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첫 만남

강진고을신문 윤민화 기자

누구에게나 무엇에, 첫 날이 있다.

첫 만남이 있고, 첫 기억이 있고, 첫 느낌이 있고, 첫 다짐이 있다.

무언가 시작하는 날이 많은 3월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하얀 가제 손수건 위에 이름표를 달고, 난생 처음

운동장에 서서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었던 초등학교 그 첫 날이 생각난다.

그 때의 모든 초등학생들은 왼쪽 가슴에 꼭 가제손수건을 달고, 그 위에 옷핀으로 이름표를 달았었다. 왜 그랬을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내 답이 나온다. 콧물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좀 더 기억나는 게 있나 싶어, 기억을 더 짚어 가보면서 그 때를 떠올려본다. 교장선생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누구와 왔었는지, 내 짝꿍은 누구였는지.... 궁금한 게 많은 데, 도통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있다. 설레임! 설레였던 내 마음!. 그것은 분명하게 생각난다. 근데, 난 왜 그렇게 설레였을까? 왜 그렇게 신나했을까? 왜 그리 마냥 좋았던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시작이었기 때문일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곳에는 새로운 만남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만남이 있고,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어떤 기대감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집에서만 있다가 날마다 가방매고, 학교 가서, 새로운 교실에서, 이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새 친구들을 만나 새 학기를 시작했다. 그 안에는 술렁술렁, 왁자지껄, 즐겁고, 신나고, 설레고, 재미있는 일도 가득했지만, 싸우고, 다투고, 토라져서, 책상위에 삼팔선을 긋기도 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추억으로 아름답게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때 그 기억이 그리움으로 남아, 올망졸망 가방 매고 친구들과 손잡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늘 새록새록 그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시간은 사라지지만, 기억으로, 그리움으로 남아 오늘도 그 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고, 명랑해진다.

그렇게 첫 만남들을 떠올려보면, 새로운 만남으로 시작하여, 그 시간들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웠느냐에 따라, 그 순간, 그 시절, 그 때의 느낌이 달라진다.

이제, 강진 고을신문에서 다시 또 첫 만남을 시작하는 저 역시, 이 지면을 통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으로 이 시간을, 이 공간을 채울까? 즐겁고, 설레이고,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넘실거린다.

아무쪼록, 이 지면이 이제 막 돋아나고 있는 산수유 노오란 새순, 새 꽃처럼 어여쁘고, 심지 곧은 ‘설레고, 기대되는’ 공간이 되길 꿈꾸어 본다. 그리고, 조용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 몫 할 것을 다짐해본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