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말(馬)의 해, 마량을 돌아본다

박주익(수필가)

군마와 마도진, 해상교통의 요지

새로 단장한 미항으로 강진만의 동남쪽 입구에 위치한 마량은 예로부터 천혜의 항구 기능을 갖춘 육상관문으로써 고대에는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였던 주요 항구였다. 현재는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이자 청정해역에서 나온 해산물이 풍부한 낚시터이자 아름다운 항구이다. 마량면은 1982. 5. 10일 대구면 마량출장소로 개설되어 1989. 4. 1일 면으로 승격되었다. 마량은 고려 말 이래로 영호남의 세곡을 실은 조운선(곡식을 실은 배)이 통과하는 지역으로 이것을 노린 왜구의 침입, 약탈이 끊이지 않는 포구였다. 그래서 지역 주민을 방어하기 위한 수군의 주둔이 필요하였으며 ‘마도만호진’이 설치되었다. 현재는 800m 정도의 성터만 남아 있는데 마도진은 부채꼴 모양으로 남서는 직선, 북동은 반원형이라 전해진다.

마두 마량

마두라는 지명을 설명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제주도에서 길러진 말을 육지로 옮길 때, 가장 먼저 이곳에 운반해 왔기 때문에 ‘마두’라는 지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풍수지리적으로 봐서 “마량 땅의 형국이 말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마두’라는 지명이 민간 어원적으로 해석되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말머리’ 즉 ‘마두(馬頭)’라고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마량면은 봉대산을 중심으로 산줄기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산골과 바닷가를 주위로 민가들이 들어서고 어족자원이 풍부해 선사시대부터 선인들이 살아왔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혹독한 시달림을 받았던 때도 있었다. 조선 초기에 수군만호가 주둔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육지의 출입구이자 삼국시대 중국과 문물의 교환 통로로 이용되었다. 이후 청해진 장보고 시대와 청자의 수송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추측케 한다. 마량은 원래 마량(馬粱)으로 표기되었다가 량(梁)이 양(良)으로 바뀐 것이다. 량(粱)이란 뜻은 해안의 돌출부에 위치한 것으로 ‘촌이나 군사기지’의 성격을 갖는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져 있는 한반도에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당시에는 특히 성의 중요성이 높아 요충지마다 크고 작은 성을 쌓아 침략을 막아내었다. 해상무역의 요충지로 생산물이 풍부했던 강진은 왜구들의 침입이 유달리 많았다. 그래서 조선 초기부터 전라도 서남해안 지역에는 좌·우수영 각 1개소와 만호진 15개소가 설치된다. 원래 강진의 만호진은 탐진포(강진읍 남포)에 있었으나 1417년 병마도절제사영이 강진 병영으로 옮겨오면서 마도(馬島, 고마도)로 전진 배치된다. 그 후 왜구의 침입이 줄어들고 섬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므로 병선을 고조눌이에 정박시켰다가 마량 원포(垣浦)를 거쳐 1429년 현재의 마량(馬梁)에 정착한다.

만호성

‘만호성’은 수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육상으로 침투하는 적을 방어하며, 군량과 군기를 저장·보관할 목적으로 연산군 5년(1499)에 쌓았다고 한다. 이 만호성(萬戶城)은 1894년 동학혁명 때 심하게 파괴되었고, 8․15 해방전후로 일부는 원형이 거의 없어져 버리거나 무너지고 훼손됐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사적지임에 틀림없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두만호를 통치하던 ‘정청(政廳)’이 있었고, 지금도 정청의 자리에 주춧돌로 보이는 집터가 있으나 인근에 새로이 교회건물이 들어섰다.

만호성의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편에 ‘마도(馬島)는 강진현 남쪽 원포(垣浦)에 있으며 중선(中船) 8척과 군사 510명, 뱃사공 4명을 거느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후 규모가 축소되어 만기요람 호남읍지 중 강진현 여지승람에는 ‘방선 1척, 거북선 1척, 하후선 1척, 군병 약 280명 추정’으로 기록된 사실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거북선 1척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 기록들과 현지 실사를 통해, 성의 길이는 1.6㎞정도였음을 짐작케 한다. 만호성은 동․서․남․북문이 있었으나, 현존하는 유일한 출입구인 북문외에 성문은 남아있지 않다. 마량항 입구는 서문이었으며 마량수협 방면이 동문, 마량 시장통이 남문이었다. 만호성은 서문부분부터 북문까지 일부는 훼손됐어도 원형이 대체로 보존돼 있지만 북문을 지나 1백여 미터를 지나면 성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민가들이 들어서 있다.

제주와 말이 오가던 마량과 목마장

목마장에 대해 알아보면 고려 말 원나라가 탐라(耽羅)에다 1279년부터 자기네 말(馬)을 먹여 기를 목마장을 설치하여 15년간을 운영하였다. 그 이후 고려에서 반환요청을 하여 1294년에 되찾고 나서 탐라를 제주(濟州)로 고쳤다.

아마도 이런 연유로 해서, 제주의 말을 탐진현의 마도로 싣고 와서 내리게 되므로 ‘말을 건네주는 다리’ 즉 마량(馬梁)으로 불리게 된 것 같으며, 또 말을 놓아기르는 목마장이 탐진현에 개설이 되고부터는「오마지간(五馬之間)」즉 ‘원마(元馬). 숙마(宿馬). 원마(垣馬). 백마(白馬). 음마(飮馬)’ 등의 지명도 생겨나 지금까지 그 일부가 존재한 것 같다고 학자들은 기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