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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연하우표로 나온 뱀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
풍요와 불사의 상징
2013년도 계사년 뱀의 해
뱀은 유혹이요 애욕… 탐욕부리지 않으며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한해를
연하우표가 풍요와 불사의 상징인 뱀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메기처럼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발행됐다. 용의 해가 지나가고 뱀의 해가 되는 2013년. 벌써부터 뱀 무늬 속옷이 잘 팔릴 거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이다. 뱀에 관련된 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개구리 삼킨 뱀의 배’란 속담은 고집이 센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댓진 먹은 뱀’은 이미 운명이 기울러 회복불능의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댓진이란 옛날 어르신들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울 때 그 속에 든 끈적끈적한 물질을 말한다. 댓진을 빼기 위해 주춧돌에 담배통을 탕탕 때리던 옛 할아버지 모습이 지금은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굴에 든 뱀 길이를 모른다’는 말은 남의 숨은 재주나 보물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남에게 자신을 알려야 하는 세상이지만 어쩌면 굴 속에 든 뱀처럼 자신의 비밀을 지켜야 더 좋을지도 모른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한다’는 말은 적어도 이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구렁이 담 넘듯이 행동하다가는 직장에서나 사업에서도 실패할 게 뻐하다.
‘뱀에게 물린 사람이 새끼줄을 무서워 한다’는 말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과 비슷하다.
시성(詩聖) 서정주 시인의 화사(花蛇)는 유명한 시다. 사향 박하의 뒤안 길이다. / 아름다운 배암······ /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라고 노래했다. 임정남 시인은 ‘자살(自殺)’이란 시에서, 산딸기 밭에서 / 뱀이 새를 먹고 있었다 / 다 먹힐 때까지 / 새는 살아 있었다. / 뱀을 밟아 죽이고 / 그 발을 산간 시냇물에 씻었다.
60년대 뱀이 많아 논둑을 걸어가면 수없이 나타나곤 했는데, 뱀을 죽이면 집안에 몰래 들어와 쌀독 속에 숨는다는 말을 듣고 잔인하게 잘근잘근 죽였던 추억도 생각난다. 그러나 구렁이는 어른들이 매우 좋아하는 보약이어서 그것을 잡기 위해 온 논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또 뱀 여러 마리를 솥에 넣고 푹 삶은 다음 그것을 마시며 병치레를 끝내고자 했던 환자들도 많았다. 뱀은 그렇게 공포와 저주의 대상이면서도 아픈 사람에게는 희망의 대상이었다. 20년 전 산골 농장에서 들은 얘기인데, 핏기라곤 없는 죽을 병 걸린 환자가 찾아와 몇 달간 뱀을 고아 먹였더니 씻은 듯 나았다는 것이다.
춘원 이광수는 “상사뱀이란 것이 있다. 남녀간에 외짝사랑을 하다가 죽으면 뱀이 되어 생전에 사랑하던 여자의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란 말을 하였다. 척애(隻愛)란 짝사랑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지독한 병임을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 뱀이 되어서 여자를 끝까지 괴롭히다니······. 그래서 짝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광수는 ‘나는 바보다’란 글에서 “재산에 탐을 내면 구렁이가 되고, 여자에게 탐을 내면 상사뱀이 된다. 무엇에나 탐을 내어서 잊지 못하면 이승의 몸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부처님의 말씀을 비방하는 자는 구렁이가 되어서 그 비닐마다 벌레가 있어 가려워 못 견딘다고 한다. 욕심과 독을 품고 항상 그늘로만 숨어 다니는 그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세상이 넓고 중생이 많다 해도 뱀을 사랑하는 이가 있을까”라고 말했는데, 뱀을 저주의 화신으로 본 듯하다.
성경에서는 “사람의 자손은 네 자손의 머리를 까고, 네 자손은 사람의 자손의 발 뒤꿈치를 물어서 영원히 서로 원수가 되리라”라고 말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저주를 받았다는 창세기의 말이다.
불교의 법화경(法華經)에서는 “뱀은 악업이 깊은 짐승이라, 그의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고 말하고 있고, 팔만대장경에서는 “뱀은 유혹이요, 애욕이다. 그는 제 몸을 그냥 드러내는 게 아니라 꽃나무 뿌리 밑에 숨어서 사람을 미혹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70년대 학교 길에서 문득 만나는 산딸기 밑에는 어김없이 뱀이 숨어 있어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가.
그런데 삼국유사엔 이런 얘기가 있다. 신라 경흥왕이 잠을 자려고 침전에 들 때면 많은 뱀들이 모여들었다. 나인들이 혼비백산 놀라서 쫓아내려고 하자 경흥왕이 “내게 뱀이 없으면 편안히 잘 수가 없다. 그러니 쫓아내지 마라”고 말했는데, 잠을 잘 때에는 뱀처럼 혀를 내밀어 온 가슴을 덮고 잤다는 얘기다. 끔찍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뱀은 지옥의 세계를 나타낼 때 사용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5대 성당 중 하나인 오르비오트 성당 벽화는 십계도로써 지옥의 장면이 그야말로 끔찍스러울 만큼 잔혹하게 그려져 있다. 수많은 뱀이 사람의 다리를 휘감고 있거나 혀를 널름거리며 입맞춤하려고 하자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다. 뱀을 통해서 지옥의 고통을 실감케 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불교에서도 뱀을 통해 공포를 주는 경우가 많다. 신중탱화를 보면 ‘대예적금강신’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수많은 뱀을 허리에 감고 있다. 삿된 것들을 물리치기 위해서인데, 그는 뱀을 통해 공포와 무서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뱀은 인간에게 있어서 무섬증을 주는 짐승이다. 축생에 빠지더라도 뱀만큼은 되기 싫은 징그러운 짐승 뱀. 뱀의 해를 맞이하여 뱀처럼 되기 싫다면 올바르고 정직하고 탐욕을 부리지 아니하고 남에게 보시하고 은혜를 베풀고 낭비하지 않는 계사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 송하훈
이탈리아 오르비오트 성당 벽화 십계도는 지옥의 장면이 온통 뱀들로 가득차 사람의 다리를 휘감고····· 중간에 큰 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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