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은 69주년을 맞는 경찰의 날이었다.
경찰은 1945년 10월 21일 미 군정청 산하 경무국이 창설된 이후 1948년 8월 15일 건국경찰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시에는 구국 경찰로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며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이들 경찰의 노고에 치하와 격려의 뜻을 담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조국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경찰의 날은 1948년에 첫 기념행사를 가진 이래 1957년 11월에는 내무부 훈령으로 ‘경찰의 날’에 지정됐고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돼 오늘에 이르며 매년 10월 21일에 시행되고 있다.
경찰은 보통 그들의 역할을 빗대어 ‘민중의 지팡이’ 또는 가슴에 빛나는 휘장을 보고 ‘참수리(혹자는 이를 두고 짭새라고도 하지만)’라고 부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국감장에서 드러나는 각종 경찰 비리로 인해 경찰의 이미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어려울 때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이 경찰이기에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한가닥 신뢰가 깃들어 있다. 요즘 경찰이 처한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도 크다. 경찰의 날은 국경일이 아니며 모든 행사는 그들만의 행사로 조촐하게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관심을 얻기도 어렵다.
사실 얼마나 많은 경찰들이 얼마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찰은 연평균 14명이 순직하고 1천941명이 공상을 당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순직과 공상 건수가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피습부상은 2011년 666건을 정점으로 작년에도 478건이 발생했다. 하루에 1.3건의 피습이 있다는 말인데 오늘도 어딘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2명의 경찰은 범죄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적 수준으로 무장을 하고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에 피습돼 순직한 해양경찰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디선가 경찰들은 오늘도 국민의 권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다원화 되면서 현재 요구되는 치안서비스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임용되는 경찰인력은 그 수요를 따르지 못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 또 인력이 충원되더라도 피습되는 경관이 늘면서 실제로는 인력충원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이래저래 일선경찰의 하루는 고단하기만 하다.
그 외에 경찰도 사람인지라 공(功)을 세우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 검거율에 집중하다보니 무리를 하게 되고 무리하면 다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예방이 검거보다 중요하지만 경찰수뇌부는 실적을 요구하니 치안서비스라는 고유의 목표에 모순이 생기고 만다.
결국 실적주의가 범죄발생 건수를 늘리게 하고, 늘어난 범죄발생 건수만큼 범죄자도 많이 잡게 되는데 이에 따라 경찰의 위험노출 빈도도 커지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경찰의 ‘근무조건 개선’, ‘안전확보 후 조치’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비리경찰? 비리공무원? 찾아보면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들을 모조리 싸잡아서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옛 말에 ‘머슴은 먹매(음식을 먹는 정도나 태도)로 잡으라’는 말도 있듯이 경찰에게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요구하려면 그만한 여건을 마련해주고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 다만, 여건을 마련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치안서비스가 개선되지 않거나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책임자 처벌은 당연한 것이다. 요즘처럼 책임지지 않는 세상에서 경찰이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경찰의 날을 맞아 앞으로도 국민이 믿고 찾는 경찰이 되기를, 세력에 굴하지 않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민들에게는 공상자 및 순직 경찰 유가족에게 대한 고마움과 배려를 잊지 말아줄 것을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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