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계시(寶鷄市)의 대당진왕릉
보계시는 섬서성에서 서안에 이어 둘째가는 대도시이다. 예전의 이름은 진창(陳倉)이다. <삼국지> 소설에서 제갈양이 진창을 급습하여 탈취했다는 대목의 바로 그 진창이다. 서쪽으로 더 가게 되면 감숙성 난주(蘭州)에 이르게 되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대당진왕릉은 당나라 때 진왕(秦王)으로 봉해졌던 봉상절도사 이무정(李茂貞)과 그의 부인을 합장한 능묘이다. 일개 군사령관의 무덤인데도 20m의 깊이의 땅 속에 120m 길이의 지하 궁전을 건설했는데, 이는 군벌이 득세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좋은 본보기다. 왕족 정도라면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일개 군사령관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입구에 ‘대당진왕릉’이란 현판을 따라 정문을 들어서면 돌길 양편으로 최근에 만든 여러 동물들의 석상이 줄지어 있다. ‘진왕전(秦王殿)이란 지하 궁전의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놀라기 마련인데 ‘호인마약용(胡人馬樂俑)’, ‘삼채도마용(三彩陶馬俑)’ 등의 도용(陶俑)이 화려하다.
지하 궁전은 묘도, 봉문, 용도, 묘실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뱍면에는 모두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묘실 가운데 이무정의 석상이 있다. 32세의 나이에 봉상절도사가 되어 황소(黃巢)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하사받은 이름이 이무정이다. 본명은 송문퉁이었는데, 성격이 포악하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석상은 인자한 모습이다.
그는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군벌들이 이를 진압하는 혼란한 시기에 이무정은 13년간에 걸쳐 이 같은 지하궁전을 만들었다.
달아나 숨은들 어디에 머물소냐?
눈물이 옷깃을 적시나니 아를 어찌하겠는가.
조정에서는 아직도 예악 타령인데
군읍은 잔인한 전쟁뿐이로구나.
화려한 말을 누가 물어보았던가
오랑캐의 먼지가 그로부터 많아졌거늘.
한나라 명제를 그리워하다가
한밤중에 염파(廉頗)를 떠올려본다.
이 시는 <달아나 숨은들>이란 제목으로 나은(羅隱.833-909)이 이무정 시대를 노래했다. 참혹한 시대였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나은이란 시인의 통렬한 탄식에도 불구하고 이무정은 자신의 능묘를 화려하게 꾸미는데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조정에서는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고, 각 지방에서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나은이란 시인은 나이가 많았음에도 한 말 밥에 열 근 고기를 먹고 말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던 염파를 생각하는데, 그러나 조나라 왕은 한나라 명제만큼 명석하지 못해 그런 염파를 외면하고 만다.
대당진왕릉은 그의 부인 유씨(劉氏)의 묘가 백미이다. 지하궁전의 입구인 진왕전으로 들어가면 그 중 왼쪽이 유씨의 것인데 묘도를 따라 내려가면 푸른 벽돌로 목조건축을 모방한 단문(端文)이 나온다. 폭 4m에 높이 8m인 이 단문은 능묘 내에서의 가장 압권이다.
중국은 목하(目下) 옛 고분을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후나 그 지방에서 군림했던 당시의 높은 사람들이 이 같이 화려하게 무덤을 꾸며놓았기 때문에 발굴해서 관광상품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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