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칼럼 125
삶의 갈등이 빚은 인생사
이형문(수필가)
갈등(葛藤)(troubles)이란 말의 뜻은 서로의 이해들이 마치 칡덩굴과 등나무덩굴이 뒤엉켜서 복잡해진 관계처럼 풀지 못하고 생겨나는 문제들을 말하지요. 불교에서는 이 뜻을 ‘번뇌’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인생사 속에 빚어지는 오만 것들의 계파 간에 생겨나는 주장이나 이해득실의 차이인데 내부적, 정신적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크게는 나라와 나라사이 작게는 한 집안의 부자간의 생각차이에서 오는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서로간의 분수에 넘치는 과욕과 이기주의에서 생겨나 끝에는 전쟁으로 혹은 법정에서의 싸움이나 종교적 이념적 차이 등 그 한계의 시비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번 OECD 27개국 중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두 번째로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서로 양보와 타협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치달은 모습이지요.
최근 우리나라 정치판 상황을 보면, 여야가 마치 총이나 칼만 들지 않았지 완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갈등수준이 전쟁의 대치정국을 이루고 있습니다.
국가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양보와 이해 조정을 이루지 못하고 양쪽이 서로의 당위성만으로 야간 촛불집회까지 하며 시간만 낭비하는 싸움만 하고 있는 정치판의 꼬락서니를 국민들은 그저 보고만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격심하게 겪고 있는 사회 갈등을 분석해 보니 종교 갈등, 지역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등등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도 세대 갈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니 나라 안에서는 여야 정치 집단의 극한 대립과 길거리정치, 전세 월세문제를 비롯한 경제적 사회 불안과 경기침체, 세금부과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이 표출되고, 또 외부적으로는 남북 간 대화 갈등, 일본과의 역사에 반하는 우경화 정책, 중동지역 이념 갈등 전쟁 등 세상 모두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삶이 어렵고 힘들게 하는 고통과 불안을 주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살아가기가 힘들어서인가? 미움인가 다툼인가, 덜 배운 탓인가, 일자리인가, 질병인가, 전쟁 공포인가, 지구 온난화 현상인가, 이념싸움인가, 부정부패인가, 경제 침체인가, 불평등에서인가, 소통부재인가? 참으로 산같이 쌓인 풀 수 없는 일들이 세상을 말세같이 치닫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 하나를 여기에 꼭 밝혀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만자레’ ‘칸타레’ ‘아모레’ 이 세 가지를 삶의 목표로 여긴다고 하지요.
이 뜻은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자’라 는 뜻인데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며 유산을 남기지 않고, 죽는 것을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근무와 시간을 취미활동에 쓴다고 하지요. 당연히 자녀의 사교육비나 유학 자금, 결혼 자금을 무리하게 마련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산은 자식들에 물려주기보다는 부부와 자녀가 함께 여행을 다니고 공연을 보러가는 등 현재의 시간에 그저 충실할 뿐이라고 합니다. 오직 가족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인생의 현재를 즐기기 위해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고 삶에 구애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만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은 정말 우리들 살아가는 생각의 차이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에 한 아빠는 정년을 앞두고 오직 직장에 매달려 자식들의 장래나 집 마련을 위해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자식들과 놀러 다녀보지 못해 집안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하지요.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며 30년을 넘게 한길로 달려왔지만, 막상 얻은 것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도 건강도 다 잃고 ‘왕따’ 당한 홀로의 모습이라 거울 앞에 서보니 반백의 머리에 너무 초라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우리 인생이 너무 많은 시간을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주변의 것들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쌓이는 갈등과 자신의 삶의 형태를 이젠 바꿔서 이태리 사람들처럼 좀 더 인생을 즐기는 ‘만자레 칸자레 아모레’ 식으로 삶을 개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