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불이 있는 청자촌 미산마을에 정착
예술과 삶에 대한 화두의 명쾌한 실천 예술가
예술에의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이냐, 인생이냐 두 갈래 길에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서 예술을 하자니 생활이 울고, 생활을 하자니 예술이 운다는 점이다. 성공한 예술가이든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이든 이 문제가 가장 큰 고통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내는 예술가도 많다. 다니는 직장에 사표 내는 것은 지극히 일차적인 일이다. 남성도 더러 있지만 특히 여성들 중에는 한평생 결혼을 않고 독신으로 살면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결단코 이들은 사랑할 줄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어코 예술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술이 겁나서 독신을 고집한다. 그렇다고 독신을 고집한다고 해서 예술에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박혜순 화가는 예술과 삶에 대한 화두에 대해 명쾌하게 실천한 사람이다. 즉, 예술과 삶의 갈등 속에서 둘 다 성공과 행복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24일 시문학파기념관에서 개최되는 화요일 밤 초대손님 서른한 번째로 선정된 박혜순 화가는 13년 전인 2001년도 강진 대구면 사당리 청자로 1728번지로 이주해 왔다. 자연부락 명칭은 미산(眉山) 마을이다. “강진은 다산의 실학정신이 있고, 영랑의 시혼이 있으며, 청자의 장인정신이 있어 계산 없이 주저앉았다”는 박혜순 화가는 무엇보다도 청자 빛 바다가 있어 풍광에 관한 한 첫 번째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예술과 삶을 함께 할 터전 마련을 마음대로 한 셈이다. 대지 1,400평, 건평 40평에 사는 박 화가는 햇빛이 가득 채우는 2층 작업실에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그녀는 조선대 2학년 때 목우회 특선을 시작으로 도전 특선, 국전 입선을 하였고, 임직순 교수의 애제자로 조선대에서 조교생활도 하고 송원대학 전임강사로도 일했다. 그 당시 조대여고에 교사직이 빈 것을 안 그녀는 박철웅 총장에게 그 곳으로 보내달라고 졸랐다. 단순한 생활을 좋아했던 그녀의 한 단면이다.
여고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행복하고 뿌듯한 젊은 날을 보냈다. 학교생활이 바빠서 그림그리기에 소홀한 것만 빼고였다. 그리고 현재 해남 혜민병원장인 남편과 결혼했다. 부지런한 성격의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 양육에 올인 하다보니 자연 그림 그리는 일과는 동떨어진 생활이었지만 가정주부로서 최선을 다했다.
1995년 남편이 그림만 그릴 것을 권했다. 결혼한 지 23년만의 일이었다. 박혜순 화가는 뎃생부터 새로 시작했다. 개미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탈출이었다. 고착된 감정을 될 수 있으면 털어버리고 그림에만 몰입했다.
그래서 1997년 인사아트홀에서 제1회 개인전, 2012년 무등현대갤러리에서 2회 개인전, 2013년 강진아트홀에서 3회 개인전을 가진 박 화가는 단체전도 3회 가진 바 있다.
전남대 교수 장석원 평론가는 “그녀의 수채화는 얼핏 서툰 듯한 느낌의 순수성을 보여 흥미롭다”며 “테크닉을 뛰어넘는 테크닉 같은 것이 거기에 있고, 인물에 대한 묘사 역시 묘사하지 않으려 하면서 묘사하는 방식, 즉 디테일에 집착하지 않고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과 삶을 함께 살아온 박혜순 화가. 시문학파기념관 화요일 밤의 서른한 번째 초대손님이 된 박 화가는 그동안의 삶과 예술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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