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1등 제자 황상, 140년 만에 나타나다
「치원소고(巵園小藁)」등 다산 유물 5점 구입 추진
강진군에서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애제자이자 1등 제자로 알려진 치원(梔園) 황상(黃裳)의 산문집(散文集) 치원소고(巵園小藁), 치원진장(巵園珍藏), 치원총서(巵園叢書), 곽경순 이아주(郭景純 爾雅注), 황씨 채화집(黃氏 棌華集) 등 5집을 구입하고자 나섰다.
다산기념관에서는 “다산유물의 지속적인 확보로 강진 문화와 관광산업 육성의 기틀을 마련하고 다산 유물 전시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고자 구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다산의 유물을 구입할 경우, 유물 매도신청서를 접수한 후 다산유물자문위원회 심의를 개최한 다음, 유물감정평가를 의뢰하게 되는데, 서지, 전적, 서예 분야 전문 감정위원 2인 이상으로 해야 한다. 매매계약 체결은 2인 이상의 감정위원들의 감정평가를 거친 후, 평균 감정가 이내에서 경매응찰 구입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산기념관에서는 10월 24일 오후 3시 다산기념관에서 다산유물자문위원회를 열고 다산유물구입 계획과 함께 구입여부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다산기념관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초에 준공될 다산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황상의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면서 “현재 다산의 유물은 279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다산기념관측은 이어 “5점 모두를 감정의뢰해서 구입할 예정이다”며 “그러나 5점을 모두 구입하기에는 예산이 뒤따르므로 올해는 치원소고 등 1~2권만 구입하고 내년에 예산을 세워 구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광식 문사고전연구소장은 “‘치원소고’에는 황상이 정학연에게 보낸 편지 ‘상유산선생서(上酉山先生書)’가 실려 있고, 여기엔 다산의 서당이 있던 주막집 앞에서 황상이 아이들과 공차기를 하다 다산을 처음 만나게 된 과정과 두 사람이 사제로서 맺어온 인연이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이어 “좋은 내용이기 때문에 꼭 구입했으면 한다”며 “다산 유물의 소장자가 내놓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산기념관에서는 “절차에 따라 감정의뢰를 하려면 진품을 놓고 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 또는 인천에 올라가서 감정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물소장자이자 황상의 사촌이며 황상과 함께 다산에게 배웠던 황지초(黃之楚)의 5대손 황수홍(73) 씨는 “선대의 유물을 강진군에서 관리하겠다는 말을 듣고 적극 협조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가치 높은 다산의 1등 제자 황상의 유물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 삼근계(三勤戒) 가슴 새기며 평생 공부
‘일속산방(一粟山房)’ 지어 유인(幽人)의 삶 실천한 명문장가(名文章家)
다산, “두 아들이 천리 밖에 있으니 내가 죽으면 염습해 달라” 당부
다산과 황상은 스승과 제자 사이를 뛰어넘어 정씨 집안과 황상 집안이 정황계(丁黃契)를 맺기까지 했다. 그러므로 황상의 유물은 다산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특히 다산의 아들 정학연과의 교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치원소고 : 기존에 알려진 치원유고에는 실리지 않은 산문집이다. 황상의 생애를 더욱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다산과의 생생한 일화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38장 1책으로 된 황상 친필 문고인 치원소고는 첫 면에 황상이 직접 파서 새긴 백문인(白文印) 자중지석(子中之石)이 찍혀 있다. 표지는 떨어져 나간 상태이고 마지막 장 역시 뜯겨 나가고 없다. 그리고 처음 몇 장은 낡고 헐어서 중간 중간 판독이 불가능하다.
치원소고에 실린 황상의 산문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황상의 여러 면모와 교유 관계, 스승 다산과의 일화 등 대단히 새롭고 중요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황상과 불교 승려들과의 교유를 상세히 전하고 있고, 그 지역에서 이루어진 여러 모임이나 장소 및 사전에 관한 기록들도 비교적 풍부하게 적혀 있다, 무엇보다도 다산의 가르침에 대한 현장 기록이 몇 가지 더 추가됨으로써 초기 동천여사(東泉旅舍) 시절의 강학에 대해 더욱 진전된 정보를 얻게 된 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편 이 책에는 상단 여백에 붉은 글씨로 두평(頭評)을 달아놓았는데, 그것이 정학연의 친필이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치원진장 : 모두 28통의 편지 중 정학연이 쓴 편지가 22통, 정대무가 쓴 편지가 1통, 추사의 양아들 김상부가 쓴 편지가 2통이 실려 있다. 마지막에 3통은 수신자가 황상이 아닌 정학연에게 보낸 편지이다. 여기에 함께 묶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황상 자신이 직접 장황해서 첩으로 만든 것으로 수록은 대부분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중 5번째는 한국학 중앙연구원에 소장된 「정황계첩」의 다른 짝이다. 한국학 중앙연구원 소장본은 정씨 집안에 남겨졌던 것이고, 이 서간첩에 실린 것은 황씨집안에 보내진 것이다. 황상과 정학연과의 눈물겨운 우정의 모습과 다산 사후 두 집안이 정황계를 맺고 죽을 때까지 이어진 교분의 내력이 편지 한 장 한 장마다 오롯하다.
◎ 치원총서 : 황상이 「장자」를 등초한 것이다. 「장자」전문과 주석을 모두 옮겨 적었다. 이 책에 특별한 자료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치원총서」를 표제로 내건 실물이 처음 나타났다는 점이 뜻깊다.
◎ 곽경순 이아주 :「치원총서」의 일부분이다. 곽경순의「이아주」를 옮겨 적었다. 역시 첫장에 자중자석이란 황상의 소장인이 찍혀 있다. 황상의 친필이다.
◎ 황씨 채화집 : 3권 1책/다산의 제자 황지초의 아버지인 황승룡과 백부 황진룡, 계부 황태룡 3형제의 시집이다. 강진 지역의 풍광과 풍물을 노래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로 보아 황씨 집안이 다산의 강학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문한이 있던 집안임을 알 수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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