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햇살이 참 밝았다. 하지만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고3인 내 처지를 한탄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엄마에게 마량 놀토시장에 다녀오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공부하라고 들들 볶아도 모자랄 판에 고3 딸에게 같이 놀러 가자고 전화를 하다니! 과연 우리 엄마는 내가 고3인걸 알고는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공부가 하기 싫었던 나는 얼른 준비를 하고 동생과 함께 엄마 차에 올라타 마량으로 향했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가우도 출렁다리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태극기 문양의 하얀 바람개비들, 청자 도요지 앞 길가에 활짝 피어 있는 노란 꽃들을 보니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려 바다 내음을 실컷 맡고 나니 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보였다. 19년을 강진에서 살면서 이렇게 까지 북적거리는 마량을 본 적이 없기에 이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전복 보고 가세요~" "매생이 전 드셔보고 가세요 !” 외치는 소리는 또 얼마나 정겨운지.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 혹은 성적이 떨어져서 매일 끙끙 거리는 친구들의 소리만 듣다 사람 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들뜨게 되었다.
꼬르륵거리는 내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음식을 팔고 있는 가판대로 향했다. 이쪽에는 생선이 저쪽에는 떡볶이가! 다양한 먹거리들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필리핀의 바나나 튀김, 쫄깃쫄깃한 월남쌈, 싱싱한 매생이와 바삭바삭한 건새우가 들어있는 매생이 전, 거기에 순대와 떡볶이까지! 나처럼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가득해서 참 좋았다.
배를 채우고 나자 주변의 풍경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서 제트스키 를 타고 노는 어린 아이들, 탈탈거리며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싱싱한 회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까지! 일주일에 딱 한번 열리지만 이 놀토 시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활기를 되찾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문득 돌아보니 고3이라는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바다와 어우러진 토요 시장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먹고 즐긴 뒤 나는 다시 고3이 되었고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매일 밤 11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느라 힘들었던 내 몸과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또 내 꿈인 방송국 PD가 꼭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이번 토요 시장 방문을 통해 하나 더 늘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활기를 찾아가는 마량 놀토시장이 앞으로 계속 지속되고 발전해 나가서 나중에 내가 PD가 되고 나면 방송국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아와 자랑스러운 내 고장 강진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고3 수험생활을 최선을 다해서 이겨내어 좋은 결과를 얻고 놀토 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더욱더 멋진 모습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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