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경, 우리 국민들은 귀중한 생명이 바다물에 잠기는 참담함을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다. 부끄럽게도 뉴욕타임즈 등 세계 유수 언론사들은 사고공화국 대한민국의 이 참사를 톱뉴스로 다뤘다. 20년 전인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대형 참사의 재발이었다. 무역 11위 경제대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청해진 해운은 일본에서 노후 여객선을 구입해 181명의 승객과 수 백톤의 화물을 더 적재하기 위해 증축했다. 구조변경으로 항로 변경시 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을 높였고, 복원력은 한참 떨어졌다.
침몰시까지 구조시간이 2시간 남짓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구조 시간을 놓친 것, ‘가만히 대기하라’는 반복된 선내 방송으로 대피시간을 놓친 것, 승객을 방치한 채 도망치듯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 재난 시 관계 당국의 늦은 대응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말만 앞섰지 실천(實踐)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름까지 바꿔 ‘안전행정’을 하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 어디로 갔을까? 또 만연된 황금만능주의를 지적하고 싶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성세대의 부정한 관행이 죄(罪)없는 어린 아이들의 희생을 키웠다. 수 백톤에 달하는 구조 변경은 오직 돈벌이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임질 위치에 있는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무책임성을 지적하고 싶다. 선장의 비인간적인 행태는 비극의 원초를 제공했다. 승객들을 놔둔 채 선원들만 대피한 어른들의 파렴치함 말이다. 교육부 또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 후 수학여행 보류라는 즉흥적 대책은 또 무었이었나? 무리한 전교생 수학여행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었지만 구호뿐 아니었는가? 우리 기성 세대들은 이번 사태를 뼈져린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의 희생은 다 어른들 때문이었다. 무책임함과 물질만능주의에서 탈피해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발적 정신 개혁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 ‘정직성’, ‘책임감’ 있는 존경받는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 부정부패와 사고공화국이라는 세계적 지탄에서 벗어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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