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풍년의 희망을 농촌의 밝은 미래로
위성식 (양무정 사두)
올해는 풍년이 예견되고 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로 인해 벼가 제대로 잘 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염으로 인해 사람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벼에게는 성장하기에 적합한 모양이다.
풍년은 어쨌든 기쁨과 충만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벼 뿐만이 아니라 이미 밭곡식도 풍년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어느 마을을 가보아도 특히 깨와 고추가 풍년이다. 쌀이 많이 생산되고 밭곡식이 또한 많이 생산된다는 것은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는 느낌이다.
그 옛날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 우리는 얼마나 허기진 배를 움켜쥐었던가. 여름 내내 보리밥만 먹다보니 정자나무가 있는 정각엘 가보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방귀소리가 그리도 요란할 만큼 많았다. 다 여름내내 보리밥만 먹은 탓이었다. 게다가 냉장고도 없다 보니 시어빠진 김치 한 가닥에 보리밥을 물에 말아 우물우물 먹기가 일쑤였다.
저녁이면 대부분의 집마다 밀죽을 쑤어 먹었는데, 밀죽도 반죽된 것을 뚝뚝 썰어 멀건 색깔 그대로 먹는 것 보다는, 팥을 삶아 그 팥물에 빨랫방망이로 민 넓적한 반죽을 칼로 썰어 만든 밀죽이 훨씬 맛있었다.
그래서 팥이 들어가지 않은 죽은 밀죽이요, 팥이 들어간 죽은 팥죽이라고 불렀다. 보리밥만 먹고 지내던 시절, 팥죽은 유일한 끼니이자 기호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던가. 어쩔 땐 과거 어린시절로 돌아가고픈 충동도 없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시절에도 그런대로 낭만과 여유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풍년.
말만 들어도 괜히 웃음이 나오는 이 말. 그런데 올해는 태풍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풍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논 한 방구를 짓고 있지만 아침마다 잘 자란 벼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우쭐해지곤 한다. 저 벼들을 수확하는 날, 우리 가족의 식량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려니 하는 안도감 같은 여유.
그러나 농촌의 전반적인 살림을 살펴보면 어디를 가 봐도 비명소리가 높다. 소 값이 짱짱했던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이 시점에서 우리 농촌은 어떤 희망을 가져봐야 할까. 한 마디로 살아남기가 폭폭 할 지경이고 경쟁 또한 치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최근의 농촌.
하지만 어디 60년대와 70년대에 비해 지금의 농촌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어차피 이 땅 이 농촌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면 뭔가 돌파구를 위해 특단의 지혜 또한 필요할 게 분명하다.
풍년의 희망은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이 희망을 농촌의 밝은 미래로 끌어올리는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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