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의 범죄가 늘어나는 세상(4)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세상(世上)
어느 요양원에 버려진 한 할머니의 안타까운 일기장 내용을 여기에 밝혀봅니다.
아들아! 미안하구나! 그저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하는 건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아직도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난 여기 요양원에 지내는 것으로 그저 만족한다. 그렇게도 네 애비만 빨리 여의치 않았더라도, 밭뙈기 몇 마지가 가지고 농사지으며 오직 내 자식 하나 잘되라고 팔고 팔아 가르치다보니 이젠 너에게 땅 한 평이라도 남겨줄 형편이 되지못하여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려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단다. 내 평생 내 아들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말거라. 네 녀석 착하디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강 잘 지켜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만 행복할 수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우리나라가 인구 5천만 명을 넘고, 1인당 국내 총생산(GDP)도 2만 달라도 달성돼 이른바 선진국 근처 클럽에 진입했다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멀지 않아 네 가구 가운데 한 가구는 혼자 사는 외톨이 가구가 될 것이라는 통계수치라고 하지요. 결국 5천만 명 가운데 4백만 명이 홀로 사는 외톨이가 되는 셈이 됩니다.
우리나라 농어촌 노인들 가운데 치매나 우울증 환자도 많습니다. 또한 농어촌에서 자살률이 점점 높아진다고 하지요.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니 100세 시대라 하여 이젠 75세부터를 노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최근 지상발표를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닌 우리들의 현실임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쓸쓸한 인생의 종지부를 찍어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노인의 복지는 요원합니다. 자살한 노인만도 2000년에는 301명이던 것이 2010년에는 1,102명으로 늘어나 혼자 죽는 고독 사 역시 전체 사망자의 15.5%에서 23.5%로 늘어났다는 발표이다 보니 한해 약 1천명이 혼자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부자들만 행복한 나라이고, 가난한 노인들은 괄시 받는다고 하지요. 한편 독일이나 일본은 복지와 환경을 비롯한 각가지가 부러워할 만큼 잘돼 있으나 혼자 살다죽는 고독사도 많아 졌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한 해 3만 2천 명 가량이 연고자 없이 혼자 죽음을 맞는 무 연사(無緣死)로 기록되고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시대에 살아갑니다.
고향산천에 대한 애틋한 향수라는 구심력보다 요즘 세상이 출세와 돈 벌이라는 원심력이 강해서인지 외로이 고향을 떠나 무연고지에서 우연사하는 비극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고향산천의 그 따스한 땅 흙 냄새가 없는 비들기통 같은 아파트 군상들 속에서 곁에 누가 살고, 곁에 누가 죽어가도 전혀 모르고 자기만의 출세와 돈을 벌어 잘 살아 보겠다는 이기심만이 늘어나 살벌하게 살아가야하는 세상입니다. 그저 살기 위해 가족이라는 족쇄에 묶여 집안을 책임진 오늘날의 가장이나 주부님들이 사회에 나가 살벌하게 싸워 나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곁눈질하고 살아갈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하고,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자 미지의 도시로, 외국으로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 근경에는 외국을 무작정 관광 나들이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날의 개척 때문에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살기는 어느 나라 어느 곳 보다도 좋으나 땅 덩어리가 너무 협소하여 살아가기가 답답하다는 것이지요. 친숙하고 안온한 고향마을과 집과 가족보다 익명성과 자유와 모험이 보장되는 낯선 도시나 외국을 더 동경하면서 살아가야하기에 우리는 이미 외톨이가 되어버린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운명을 자연스럽게 선택 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가 물론 자본주의 현실이다 보니 돈만 있으면 마음껏 소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혼자 살고 혼자 죽을 수밖에 없는 외도토리 인생으로 전락되고 맙니다. 유토피아란 서양말은 이 세상에는 없는 곳, 즉 신기루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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