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조현숙 부부
선영 모시고 일가친척들 쉼터노릇하며
우리 시대의 종손 김영춘(55) 조현숙(49)부부
군동면 라천리 939
종손이 아니면서도 종손노릇을 자처했다면 조금은 의아해야 할 일이다. 종손이면 선영 모시는 일에 딸이 고생한다며 결혼 때 장애물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농촌의 세태가 변해버린 세상에 종손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친척들이 찾아오면 맘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온갖 수발을 다 드는 김영춘 조현숙씨 부부. 두 부부는 애시당초 종손이 아니었지만 선대의 묘를 관리하고 기제사를 지내며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며 유물을 소중히 간직하며 지내고 있다. “요즘은 조상의 멧둥 벌초를 머리아파 하는 나머지 아예 유골을 파내서 불태워버리는 일도 많다”고 말하는 김영춘씨는 “차라리 벌초를 안하면 안했지 왜 만년유택에서 잠자는 유골에 파헤쳐 없애버리는 불효를 저지르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만큼 벌초하고 기제사 지내는 선영모시는 일에 소홀하다 못해 불효막심을 지적하는 말이다.
물론 농촌에서는 먹고 살기도 힘들뿐더러 자녀들 교육 때문에도 도회지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그와 반면 선영을 홀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는 요즘 세태다.
“이 집터는 계유년 1933년에 육칸접집으로 지어졌습니다. 6대조 할아버지께서 1847년에 칠량에서 분가했을 때 터를 잡았으므로 160여 년 내려온 집터입니다.” 김영춘씨는 큰형님의 실종으로 인해 9남매 중 여섯째인데도 종손을 떠맡아 집과 선영을 지켜왔다. 강진에서 떠난 적이 없이 농촌지도소를 근무하면서 지켜왔던 것이다. “한옥이므로 내부를 현대식으로 고쳤습니다. 아래채도 새로 지었구요.” 이 모든 작업은 후손들이 시향지낼 때나 대소가 애경사 때 객지의 친척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했다고 한다. “정각을 지은 것도 그런 차원이지 제가 뭘 누리겠다고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관해정(觀海亭)이란 정각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이어서 지은 이름인데 한사코 친척들의 쉼터 차원에서 지었다고 강조했다. “제가 선산을 지키고 있으니까 일가친척분들이 결국 사망시에 찾아옵니다. 납골당, 수목장, 자연장 등 얼마든지 선호도에 따라 장사를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선선관리도 본인이 한다는 얘기인데, 조기퇴직해서 종손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도 김영춘 씨 말고도 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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