심으로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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