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는 마을마다 정각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자비로 세운 마을도 있겠지만 군비를 받아 세운 마을이 더 많다. 또한 청자촌으로 가자면 길거리에도 제법 그럴 듯한 정각이 세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정각은 한국적 정취를 자아낼 뿐 아니라 좋은 쉼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정각은 예로부터 풍광이 좋은 곳에 세워졌거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에 세워진 경우도 있다. 임란 이전의 시인 조정통이 노래한 수운정(水雲亭)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수운정은 군동 안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조정통(1250-1346)이란 인물이 바둑을 잘 두어 중국에서 두 차례나 이겼다는 사실이다. 오늘날로 비교해 볼 때 한·중 바둑대회에서 두 차례나 재패한 것이나 다름없고 보면 그 위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수운정 7언시 두 편을 남겼기 때문에 수운정 이란 정각은 역사적 기록이 있는 정각이다. 그런 까닭으로 강진문사고전연구소에서는 수운정 복원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번번이 외면당했다는 소식이다.
수운정을 세우자는 것은 풍광도 풍광이려니와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어 우리 선대인들의 위대함을 거듭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과 겨루어 두 차례나 이겼다는 바둑의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에 수운정 재현은 강진관광의 발굴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수 없이 마을마다 세워져 있는 정각. 그러나 막상 수운정 같은 정각이 아직껏 세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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