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놀이

장여옥

지난 월요일 대학에서 오전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중학교 1학년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에게 무슨 꿈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꿈은 없고, 친구들과 놀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꿈이 없다는 답변에 언제가 가장 행복 하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난 수고로움 뒤에 휴식의 기쁨을 말하면서 날마다 놀기만 한다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한 번도 그렇게 놀아본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요즈음 학생들은 유치원 때부터 참 바쁘다. 각종 언어교육과 음악 등 영재교육까지 섭렵 하느라 제대로 놀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린 학생들 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1970년대에 초 ․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공부를 하였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크게 자리한다.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실뜨기, 자치기, 돌치기, 땅따먹기 놀이로 해가 지는 줄을 모르고 놀았던 것이다. 그 시절 농번기에는 학생모두가 어김없이 한 주 정도 공부를 하지 않고 보리 베기에 동원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일을 하고 위험한 낫도 잘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거의 매일 점심시간이면 밥 먹는 시간을 아껴서 친구들과 놀이를 즐겼다. 많은 놀이 중에서도 땅따먹기 놀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선인들은 놀이문화 또한 농토를 형성 할 수 있는 땅에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배워갈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어린 때부터 땅을 만지고 땅과 함께 호흡하며 놀았던 것이다. 곧 사람과 땅이 하나 되는 공간적 놀이이다. 더불어 농경지를 한 뼘이라도 자신의 소유로 갖고 싶은 인간적 욕망을 땅따먹기 놀이에 투사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요즈음 주위에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땅들이 도로나 용도 변경으로 인하여 매매가 이루어진 가운데 많은 돈들을 벌어들인다. 그들은 기뻐함도 잠시뿐이고 또 다른 땅을 구입하여 한정되지 않는 욕망의 크기를 채워들 간다. 이러한 인생살이의 모습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즐겨하던 땅따먹기 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에는 조금이라도 땅을 더 차지하려고 사금파리로 줄을 그어 나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러나 아무리 큰 범위의 땅을 차지하더라도 수업시작종이 “땡땡땡”울리면 모든 것을 버려두고 교실로 들어간다.

우리의 인생살이가 꼭 어릴 적 놀이들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사회는 땅을 경작용 보다는 매매의 행위를 통하여 더 큰 부를 창출해 간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떠난다. 땅따먹기 놀이는 수업시작 종이 울리는 약속된 시간이면 땄던 땅에 미련두지 않고 교실로 향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울리는 인생의 마지막 종은 예정됨이 없다. 알 수 없는 시간에 불현 듯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게 허무한 인생길을 걷지만, 인간의 욕망은 어디쯤에서 과연 끝날까?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이 곧 우리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아닌가? 하는 철학적이며 원초적인 발상을 해본다.

약력: 강진 옴천 출생. 모란촌문학회 부회장, 문학박사.

현: 동신대학교, 광신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