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킬로미터 호주별6
건강은 스스로, 불행은 보험으로 다스리기.
아침에 왠지 몸도 개운치 않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잠을 잘 못 잤나라고 생각하며 아침식사를 하는데 자꾸 입에서 음식물이 흘러나왔다. 무언가 심상치 않아서 거울을 들여다보니 이게 왠 일. 왼쪽얼굴이 마비가 된 것이다. 눈썹을 찡그리고 입술도 움직여봤으나 소용없었다. 한국에 전화를 해 증상을 말하자 부모님은 난리가 아니었다. 풍에 걸린 것 같으니 빨리 돌아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얼굴이 돌아 갈 거라고. 잔뜩 겁을 먹은 나는 일하는 상점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는 목표인 영어와 여행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한국에 정말 돌아가야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울먹이는 내 목소리에 매니저는 심각성을 파악하고 당장 집으로 달려와 병원에 함께 가주었다.
병원에 가자마자 카운터에서 받은 카드에 신상명세와 기타 병력 같은 것을 작성하고 접수를 했다. 접수비로 쓴 돈은 무려 145불이었다. 한화로 치면 14만원가량.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그저 진료만 받았을 뿐인데 꽤 많은 돈을 지불했다. 외국인 여행자는 호주의 의료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다) 진료비를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내야한다. 다행히 나는 여행자 보험을 들어서 병원에서 준 진단 관련 서류로 한국에 돌아와 다시 보상 받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한 뒤 내려진 병명은 Bell's palsy(안면근육실조)였다. 의사에게 원인을 묻자 돌아오는 말은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그저 당신이 운이 없었던 거예요.”. 간혹 여행자 보험 없이 꽤 오랜 시간 호주에 체류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은 하나같이 “별일 있겠어?”라는 식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질병과 사고는 원인 없이 불행하게 찾아 올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을 드는 것이 필수라 하겠다.
다행히 이 병은 완치율이 높고 치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던 터라 진료정도에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젊은 내가 아파봤자 감기몸살 정도이겠지라며 방심했었던 것을 크게 뉘우친 계기였다.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고, 일자리도 잡았고, 친구도 사귀고 모든 것이 탄탄대로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욕심이 늘어나 앞으로 계획을 창창하게 세웠었다. 하지만 덜컥 아프고 나니 이 모든 것이 중단되고 참담한 기분마저 들었다. 건강이 최고다. 라는 이 진부한 말이 그토록 진리일 줄은 몰랐다. 많은 학생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서 먹는 것을 등한시하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몸이 피곤해 운동을 게을리 한다. 하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아프면 심적으로도 무척 힘들지만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기에 질병이 오기 전에 스스로 몸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불운이라는 요소를 배재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보험을 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