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젊은 우수농업인10
강진군 도암면 지석리 회룡마을, 농업인 조미경 씨
규모를 넓히기보다는 내 땅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도 충분한 농사 일
고추밭에서 더위 먹어 쓰러지기도
조미경(43)씨는 남편 김동민(43)씨와 함께 논농사 40마지기와 밭농사 3헥타에서 마늘, 콩, 고추 등을 경작하는 농업인이다. 회룡마을이 고향인 남편에게 시집온 때는 서른 살, 일찌감치 이 마을로 시집와서 농업을 하고 있는 언니 조경애(48), 형부 윤재삼(51)씨 집에 놀러왔다가 남편을 알게 됐다.
서울이 고향인 미경씨는 언니를 통해 농촌생활을 알 수 있었다. 어쩌다 강진에 사는 언니 집에 놀러와 있다 보면, 형부의 후배 벌 되는 남자들이 놀러오곤 했는데, 그 중에 김동민 씨가 있었다. 나이가 같아 친구처럼 말을 놓고 대화하게 되었지만, 가까워질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형부가 지금의 남편 동민씨를 적극 소개했다.
아무것도 보지 말고 사람하나 성실함 그 자체만 보면 된다고 했다. 평소 보아왔던 모습에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가족인 형부와 언니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라면,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조미경씨다.
8남매 중 막내인 남편은 현재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며 사는 아들이다. 결혼해서 10여 년간을 시부모와 당시 미혼이었던 바로 위 시아주머니와 함께 살았고, 이후 시아주머니도 결혼하여 떠나고, 시부모님도 도시에 사는 다른 아들집으로 옮겨 가셨다.
농사일에 대해서는 남편이 주도적으로 했기 때문에 미경씨는 남편의 보조역할을 하는 셈이었지만, 한 해 한 해가 가면서 농사일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느새 베테랑 농부가 되었다. 작물의 좋은 수확이 바로 가정경제와 연결되는 것이고, 논일과 밭일이 점점 몸에 익숙해지면서, 일한만큼의 성과가 보이기 때문이다.
밭농사를 많이 하는 조미경씨의 경우, 고추 5,000주를 심었던 어느 여름에 고추를 따다가 쓰러진 적이 있었다.“나중 생각해보니 어머니들은 농사에 지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젊었던 나는 무조건 빨리 따려고만 했기 때문에 더위를 먹고 쓰러졌던 거지요. 그때 이게 바로 더위 먹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그런 경험을 통해 농촌 어머니들이 왜 쉬엄쉬엄 일하는지 알게 되었고, 농사에도 요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조미경씨다.
더군다나 아직 농촌을 잘 알기도 전에 마을에서 덥석 이장 일을 맡겨왔다. 35살에 이장을 맡아 작년까지 7년 동안 마을 이장을 해왔다. 당시 강진군에서 처음 여성이장을 하게 되면, 그 마을에 다소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회룡마을에도 500만원의 지원금이 있었다. 그 지원금에 마을 젊은이들의 노력봉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의 자금을 마련하여, 노인들의 놀이 장소를 마련했다. 마을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비록 콘테이너로 마련한 노인정이지만 큰 마을에 있는 노인당까지 다니기 힘들었던 작은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장소를 제공한 것이었다.
농촌마을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힘든 상황이라지만, 이곳 회룡마을에는 40대 젊은 부부가 여섯 가구나 있어 다소 활기가 있는 마을이다. 결혼을 늦게 한 조미경씨의 아이들도 아직 어리다. 올해 6학년, 5학년생이 되는 아들 둘에 대해서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통학버스가 와주고, 학교 시설 면에서도 부족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중학교에 보낼 일이 조금은 걱정이 된다는 미경씨다.
여성이장을 맡아 마을 일을 해보니 농촌사정을 더 빨리 알게 되었고, 농촌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농촌 어르신들의 따뜻한 인정도 느끼게 됐다. 손 한 번만 잡아줘도 그 몇 배로 보답해주는 것이 시골 어르신들의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농촌 삶을 전혀 몰랐던 미경씨는 결혼 후 생각과는 달리 많이 다른 생활을 느끼지만, 도시 삶보다는 농촌생활이 여유가 있어서 좋다. 그러나 농부가 열심히 좋은 작물을 수확해도 판로에서 똑같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자체가 불만족스럽다. 고생한 만큼 소득이 되어야 하지만,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업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선진우수농업 현장에 가서 보면, 개인보다는 여러 사람이 협동하여 농산물을 수확하고, 가공까지 이끌어서 관광 화하고 큰 수익을 내는 형태였다. 그러나 실제 우리 농촌을 돌아보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조차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미경씨 부부는 면적을 늘려가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규모에서 좀 더 친환경적인 생산 쪽으로 바꿔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밭작물에서는 소먹이 풀을 친환경적으로 수확하고, 농토를 오염 없는 농토로 바꾸어가면서, 차근차근 친환경 작물로 전환하는 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사규모를 넓히면, 결국 친환경농업을 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 농업형태를 보았을 때, 농사를 조금 더 짓는다고 해도 순소득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아왔다. 농업도 계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를 넓혔을 때는 그만큼의 힘이 드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조미경씨는 큰 욕심 없이 내 농토를 지켜나가는 것이 농촌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미경씨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찾아가는 한글학교 교사 일을 5년째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장일도 손을 놓았다. 매일 읍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 일을 하면서도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갖게 됐다. “한글학교는 가르친다는 것보다도 어머니들에게 딸, 며느리가 되어주는 것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한글학교를 통해 농촌의 어머니들에게 자존감을 살려드리고 어머니들을 통해 농촌 삶의 깊이를 알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남편 김동민씨도 올해 취직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농업 규모는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규모기 때문에, 오히려 직장생활과 농사일을 병행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농업의 현실은 농업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농업을 친환경농업으로 바꿔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 일이 바로 내 땅을 잘 지켜나가는 일이고 할 수 있는 만큼의 농사일을 하고 싶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수입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농사일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는 일이고, 아직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고령화된 시골마을에서 젊은 조미경씨는 늘 새댁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을 어머니들이 처음부터 농사일을 타고나지 않았듯이 조미경씨도 어느새 누구보다 부지런한 농업인이 되어 있는 것이고, 오늘도 마늘밭에서 풀을 메고 돌아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