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태극마크도 달았으니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아마추어 골프 왕자’ 이재경(16·청주신흥고 진학예정)군의 올해 각오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15살인 지난해 중학생 신분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 형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골프를 평정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골프 신동’이나 다름없었다.
‘콩나물 집’ 아들 이재경은 이같이 지난해 무려 5승을 올렸다. 대부분 대회 마지막 날 거둔 역전승이었다. ‘멘탈 종결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2개 대회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골프채를 잡은 지 5년 만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엔 프로야구 ‘끝판왕’ 오승환의 트레이너인 사촌형으로부터 한 달가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았다. 체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 전지훈련에 참가했다가 최근 귀국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참가한 이번 전지훈련은 그를 더욱 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소년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이재경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지난해보다 더욱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빨리 확인해 보고 싶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가 골프계를 놀라게 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청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다. 당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상금랭킹 2위인 박상현(32·동아제약)과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우승을 다투다 3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이재경의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감안할 때 폭풍 성장세다. 가장 큰 원동력은 골프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이다.
이재경은 효심도 지극하다. 지난해 9월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무거운 캐디백과 옷가방, 트로피 2개를 들고 고속버스로 밤 12시쯤 집에 도착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부모가 피곤에 지쳐 잠들었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전화도 하지 않고 무거운 짐들을 끌고 집에 갔다. 안방에 들어서니 부모는 아들이 온 것도 모른 채 곤히 자고 있었다.
이재경은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덤덤하게 말한다. 대회나 훈련이 없어 집에서 쉴 때면 항상 부모의 콩나물 배달일 등을 돕는다. 그는 “부모가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반드시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더욱 다진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골프를 하도록 해준 것에 대해 더욱 감사할 따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경은 의외로 골프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강진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1주일에 3차례씩 혼자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재경은 짧은 비거리를 극복하지 못한 탓에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러나 중2 때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탈락한 오기와 승부욕이 발동하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평균 260야드였던 드라이버 비거리는 20야드가량 늘어났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체격조건이 좋아진 게 결정적 원인으로 평가된다. 그의 신장은 178㎝, 체중은 82㎏으로 다부진 편이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남자 골프에 이재경은 한 줄기 빛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 써내려갈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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