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항동 출신 김이철 전 재부산강진군향우회장
부산에서 알아주는 ‘뚝심’ 향우
골재사업으로 기반… 4대강 공사 맡기도
속도전 벌였던 4대강 공사 부실에 아쉬움
모래로 부산시를 장악한 김이철 회장, 그는 누구인가?
김이철(69세) 회장은 대구면 항동 출신이다. 대구초등학교와 강진중 11회 졸업생이다. 광주숙문종합고등학교 5회로 졸업한 후 강원도 화천 7사단 보안사에서 근무를 했다. 73년 제대 후 항동에서 1년간 이장을 맡아 일하면서 외지에서 온 골치 아픈 사람과의 시비로 결혼한 지 1년 만에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건설회사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가 골재작업장을 갖고 있었던 그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인수를 하게 된 김 회장은 호남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골재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영·호남 지역감정 때문에 하기 힘든 업이었지만 김 회장은 열심히 해냈다. 골재사업을 하면서 부엌가구사업도 4~5년 하다가 본 사업이 등한시 되어 동서에게 부엌가구상업을 일임한 후 97년 ‘영남준설’이란 간판을 떼고 주식회사를 만들어 ‘탐진준설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01년도 서부산개발주식회사를 인수, 동등업체 수중골재회사로 자본금 10억 원을 투자했다. 경쟁이 엄청나게 심한 곳이었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회사를 잘 운영했다.
부산의 대표적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복원
부산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은 송도, 다대포, 해운대, 송정 해수욕장이다. 여기에서 송도 해수욕장은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이었지만 모래가 유실되는 바람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송도는 그야말로 유령의 도시가 되고 말았는데, 2007년 송도가 있는 부산 서구청장은 해수욕장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욕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장 급한 것은 송도에 모래가 있어야만 했다.
그 때 김 회장은 경북 동해안에서 모래를 실어다 해수욕장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엄청난 모래를 바다 속에 호스를 넣어 모래를 뽑아 올린 다음 배에 실었다. 큰 배에 모래를 실으면 1,000루베가 실려졌다. 1루베는 대형포크레인의 한 바가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100만 루베의 세 배 정도의 모래였으니 상상이나 가겠는가. 모래운반선은 3,000루베까지도 실을 수 있는 큰 배 여러 대가 움직여 실어 나를 수 있었다.
모래가 있게 된 송도해수욕장은 완전히 복원됐다. 공사비는 조경까지 합쳐 500억이었고, 모래부분만 100억 정도였다. 2007년 7월 1일부터 해수욕장을 개장하기로 하고 그 절반은 2008년에 하기로 했으나 아예 전체를 완공해냈다. 모래가 파도에 쓸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다 속에 방파제를 만들어 다시 부산에서 제일가는 해수욕장으로 복원된 것이었다. 짧고 앞당긴 공기여서 무척 급박했지만 막상 해수욕장이 복원되자 송도는 모든 것이 10배 정도 뛰어올랐다. 집도 땅도 점포도 그랬다.
그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방송사나 신문사에서는 뉴스시간마다 보도를 하였고 대서특필 했다. 이로써 김 회장은 40년 넘게 골재사업을 해오면서 2009년까지 10여 년 동안은 독점할 수 있었고, 특히 재분산향우회에서는 전설의 인물로 부각됐다. 고생은 많이 했으나 전라도 특유의 근면 성실로 외지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된 셈이었다.
사람 많이 죽은 4대강 사업
부산에서 골재사업을 단독으로 해오면서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김 회장이 맡은 곳은 김해시내와 함안군 쪽의 9공구였다. 그러나 경쟁 입찰을 하게 되면 50%로도 할 수 있는 공사를 유명건설회사가 약 80%를 수주하는 바람에 그 많은 공사를 다 하도급을 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2년 동안에 해내려고 하니까 24시간 작업을 해내야 했는데,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가 춥기 시작하자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모두 4대강 사업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10년간 250만원 짜리 직원을 500만원 줘가며 일해야 했고, 사람이 많이 죽어나갔다. 파도가 치면 쇠로 만들어진 배에서 미끄러져 휩쓸려갔고, 특히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은 되지 않는 데 2년 안에 마쳐야 한다는 것 때문에 24시간 현장공사를 해야 했고, 그래서 기름값만 드는 헛공사가 되었던 것이다.
“법적인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국 정부가 잘못한 일”이라고 김 회장은 당시 일을 마음 아프게 떠올리고 있다.
골재 대란 온다
자갈과 모래로 된 골재는 건설자재의 기초가 된다. 시멘트와 철근이 아무리 많아도 모래 없이는 공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골재는 4대강 안에서 다 나오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골재 할 데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말은 김 회장의 말이다.
“골재는 돌은 깨어 만들 수 있으나 모래는 만들 수 없다. 모래를 가져오기 위해 태안 앞바다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이북까지 가서도 가져온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통제가 심해서 이북업체는 다 망한다고 덧붙인 김 회장은 “2002년 아시안게임 때 카누 경기장을 낙동강에 몇 십억 들여서 만들었는데, 그 때 공개입찰을 해 공사를 따면서 골재채취사용료를 받은 바 있지만 지금도 카누 경기장이 잘 되어 있어 부산 강서구청장이 돈을 벌 수 있었다”
부산에서 카누 경기장을 만든 경험담을 털어놓는 김 회장은 탐진강과 강진만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탐진강은 완전히 모래로 매입되어 있어 어패류가 나오지 않는다”며 “모래 상태를 남포 앞바다 등 준설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국가예산을 170억 투자했으나 원상복구가 되어버렸으므로 모래가 쌓인 탐진만을 준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전혀 모래 퍼올린 작업비가 들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의 경우를 빗대어 “바닷물이 올라왔으나 관문을 만드는 바람에 못 올라가자 하구언 둑 밑에 큰 섬이 만들어져 지번까지 부여했는데, 어류행위를 못해도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가 할테니까 부산물은 우리가 갖겠다고 해 준설을 했다. 따라서 탐진만도 돈을 들이지 않고 준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재대란 얘기는 현재 나주에서 준설작업을 하고 있는 업주의 말을 빌리면 “이미 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모래가 없다”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부산에서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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