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이 지은 비문 발견

강진읍 영파리 야산… 영랑선생 친구의 아들 고 황기홍 비문

5일 용혈암복원추진위원회 신영호 회장은 “영파리 청자골 식당에서 지척에 있는 고(故) 황기홍 묘의 비문을 쓴 사람이 영랑 김윤식 선생이었다”고 밝혔다. 영랑이 비문을 지은 비석은 높이 60cm 정도로 앞면에 ‘황기홍 여기 누웠음’이라고 적혀 있고, 뒷면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나라가 망하였을 때 그대는 태여났음으로 비록 젊은 부모의 귀여운 사랑 속에서 아모 거침없이 자라나기는 하였지만은 이 겨레의 꽃 같은 한 아들로는 다 같은 마련으로 한질기자다. 크도록 서러웁게 사라왔었을 뿐이로다. 나라가 쇠사슬이 풀리어 자주독립의 성업이 거의 다 이루어지려는 이제 그대 뜻안흔 흉탄에 슬어지다니었지. 천추의 한이 남지 안흐리오. 부모와 형제 이 겨레 이 나라는 었지 참아 다 잊고 간단마리뇨, 오직 그대의 희생 새나라 창업의 업지 못할 한 개 초석이니 어린 동지들이 그 정신을 받드러 맹세하고 이 나라 만년을 위하여 싸울 겄이로다. 존귀한 정신아 편안히 잠드르시라.

단기 4282년 8월 15일 영랑 김윤식 근곡.

근곡이라는 말은 근조(謹弔)에서 나오는 근(謹)자와 통곡(慟哭)에서 곡(哭)을 합성할 때의 근곡(謹哭)이라고 해석한다면 영랑이 삼가 통곡하며 쓴 비문이다.

영랑은 1946년 2월에 조직된 대한독립촉성국민회를 결성하고 대한청년단장을 지냈으며, 4월에는 당시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조선문학가동맹에 대항하여 우익 반공 민족진영의 젊은 문학인들이 결성한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을 하는 등 해방 이후 문단 좌우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민족 진영의 중진으로 활약했다. 그의 나이 48세가 되던 1948년 5월 제헌국회 초대 민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되었다. 그 때 고 황기홍의 부친과는 친구사이로 영랑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고 황기홍도 군청 직원으로 영랑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고 황기홍의 동생인 황수홍(인천) 씨에 따르면 “군동 영포에 있는 집으로 좌익들이 들이닥치자 부친은 살려달라고 빌다가 도망을 쳤고 이 때 장남인 황기홍 형님은 좌익들에게 항의를 하다가 부친 대신 집에서 흉탄에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형님은 농고를 졸업한 후 일본인 학교였던 동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군청에 다녔다”면서 “형님은 추서를 받아서 국가유공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단기 4282년은 서기 1949년으로 고 황기홍이 영랑이 초대 민의원 선거에서 낙선하던 그 이듬해에 사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황수홍 씨는 “민의원 선거 당일 날 일이 생긴 것으로 기억되는 데 선거 1년 후라니 자료를 찾아봐야겠다”고 증언했다.

비석의 앞면에는 4261 3.3 - 4282 5.13이라고 적혀 있어 고 황기홍의 나이가 불과 21세임을 알 수 있고 3개월 후 비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영랑이 지은 비분이 발견됨으로써 영랑에 대한 연구자료가 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