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은 그 자연 풍광이 천하의 으뜸이라는 점에서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송나라 때 왕정공(王正功)이란 사람이 과거를 보러 계림에서 경성으로 가는 응시생들을 위해 베푼 연회에서 내걸었던 시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계림은 아주 오래 전에 바다였었다. 3억 년 전이었으니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래 된 일이지만 바다 밑에 쌓여 있던 석회암이 지상으로 지각운동에 의해 융기된 후 풍화와 침식을 거듭하며 오늘 날 기암괴석의 봉우리를 이루었다.
계림은 이러한 천하제일의 풍광으로 세계적 관광지가 된 곳이다. 847년 이상은(李商隱)은 계관관찰사로 부임하게 된 정아(鄭亞)의 초청을 받아 계림에 왔다가 장안과 계림을 오가며 70여 수의 시를 남겼다. 그가 계림에 와서 처음으로 지었던 시는 다음과 같다.
성은 좁아 산이 장차 누르려 하고
강은 넓어 땅이 함께 떠 있다.
동남쪽으로는 먼 지역과 통하고
서북쪽으로는 높은 누각이 있다.
산이 푸른 단풍나무 언덕을 보호하고
용이 백석추로 옮겨간다.
타향에서는 도대체 무엇에 기도하는지
피리와 북이 쉴 틈이 없다.
계림에는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있는데 이른바 독수봉이다. 광서사대란 대학교 경내에 있는 독수봉은 높이가 66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평평한 곳에 홀로 솟아 사방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있다. 당말의 시인 장고는 <독수산>이란 시를 통해 독수봉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외로운 봉우리 여러 산들과 짝하지 않고
곧장 푸른 구름으로 오르는 기세 거침이 없다.
천지와 조화를 이루어 맺은 뜻을 알겠거니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하나가 남방에 있도다.
계림의 중심지는 정양로서 ‘차 없는 거리’이다.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정양로는 온통 젊은이들이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로 북적이는 거리이다. 다음은 두보의 시 한 구절이다.
오령 남쪽은 모두 무더우나
계림만은 사람 살기 좋다지요.
<계주자사 양담에게 부치다>
계림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은 북파산이다. 별로 넓지 않은 땅에 산과 강, 바위와 동굴, 정자와 원림, 각종 문물 등을 다 갖춘 공원의 하나이다. 그곳에는 ‘환주동’이란 동굴이 있는데 120m에 이른다. 북파산에서 북쪽으로 1km 거리에는 첩채산이 있다. ‘비단을 쌓아놓은 모습’이라는 뜻의 첩채산은 높이가 253.6m에 이른다. 그 산을 오르려면 암벽등산만큼이나 힘든다. 첩채산의 주봉은 동북쪽의 명월봉이다. 그 명월봉 중간에 첩채산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풍동(風洞)이 있다. 풍동은 동굴을 일컫는데, 그 동굴 입구 위쪽에 다음과 같은 글씨가 적혀 있다.
계림 사람이 되고 싶지
신선이 되고 싶지 않다.
이 한 마디로써 계림의 풍광이 어떠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계림에는 노적암이란 석회 동굴도 있다. 노적암의 깊이는 240m로 500m 가량의 동선을 따라 돌아보는 데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수정궁은 폭이 93m나 되어서 압권이다. 계림은 참으로 가볼만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정리 :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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