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면 수양리, 오은택씨 딸기하우스
20여년 해온 서양란 버리고 딸기시작, 첫 수확 시기
강진군 신전면 수양리 주작산 아래에 8동 오은택씨 딸기하우스가 있다. 이곳 딸기하우스에서는 최근 딸기 첫 수확이 시작됐다. 600평 남짓한 하우스 안에서 오은택(46)씨와 일본인 부인 아이리(40)씨가 싱그러운 초록 잎사귀들 사이에서 송글송글 맺힌 딸기를 솎아내고 있었다.
오 씨가 딸기재배를 시작한 지는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20여 년간 심비디움이란 서양란을 재배했던 오 씨는 2012년 6월 강진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강진지역 8농가가 함께 참여하는 딸기재배를 시작했다. 딸기로 작목을 변경하기까지는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던 오 씨다. 20여 년간 심비디움을 재배해왔지만, 점점 채산성이 맞지 않는 자신의 농업에 회의가 오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벌이가 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비디움은 덩치가 큰 서양란으로서 한때 인기 있는 란 종류이기도 했지만, 란시장의 인기상품이 호접란 등의 소품 쪽으로 변화하면서 자신의 농업형태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심비디움의 경우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을 해왔지만,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가서 란을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중국인들의 소비가 많은 춘절기에 상품을 맞추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수출에 시기를 못 맞춘 상품을 내수 쪽으로 낸다 해도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작목은 결코 아니라는 판단이 섰지만, 20여 년간이나 해왔던 작목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작목변경에 고민을 하던 중 오 씨에게 딸기를 권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심비디움은 춘절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름 값이 많이 들어 수익이 떨어지는 것에 반해 딸기는 10도 미만에서 재배할 수 있기에 일단 기름이 적게 든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군 친환경농산과와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8명의 농가와 함께 ‘고마미지’라는 주식회사에 참여하여 등기를 마치고 기존 심비디움 하우스를 딸기하우스로 바꿨다. 오 씨의 경우 8동의 란 하우스를 그대로 변경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군 보조 50%와 자부담 50%로 시작한 딸기 양액시설사업은 평당 65,000원이어서 만만치 않은 시설비가 들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기 모종을 구입하는 문제가 중요했다. 딸기 재배에 대해서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양액시설을 하는 분의 소개로 담양의 모처에서 모종을 구입하여 심었다. 오 씨는 모종을 잘못 구입하여 실패하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되면서, 앞으로는 자가묘를 육성해서 생산해야지만 딸기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상품화에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을 재배 중에 절실하게 깨닫기도 했다. 모종선택이 90% 상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귀농인들이 딸기하우스를 시작할 경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땅값은 물론이고 비가림 하우스를 한다고 해도 600평에 2억 정도이 비용이 드는 것이고, 그 밖에도 투자비가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딸기가 쉬운 작목이라고 하는 것은 몇 개월 후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작목이라는 점이다.
오 씨는 “오랫동안 해온 란을 버리고 딸기로 작목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희망도 생겼다”면서도 “농업기술센터 최 박사에게 수시로 전화하여 지시에 따르고 있으며, 선진농가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공부하는 입장이기에 앞으로도 어떨지 더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씨는 “지금의 상태가 좋은지 어떤지 모른다”면서 “박사가 좋다고 하니까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딸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기에 그저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딸기가 수경재배였기 때문에 선택한 점도 있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농업현장이지만, 엎드려서 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수경재배여서 작업을 서서하기 때문에 노동이 편하고 가족이 부지런히 일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어르신들이 해오던 토경재배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수경재배 딸기 농가들이 많아지는 것도 가격 경쟁에서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수경 딸기재배의 경우 제대로 시설만 갖추고 나면, 기름 값과 인건비가 적게 들고 6개월 만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 있는 작목임은 사실이다.
오씨는 “이제는 농업을 통해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시기는 아닌 듯하다”며 “농업을 통해 삶을 즐기고 조금이라도 여유로운 삶이 되는 것에 만족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인 부인 아이리(40)씨는 2남2녀의 아직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도 남편과 함께 적극적으로 농업에 종사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부모에게도 정성을 다하고 있어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
지난 11월 26일 첫 수확 출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오 씨 부부는 보람을 맛보는 순간을 맞았다. 첫날 700g 10상자를 냈고 이틀마다 내놓을 수 있는 딸기는 당분간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므로 계속해서 수익금을 만져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딸기의 경우 다음연도 6월까지 출하를 할 수 있기에 생산자가 상품을 어떻게 잘 만들어 냈느냐에 따라서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여름에는 자가묘를 생산하고 9월에 다시 모종을 하여 12월에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딸기 재배는 일년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한기와 농번기가 따로 있지 않다. 따라서 개인이 노력하여 재배기술을 익혀 좋은 모종을 만들어 내고 좋은 양액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상품을 통해 그만한 수익을 내게 된다. 그리고 싱싱한 과일을 직거래할 수 있는 지역장터가 활성화 된다면, 생산자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이며, 소비자는 저려한 가격에 싱싱한 딸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오 씨는 지금도 (주)고마미지 딸기 생산자들과 함께 강진군 친환경농산과 및 강진군기술센터와 긴밀한 협조 속에 딸기재배의 모든 것을 컨설팅 받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의 딸기를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이름을 붙이는 일 등 딸기재배에 대한 공부는 아직 유치원생에 불과하기에 군 친환경농산과와 농업기술센터에 늘 전화를 해서 자문을 구한다. 오 씨는 지금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수확기에 있는 딸기 하나하나가 신기한 채 새로운 농업 도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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