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욱의 도사리와 말모이⑦
돔배젓과 뛰엄젓
우리의 맛을 이야기할 때, 아무래도 감칠맛 나는 젓갈을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성인병이다 뭐다 해서 짠맛을 기피하는 경우 때문에 구박덩이가 돼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생선의 창자로 담근 것을 구제비젓, 또는 밸로 담갔다고 해서 밸젓이라고도 한다. 구제비젓 가운데 가장 알려진 것이 창난젓이다. 갈치 창자는 갈치창젓, 대구 창자는 대창젓, 해삼 창자는 해창젓의 밑감이다. 그러면 전어 창자로 담근 것은? 전례대로 하자면 전창젓일 것 같지만 아니다. 돔배젓이라고 한다. 또라젓은 숭어, 속젓은 조기의 창자로 담근 것이다.
아가미로는 아감젓, 알로는 알 것을 만드는데, 고지젓은 이도저도 아닌 명태의 이리로 담든 젓이고, 민어 부레로 담근 부레젓도 있다. 아감젓은 대구아감젓, 알젓은 명란젓이 아무래도 가장 윗길이 아닌가 싶다. 캐비아로 불리는 철갑상어알젓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기는 하지만, 러시아에 가서 먹ㄱ어 보니 짜기만 하고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비싼 맛에 먹는 것은 아닌지 역시 젓갈 맛도 신토불이!
어리젓은 얼간으로 담근 젓인데, 어리젓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서산 어리굴젓이다. 얼간이라는 것은 소금에 조금 절이는 간을 뜻한다. 됨됨이가 똑똑지 못하고 모자라는 사람을 얼간이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소금에 절여진 것처럼 생기를 잃어버렸다는 뜻일 것이다.
새우젓에는 새하젓, 오젓과 육젓, 추젓 같은 것들이 있다. 세하젓은 초봄에, 추젓은 가을에 담그며, 오젓은 오사리, 즉 이른철의 사리에 잡힌 새우로, 육젓은 유월에 잡힌 새우로 담근 젓이다. 오사리에는 온갖 잡살뱅이 고기가 섞어 있다는 데서 여러 가지 불량한 잡배들을 오사리잡놈으로 일컫게 됐다고 한다. 또 그런 잡살뱅이 고기를 마구 섞어 담근 젓을 조침젓이나 잡젓이라고 한다. 곤쟁이젓도 새우젓의 한 가지인데, 푹 삭힌 곤쟁이젓은 따로 감동젓이라고 한다. 그 맛이 얼마나 감동적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요즘은 민물새우가 드물어져 토하젓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토하(土蝦)는 우리말로 생이, 토하젓도 따라서 생이젓이다. 민물새우가 드문 것처럼 생이도 드물게 쓰이는 말이기는 하지만, 민물새우를 되살리려고 애쓰듯이 이런 말들도 되살려 쓰면 그 아니 좋을까.
젓갈의 밑감은 거의가 바다에서 나온 것이지만, 생이젓 같은 예외도 드물지만 있다. 옛날에는 오리나 거위고기로 오리젓, 거위젓을 담가 먹었고, 뛰엄젓도 있었던 것이다. 뛰엄젓, 바로 개구리 뒷다리를 담근 젓이다. 튄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고지젓 : 명태의 이리로 담근 젓
구제비젓 : 생선의 창자로 담근 젓 =밸젓
얼간 : 소금에 조금 절이는 간
이 뉴스클리핑은 http://goeul.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