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33회
신전면 송천마을 강진해(87) 할아버지
“넘의 나이를 일곱 살 더 묵어 부렀재.”
강할아버지 말씀은 사람의 수명이 80이 정명인데 7살이나 더 살고 있으니 7살을 덤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주름도 별로 없어 건강한 피부라고 했더니 속도 없이 팽팽하기만 하여 어쩔 것이냐고 반문한다.
“오줌도 잴잴허니 늦게 나오고 젤로 그거이 성가시요. 나는 깨깟하게 하는게 일이라요.”
젊은 사람들은 냄새나는 것을 싫어하니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더니 강할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등짝까지 깨끗이 씻는단다.
“아침에도 세수허면 등까지 씻어 부러, 요새는 추운게 정제가 씻는디가 있어 거그서 깨깟이 씻어 불재. 세수도 꼭 비누로 허요. 비누로 히야 깨깟하재.”
송천에서 태어나 평생 송천에서만 살아온 강할아버지다. 할머니는 두 살 아래로 청산 너머 여호라는 섬에서 왔단다.
“사람 만난거 보문 그랑게 연비연비재.
2남 5녀를 둔 강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가 벌어다 준 것으로 먹고 살았다면서 자신이 못나 미안하지만은 안 죽을라니 살아온 세상이었다고 한숨을 짓는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하면서도 거친 말 한 마디 안하며 오히려 ‘당신은 뭐한디 성내요.’ 하면서 웃어버리고 ‘그람 같이 허먼 어쩔것요. 그냥 참지 그란다요.’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할머니의 성품을 자랑한다.
“여자가 갯바닥에 나가 그날그날 먹고 살았재. 나묵고 떨어지문 그만인 세상이여, 너 죽으먼 그만이다 헌 세상이당께.”
지금도 할머니는 갯벌에 나가 갯것을 잡아온다. 그래서 강할아버지는 여복으로 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누구의 복인지는 모른다는 아리송한 말.
“근디 그것도 내 복이여, 식구가 암만 많아도 한나 복으로 먹고 산다고 허드만, 참으로 그것은 모를 일여, 누가 복 들었는가는 말여.”
기자가 보아도 강할아버지처럼 복이 있는 사람도 드물거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죽을 고비 많이 겪었다며 말끝마다 안 죽을라니 살았다하고 목숨이 붙어 있응께 살았다하는데, 지금도 돈벌어주며 끼니챙겨주는 아내가 있으니 그보다 행복한게 또 어디 있을까.
“어짤것이요. 안죽을랑게 살재. 나이 이렇게 묵은 놈이 뭔 일을 헌다요. 내 할멈한테 그러요 며칠 굶기먼 죽을것잉게 당신 처분만 바라고 있다고·······할멈은 그라요. 나도 당신 묵여 살릴랑게 죽겄소.”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는 강할아버지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숨이란 것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라며 6,25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좌익이다 우익이다허고 나뉘어가고 좌익이다 허먼 면에서 잡아간 때가 있었는디, 나는 무식허니 암것도 모르요 혔더니 놔두고 갑디다. 또, 대흥사 아래 장동리 부락 넘의 접방으로 재금(남의집 살이)을 나갔을 땐디 한번은 점심 먹고 나무하러 가기가 어찌 싫던가 몰라, 그냥 집으로 와부렀는디 그날 밤 장동리부락서 해가질판에 저녁먹고 나온 사람들은 다 좌익네들이 마구잡이로 쏭 쏘아 죽여 부러서 에먼놈 다 죽고 마을이 난리가 났는디······생각만 혀도 끔찍헙디다.”
지금은 옛날에 비하면 부자 세상이라지만 늙은이들이 벌어먹고 살자니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어짤것이냐고 한다. 강할아버지의 큰 걱정이라면 같이 살고 있는 47살 아들이다. 중국여자와 결혼하려다 3,000만원 날리고 말았다고 한다.
“순 사기꾼여 그놈이 나주놈인디 말여, 그놈이 밤나 중매만 한다 그것여 불량헌 놈여. 첨에 결혼할 때도 속이더니 중국여자 금방 온다고 비행기표 값 보내라고 해서 40만원 보냈더니 그 돈 갖고 한국와서 어디로 취직해 가부럿던가벼, 아들이 불쌍해서 베트남 여자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인제는 아들이 통 마다혀, 불량헌 놈들이 돈 대묵을라고 시골사람들 속여서 당하기만 혔지. 아들이 불쌍헝만,”
강할아버지는 다행히 건강해서 노인 복지회관이라도 나온다면서 버스비 이천원이 들지만 집에서는 먹을 것도 없지만 복지회관에오면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자주 나간다고 한다.
“우리식구 초등학교 6학년짜리 손지허고 네 식군디, 논 닷마지기 지요. 그려도 어떻게든 살어야지 어떡허겄소. 나 신문에 나오먼 누가 차비라도 줄랑가 모르겄소이.”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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